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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미 NSC 전 국장이 본 우크라이나 전황은?.."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감투봉 2022. 2. 27. 19:41

특파원 리포트] 미 NSC 전 국장이 본 우크라이나 전황은?.."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정민 입력 2022. 02. 27. 11:35 수정 2022. 02. 27. 13:16

 


현지 시각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흘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당초 길어봐야 침공 나흘이면 함락될 거라고 예상했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는 아직 굳건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침공 소식에 전장으로 달려간 국민들의 애국심, 러시아군의 폭격에 스스로를 던진 정규군의 용맹함,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대피 권고를 거부하고 국민과 함께 키예프에 남겠다고 선언한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료들의 결기가 만들어낸 선전입니다.

여전히 전망은 오리무중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고 러시아의 진격이 목표 시점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던 미국 국방부는 27일 현재(미국 시각 26일 오후)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집결했던 러시아 병력 50% 이상이 우크라이나 내부로 진입했고 수도 키예프의 30km 외곽까지 진출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전황과 전망을 미국의 군 출신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알렉산더 빈드만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유럽국장은 우크라이나 전문가로 예비역 육군 중령입니다. 미국에서는 2019년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최초 증언한 백악관 관리로 더 유명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인터뷰는 한국 시각 26일 새벽 화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알렉산더 빈드만 前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유럽국장


■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는 우크라이나…결과는 아직 모른다”

Q. 우크라이나의 현재 전황은?<br /><br />“우크라이나 동부나 항구도시에서 있었던 싸움은 덜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역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입니다. 그 다음은 제2의 도시 하리코프이고요. 러시아군의 목표는 키예프 포위입니다. 키예프는 350만 인구의 큰 도시로, 상당한 군사력 역시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 러시아군이 여기서 싸우기 시작한다면 며칠 동안 싸움이 계속될 것이고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낳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러시아군이 도시를 장악하기 위한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러시아가 오랫동안 이를 계획해왔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상황입니다.”<br /><br />“하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우크라이나인들이 놀랍도록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즉시 붕괴하고, 소규모 그룹의 투쟁이 이어질 거라고 봤습니다. 공군은 곧 무너질 거라고 했죠.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군은 여전히 지휘통제를 유지하고 있어요. 훨씬 강력한 군대와 싸우고 있지만, 고향을 위해 싸우고 있으니 사기가 높습니다. 반면 러시아군은 사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봅니다. 러시아가 군사적 목표를 달성할 아주 좋은 기회를 잡은 건 맞아요.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br /><br />Q. 우크라이나의 자체 방어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br /><br />“러시아군이 매우 뛰어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처음 36시간 동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처음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예상보다 압도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할 수 있겠네요. 다윗이 지금 강력한 일격을 가하고 있는 거죠.”<br /><br />“오데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뒤 항복을 강요받자 ”꺼져라.“라고 말한 뒤 전원 전사한 일이 있었죠. 매우 숙련된 우크라이나 조종사가 러시아 전투기 6대를 격추시킨 일도 있었어요. 이런 종류의 영웅담이 퍼지고 있습니다. 군사 분석가로서 저는 러시아군이 모든 면에서 당연히 우위라고 평가하지만, 우크라이나인의 투혼에 공감합니다. 그들에게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올 수 있어요. 조건부 항복을 받는다거나 타협을 받아낼 수도 있겠지요.”<br /><br />Q. 미군과 나토군의 무기 지원은 충분했나?<br /><br />“재블린(Javelin·대전차 미사일)과 스팅어(Stinger·소형 지대공 미사일)이죠. 단거리고,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하는 수준으로 무기가 지원되지는 않았습니다. 패트리엇 미사일이 나을 수 있겠지만, 지금 지원하긴 좀 늦었어요.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아직 가지고 있지 않고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해안 방어에 도움이 될 무기를 더 지원할 수 있습니다.”<br /><br />“러시아가 입게 될 고통의 임계점은 여전히 명확지 않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수십 개 나라에서 반전 시위를 하는 수천 명의 사람을 모니터하면서 편치 않을 거예요. 불법적 전쟁을 비난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하도록 하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br /><br />Q. 지금이라도 미군·나토군을 파병해야 할까?<br /><br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 같아요. 전쟁이 시작되기 전이라면 러시아의 침략에 경고가 됐을 겁니다. 러시아는 나토와 싸우고 싶어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전쟁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이 시점은 최선이 아닙니다. 대신 할 수 있는 다른 방안들이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소련이 나치즘에 대항하는 우리의 동맹이었을 때 우리는 기본적으로 러시아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제공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도 같은 지원이 돼야 한다고 봐요. 그게 좀 더 덜 위험한 방법이죠.”<br /><br />“또한,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관계를 재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나토 회원국이 되거나 나토규약 5조(나토의 한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 방어한다는 내용)를 적용받진 않지만, 우크라이나가 초석이 돼 나토와의 특별한 관계를 부여받고 필요한 정치적, 경제적, 정보적 지원을 받는 관계요. 그렇게 하면 집단 방위의 대상은 아니겠지만, 많은 무기와 다른 종류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런 관계가 고려돼야 한다고 봐요.”<br /><br />Q. 러시아가 키예프를 만일 점령한다면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br /><br />“러시아는 극악 무도한 인권 침해 행위를 벌이게 될 겁니다. 그들은 이미 죽이거나 체포하려는 사람들의 목록을 갖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 프로파간다를 사용할 겁니다. 시민 사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시민 사회는 서방 세계와의 통합을 향한 변화로 사회가 나아가도록 도왔거든요.<br /><br />”지금은 사상자가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러시아는 첫 공격 뒤 36시간 이후부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인구 밀집 지역과 도시를 목표로 하게 됐습니다. 저는 우리가 훨씬 더 폭력적인 러시아를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리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교회, 학교, 병원이 표적이 돼 가고 있습니다.“<br /><br />Q. 우크라이나 이후 러시아가 인근 다른 국가도 공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견해는?<br /><br />”제한된 시나리오에선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나토를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나토의 보호 밖에 있는 다른 나라들이 있잖아요. 몰도바가 취약하고 코커스에서는 조지아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br /><br />Q. 러시아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br /><br />”하나는 우크라이나, 나아가 다른 나라 혹은 구소련 국가를 러시아 영향권으로 다시 확보하는 것. 또 다른 중요한 목표는 서방 자유질서를 공유하는 동맹을 분할하는 것입니다. 나토를 분열시키고, 유럽을 동서가 대립하게 분열시키고, 한미 동맹 같은 다른 동맹도 분열시키는 겁니다. 이 모든 게 그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함께라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지만 분열하면 취약해집니다. 그게 러시아가 원하는 세계입니다.“<br /><br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오판한 것이 있습니다. 실제 전쟁이 일어나면서 세계는 러시아의 침략을 거부하고 러시아를 처벌하기 위해 하나로 뭉쳤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원하는 것의 정 반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의 행동이 오히려 나토를 뭉치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그의 오산입니다.“<br />

■ 침공에 ‘백 년 전 역사’ 소환한 러시아…”한국이 식민지였던 때가 옳다 하면 말 되겠나?“

빈드만 국장과의 인터뷰 전, 즉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기 전 미국과 러시아의 전문가 2명과도 인터뷰를 했는데, 흥미로웠던 점은 전황을 묻기 위해 진행한 인터뷰 모두에서 긴 역사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거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침공의 사유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 즉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부라는 논리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었는데요.

러시아의 군사 전문가 루슬란 푸코프 전략 기술 분석센터 소장은 푸틴 대통령의 긴 역사 얘기를 한 연설 전문이 언론에 나오기도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이미 푸틴 대통령과 비슷한 관점을 얘기했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원래 러시아의 일부라며 양국의 군사 충돌을 ‘가족 간의 싸움’에 비교했습니다. 남북 관계와 비슷하게 보면 된다는 거였습니다.

러시아의 군사력이 우크라이나보다 더 강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두렵지 않은 존재는 아니라며 ‘한국은 북한보다 경제력과 군사력 모든 면에서 훨씬 강한데 왜 북한에 위협을 받는다고 말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러시아의 힘이 좀 생겼고 불안 요소를 잠재울 때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지금 유럽의 안보 구조는 19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소련이 약화되고 결국 붕괴한 시점에 형성된 것입니다. 이젠 러시아가 어느 정도 힘과 자기 주장을 되찾은 상태입니다. 그게 러시아가 이 구조를 바꾸려는 이유이자, 체제 도전 세력으로 행동하는 이유입니다.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거요. 미국은 여전히 강하고 기본적으로 러시아를 소외시키려 하고 있어요. 우크라이나에서 그걸 볼 수 있어요.“

이런 주장에 대해 같은 날 인터뷰 했던 존 허브스트 前 주 우크라이나 미국대사는 러시아의 저변에 깔린 생각이라면서도, 독자적인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무시한 관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인들의 결기 어린 항전의 배경을 설명한 말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인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원천적 요람이라는 신화가 있어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것이라는 거죠. 하지만 또 다른 측면의 사실이 있죠. 우크라이나는 큰 나라이고 슬라브 국가이며, 떠오르는 민주 국가입니다. 푸틴은 슬라브 문명과 서방 문명을 구별해 말하는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만일 우크라이나 같은 주요 슬라브 국가가 진정한 민주국가를 이뤄내고 번영한다면요? 독재국가를 다스리는 푸틴에게는 문제가 되겠죠“

존 허브스트 前 주 우크라이나 미국대사(중앙), 루슬란 푸코프 러시아 전략 기술 분석센터 소장(우측) [사진=KBS 뉴스9]


빈드만 전 미국 NSC 국장은 전쟁에 뛰어든 러시아의 명분이 오직 ‘역사’ 하나였던 것이 놀랍다며, 한국의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빈드만 국장은 군 복무 시절 첫 근무지가 한국이었습니다.)

“순전히 힘 이외엔 러시아가 침략을 강행한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으로 생각해보죠. 수백 년 전이잖아요? 더 안 좋은 예를 들어보면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던 시대를 생각하면서 ‘그게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겁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제국, 소비에트 연방 시절 작동했던 방법을 원해’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려고 군사력을 사용한 거죠. 그게 우리가 원하는 세계의 모습은 아니잖아요?”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아니다” 보여준 우크라이나 시민들

우크라이나가 지난 며칠 간 보여준 놀라운 방어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스스로를 ‘러시아의 일부’ 가 아닌 ‘민주 국가 우크라이나의 시민’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명확함을 이미 보여줬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에 ‘정부를 전복하고 자유 우크라이나를 만들라’고 쿠데타 권유까지 했지만, 항전은 오히려 강해졌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내세운 전쟁의 명분은 이미 흐릿해졌습니다.

남은 것은 힘과 힘, 죽음과 죽음이 맞부딪히는 군사 충돌입니다. 전쟁 나흘째를 맞고 있는 키예프에선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는 미국조차 키예프는 함락될 거라는 전망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새로 설 수 있을지, 향후 며칠의 싸움에 달려있습니다.

이정민 기자 (ma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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