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사설] 부끄러운 범죄 혐의에다 반발까지, 朴대통령 理性 잃었다

감투봉 2016. 11. 21. 09:18

검찰의 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가 20일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저지른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기밀누설 등 혐의의 공범(共犯)으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被疑者)가 되는 초유의 사태다.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公訴狀)에서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이 '대통령과 수석비서관 직권을 남용해 기업들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적시했으며, 이는 '대통령과 공모하여' 이뤄진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에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 발표는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은 "앞으로 검찰 직접 조사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모든 혐의가 객관적으로 입증됐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큰 책임을 통감한다. 검찰 수사뿐 아니라 특검 수사도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은 검찰 기소 내용을 구체적 설명 없이 부인한 데 이어 법에 따른 수사까지 거부했다. 이성을 잃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거센 반발이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책임은 너무 크고 막중하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일당을 청와대 보좌진들이 극진히 모셔야 하는 사설(私設) 권력으로 만들어버렸다. 최씨 등은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나라를 휘저으면서 사사로운 이익을 챙겼고, 이들의 국정 유린을 견제·단속해야 할 청와대는 최씨 의혹 내사에 나선 특별감찰관을 '국기 문란'으로 몰아 내쫓았다.

대통령은 그동안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국가 경제와 국민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나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공소장을 보면 두 재단은 국가나 공공(公共)이 아닌 최씨 개인에 의해 지배됐다. 최씨의 재단 사유화는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대통령은 재단을 최씨가 지배하게 하고선 7명의 재벌그룹 회장과 따로 만나 그곳에 돈을 내라고 요청했다.

최순실씨는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운영자를 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하는 등의 방법으로 두 재단을 손아귀에 넣고 기업에서 걷은 774억원 가운데 무려 80%를 운영재산으로 분류해놨다. 일반 공익재단은 통상 출연 재산의 90% 정도를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기본재산으로 묶어둔다. 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은 출연 재산 774억원 가운데 620억원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운영재산으로 분류해 사실상 자기들 비자금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 행태를 박 대통령 말처럼 국가 경제나 국민 삶과 관련 있다고 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기업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씨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최씨 개인 민원을 해결해달라고 청탁했다. 현대차에는 최씨 딸 정유라의 초등학교 동창 아버지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KD코퍼레이션은 현대차에 10억6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했고, 최씨는 대가로 샤넬 백 등 5000여만원어치 금품을 챙겼다. 현대차와 대통령 독대에 배석했던 안 수석은 최씨 소유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 지원 청탁을 해 70억원어치의 광고를 주도록 했다. 비슷한 과정을 거쳐 포스코그룹은 16억원을 들여 펜싱팀을 창단한 후 운영은 최씨 회사에 맡기기로 했다. KT 그룹은 최씨가 추천한 두 사람을 임원으로 뽑았고,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어치의 광고를 몰아줬다. 청와대에 불려갔던 기업들은 대개 총수 일가의 사면이나 기업 합병 등 현안이 걸려 있던 곳이다. 대통령이 약점 있는 대기업들로부터 돈과 일감을 뜯어내는 데 직접 나섰던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장관 인선안 등 국가기밀 47건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공소장을 본 국민은 망연자실해 있다. 국가 공권력의 최고 책임자가 범죄 피의자로 전락했고,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나섰다. 스스로를 망친 무분별, 아집, 독단을 이 지경에서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합법적 절차와 원칙에 충실하는 수밖에 없다. 검찰은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규정한 이상 정식 소환장을 발부하고 법규가 허용하는 수준에서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한 후 결과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