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촛불집회] "청와대를 포위하라" 朴 대통령 100m 앞으로 다가선 성난 민심
3일 오후 5시 청와대에서 100m가량 떨어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 선 단원고 2학년4반 고 김동혁군 어머니 김성실(50)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버텨온 지난 시간을 떠올리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희생자들의 사진을 프린트한 현수막을 들고 광화문광장에서 발걸음을 뗀 유가족은 도보로 40분 가량을 걸어 효자치안센터 앞에 도착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선두에 서 靑 100m 앞 행진 이끌어
거대한 ‘Y’자의 인간띠… 뜨거운 참여 열기에 정체 현상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 왔는데 2년 7개월이 지나고서야 겨우 100m 앞까지 왔습니다. 청와대는 이렇게 멀리 있었습니다.”
3일 오후 5시 청와대에서 100m가량 떨어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 선 단원고 2학년4반 고 김동혁군 어머니 김성실(50)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버텨온 지난 시간을 떠올리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청와대를 향해 간절한 호소를, 때론 거친 분노를 쏟아냈던 참사 유가족들은 100m 앞 청와대를 바라보며 “국민에게 다가서지 않으려는 부도덕한 정권”이라며 울먹였다.
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 40만여명은 이날 오후 본 행사에 앞서 사상 최초로 청와대와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에 운집했다.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청운동길과 효자동길, 삼청동길 등 세 갈래 경로로 나눠 행진하며 청와대를 포위했다.
행진 선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맡았다. 희생자들의 사진을 프린트한 현수막을 들고 광화문광장에서 발걸음을 뗀 유가족은 도보로 40분 가량을 걸어 효자치안센터 앞에 도착했다. 유가족과 함께 한 시민들도 국화꽃을 경찰버스에 던지며 청와대를 향해 함성과 절규를 토해냈다. 전명선 4ㆍ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2014년 4월16일 이후 단 한 번도 들어오지 못한 이곳에 시민들과 함께 서는 게 꿈이었다. 파란색 지붕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좋은 날”라고 말했다. 장훈 4ㆍ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우리는 경찰들과 싸움하러 온 게 아니다. 박근혜에게 우리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6차 집회는 문화제보다 청와대 앞 행진에 집중하며 박 대통령을 압박하겠다던 주최 측 의도는 적중했다. 1차 행진은 광화문광장에서 행진 허용지점까지 1㎞ 넘게 물 샐 틈 없이 이어졌다. 법원이 정해 준 집회ㆍ행진 시간인 오후 5시30분이 지나서도 행렬이 꼬리를 물어 광화문광장으로 철수하지 못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경찰은 “행진 시간이 끝났다”며 철수를 권고했지만 꿈쩍 않는 행렬 탓에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익명의 60대 남성은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게 후회돼 매주 참가하고 있다”며 “좋은 나라를 만들 줄 알았는데 이제는 너무 부끄러워 이민을 가고 싶을 지경”이라고 했다. 대학생 김영진(22)씨는 “퇴진이 아니라 복귀를 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은 엄청난 분노가 점점 더 가까이 자신을 옥죄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같은 시간 오후 10시30분까지 집회가 허용된 청와대 200m 거리의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및 맞은편 푸르메재활센터 앞에도 시민들이 가득 들어 찼다. 촛불 행렬은 더욱 커져 오후 6시쯤에는 광화문광장 본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광장을 동서 방향으로 잇는 행렬 참가자들이 한데 섞여 ‘와이(Y)’자 모양의 거대한 인간 띠가 형성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시내 곳곳에 경비병력 258개 중대, 2만명을 배치했다. 율곡로와 사직로 자하문로 효자로 삼청로 세종대로 종로 새문안로 등 집회ㆍ행진 구간은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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