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 지휘, 靑수석실 작성, 문체부 실행?
[특검 수사]
정부 비판성향 예술인 지원끊기 의혹… 9400여명에 달한다는데
- 진본 없는데… 여러 리스트 돌아
문체부 일각 "세월호 후 본격화, 야권 지지 문화예술인 많았다"
- 고은·송강호·김혜수도 리스트?
리스트에 올랐다는 배우 손숙 "다들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靑정무수석실이 블랙리스트 주도"
문체부 등에 따르면 청와대로부터 '특정 예술인을 배제하라'는 지시가 내려가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초였고, 그해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본격화됐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초기만 해도 반정부 성향의 예술인들도 안고 가려고 했으나, 2013년 8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부임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2014년 8월 8일 김기춘 실장이 '홍성담 배제 노력, 제재 조치 강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적혀 있다.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그림 '세월오월'을 그린 화가 홍성담씨에 대한 지원을 끊으라는 취지로 보인다. 이 그림에는 김기춘 실장도 희화화된 채 등장한다. 비망록에는 김 실장이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2014년 10월 2일), '영화계 좌파 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2015년 1월 2일) 등의 구절도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이고, 이 작업을 주도한 국민소통비서관은 최근 사퇴한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이다.
◇야당 정치인 지지한 예술가 대거 포함
블랙리스트는 처음엔 문체부 장관에게 직접 전달됐다고 한다. 유진룡 전 장관은 최근 "2014년 7월 청와대에서 A4 용지에 빼곡하게 수백 명 이름을 적어 조현재 1차관에게 주면서 내게 전달하라고 했고, 이후 수시로 '김기춘 실장 지시'라면서 모철민 교육문화수석(현 주프랑스 대사)이나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직 문체부 관계자는 "정식 공문도 아니고, 그때그때 인터넷을 검색해서 올린 것으로 보이는 내용을 정리한 허접한 수준의 명단이었다"고 했다. 1년에 3~4번씩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이런 명단이 청와대에서 문체부 예술정책과로 내려왔다는 것. 세월호 관련 성명, 문재인·박원순 지지 선언 등에 서명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 리스트는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으로 다시 내려갔다. 최근 논란이 되는 '9473명 명단'은 산하기관에서 그동안 내려온 공문을 모아 자체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에 올라야 개념 예술가?
2015년부터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에 대해 정부 지원이 끊기는 일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작품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고 ▲연출가 박근형의 '소월산천'의 국립국악원 공연이 무산된 일들이 블랙리스트와 관련 있다는 게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주장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혀를 끌끌 찼다'는 영화 '변호인'은 2014년 런던 한국영화제 출품작에서 탈락했다.
예술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
난 12일 문화예술계 12개 단체는 김기춘 전 실장 등 9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특검팀에 고발했다. 예술계에선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 '개념 예술가'라고 할 수 없지 않으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가수 이승환은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못해 창피하다"고 했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 손숙은 "다들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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