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헌재 처음 나온 최순실 "모른다" 130여차례

감투봉 2017. 1. 17. 07:49

 

헌재 처음 나온 최순실 "모른다" 130여차례

["그게 증거 있나요" 쏘아보며 반문]

- 공개변론 들어가보니
"기억안나" 50번 "아니다" 30번
"대통령은 사심없고 청렴" 두둔
- 대통령에 지시?
"딱딱거리는 말투탓에 생긴 오해, 대통령의 忠人 되고 싶었는데…"
- 개인 이득 취득, 지주社 회장?
"검찰이 뒤집어 씌우려는 술수"
- 언론에도 화살
"과장 보도… 날 괴물로 만들어… 유라도 상처받고 엇나간 것"

"그게 증거가 있나요?" "그런 유도 신문엔 답하지 않겠다" "그건 그쪽에 물어보세요"…. 16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공개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61·구속 기소)씨는 대부분의 혐의 사실에 대해 '모른다' '아니다'라고 답하면서도 종종 검사 역할을 맡은 국회 탄핵소추인단의 질문에 가시 돋친 반문(反問)으로 맞받았다.

최순실
최씨는 이날 '청와대를 출입한 적이 있느냐'는 국회 소추인단 측의 첫 질문에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청와대를 드나든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을 도우러 갔다"며 "(자세한 내용은) 사생활이라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날 8시간 넘게 진행된 헌재의 공개 변론은 시종일관 이런 식이었다.

최씨가 헌재 심판정(법정)에 선 것은 처음이다. 최씨는 지금의 국정 혼란을 야기한 당사자로서 최소한의 반성이나 국민에게 미안한 심정조차 없는 듯했다.

모른다… 아니다… 기억이 안 난다

그는 이날 증언에서 '모른다'는 말을 130번 넘게 했고, '기억이 안 난다' '아니다'라는 답변은 각각 50차례와 30차례를 넘었다. 최씨가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는 대답을 가장 많이 한 것은 자신이 국정에 개입하고 이권(利權)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다. 최씨는 "저는 (미르·K스포츠) 재단으로부터 한 푼도 안 받았다. 개인 이득을 취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언론 보도 등이) 너무 과장이 돼서 완전히 제가 괴물이 됐다. 저의 재산이 8조원에 이른다느니…"라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이 미르·K스포츠재단 및 본인 소유 광고사 등을 계열사로 두는 지주회사를 만들어 '회장'이 되려 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선 "저를 코너로 몰기 위한 술수"라며 "저한테 (죄를) 다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자신과 함께 서울 강남에서 의상실을 운영해 온 고영태씨가 이곳 보증금 2000만원과 월세 150만원을 최씨가 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 "고영태는 나를 협박했고, 계획적으로 진술을 조작했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의상을 제작했느냐'는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했지만 "대통령으로부터 의상비를 받았다. 돈 문제는 결백하다"고 했다. 최씨가 무상으로 옷을 제공했다면 '뇌물'이 될 수 있다는 법적 해석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 "박 대통령의 충인으로 남고 싶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퇴임 후 미르·K스포츠재단을 운영하려 했느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 대통령은 사심이 없고 굉장히 청렴하신 분"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검찰 등에 의해) 엮이다 보니까 이리 됐다. 제가 마지막까지 충인(忠人)으로 남고자 했는데 이렇게 물의를 일으켜 (대통령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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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탄핵심판에야 출석 - 최순실씨가 16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최씨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관여하거나 정부 인사에 개입한 의혹 등을 추궁한 국회 측 대리인들에게“모른다”“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하거나,“ 내가 어떤 이권에 개입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성형주 기자
그는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멀리 떠날 생각이었다면서 "(박 대통령이) 혼자 계시고, 저도 혼자였기 때문에 떠나지 못했다. 독일에 이주하려고 결심했는데 마지막으로 지켜드리고 도와드릴 게 있나 해서 (떠나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지시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질문에 "제가 좀 여성스럽지 못하고 딱딱거리는 면이 말투에서 많이 나온다"고 했고, 박 대통령에게는 늘 공손한 말씨와 태도로 대했다고 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 국정을 상의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굉장히 의도적인 질문 같다"며 "난 단순 의견만 피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관들을 향해 "전 정말 억울합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사를 수정했다는 의혹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박 대통령의 대선 유세문 작성을 도와줬느냐는 질문에는 "감성적인 부분만…"이라고 했다. 최씨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체를 모른다"며 자기 측근이었던 차은택씨에게 김 전 실장을 소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2013년 마사회 주관 승마대회에서 준우승한 것으로 인해 당시 대회 심판 등이 퇴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정말 억울하다"며 "딸이 이런 언론의 압박(보도)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잘못 나가서 인생이 저렇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뒤 안 맞는 증언도 태반

최씨는 이날 앞뒤가 맞지 않는 증언도 쏟아냈다. 최씨는 '박 대통령에게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을 추천했느냐'는 질문에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둘의) 이력서를 보낸 적은 있지만 (대통령에게) 직접 추천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둘은 최씨의 추천대로 고위직에 올랐다. 그런데도 최씨는 '정부 인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최씨는 "(내가 다니던 마사지센터 책임자였던) 정동춘씨를 K스포츠재단 이사장으로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추천했다"면서도 "재단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는 '평소 정 전 비서관을 정 과장이라 부르느냐'는 질문에 "정 비서관이라 부른다"고 하고선 이후 진술 에선 "정 과장에게…"라고도 했다.

최씨는 세월호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행적을 묻는 질문엔 "저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는 또 정 전 비서관이 본인이나 박 대통령과 나눈 통화를 녹음한 파일에 대해선 "(녹음 당시) 상황을 몰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고, 검찰에서 진술한 조서(調書)도 "검찰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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