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774억 모금' 관여와 崔가 연설문 등 95건 고친 건 사실
입력 : 2017.02.27 03:05 | 수정 : 2017.02.27 07:30
[최순실 국정농단 중간 점검] [1] 사실로 드러난 국정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 대기업들에 출연금 요청… 대통령 "강요 아니다"
최순실 연설문 수정 - 靑자료 178건 받아 95건 수정… 정호성에게 보내
청와대 문건 유출 - 崔, 정호성과 이메일 공유해 기밀 47건 받아봐
각종 人事 개입 - 장관·靑수석부터 미얀마 대사까지 崔가 추천
문화계 블랙리스트 - 리스트 존재 확인… 김기춘·조윤선·김종덕 구속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제1차 대국민 사과를 한 지 26일로 넉 달을 맞았다. 특검의 1차 수사 기간 종료(올해 2월 28일)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 종결(2월 27일)을 앞두고 본지는 그동안 제기된 주요 의혹을 정리했다. 〈1편〉에선 최씨의 주요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 보도의 사실 여부를 짚어보고, 〈2편〉에선 박 대통령과 최씨를 둘러싼 추문 보도의 진위와 ‘최순실 태블릿PC’ ‘고영태 녹음 파일’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한다. 본지는 독자들의 제보·의견이 있으면 추가로 기사화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독자서비스센터 02-724-5555)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제1차 대국민 사과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연설문 작성에서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뒤에서 주도하고 각종 청와대 기밀 문건을 받아 보는 등 국정에 개입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후속 보도와 수사 브리핑이 이어졌다. 본지가 26일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과 특검 수사 내용을 확인한 결과, 최씨의 주요 국정 개입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①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관여=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관여해 대기업 53사에 774억원을 출연토록 하는 등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 측도 지난 2015년 7월과 이듬해 2월 기업 총수들과 잇따라 독대(獨對)할 때 두 재단에 출연하기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이 재단 명칭과 이사진 명단, 사무실 위치까지 최씨로부터 전달받아 안 전 수석에게 일일이 지시한 사실이 안 전 수석 업무 수첩과 관련자 진술로 확인됐다. 다만 박 대통령은 "문화 융성을 위해 선의(善意)로 기업에 후원을 부탁했을 뿐 강요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②연설문 수정="최씨가 제일 좋아하는 건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일"이라는 고영태씨의 폭로는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이 2013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사용한 대포폰 2대의 통화·문자 기록을 분석한 결과 정 전 비서관은 이 기간 최씨에게 연설문 등 청와대 자료 178건을 보냈고, 최씨는 이 중 95건을 수정해 정 전 비서관에게 다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나도 개인적인 일정이 있는데 정 전 비서관이 수시로 연설문과 말씀자료를 보내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③청와대 문건 유출=최순실씨의 태블릿 PC와 외장 하드 등에서 발견된 청와대 문건들은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씨와 공유하는 이메일 계정에 문건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13차례에 걸쳐 작성된 정 전 비서관의 검찰 신문 조서를 확인한 결과, 정 전 비서관은 유출된 기밀 문건 47건 가운데 최소 16건에 대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정 전 비서관에게 문건을 최씨에게 주라고 한 적이 없고 기밀 누설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④인사 개입=최순실씨가 측근인 광고 감독 차은택씨의 추천을 받아 차씨의 대학원 스승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지인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이 임명되도록 힘쓴 사실도 확인됐다. 차씨도 최씨 추천으로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에 임명됐다. 최씨가 이들을 박 대통령에게 추천해 임명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과 유재경 주(駐)미얀마 대사도 최씨 추천으로 임명된 사실이 탄핵 심판과 특검 조사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정규재TV' 인터뷰에서 최씨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문화 쪽이 좀 있었다"면서도 "추천을 받아도 검증한 뒤 인사를 한다"고 했다. 이와는 별도로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씨의 측근인 이동수·신혜성씨에 대해 "이씨가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고 신씨가 이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지시했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을 확보했다.
⑤최순실 지인 민원=최씨가 2014년 10월 딸 정유라씨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인 KD코퍼레이션이 현대자동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청탁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전 수석에게 "훌륭한 기술이 있으니 채택할 수 있는지 (현대차에) 알아보라"고 했다. 이후 현대차는 2015~2016년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제품 10억여원 상당을 납품받았다. 최씨는 청탁한 지인으로부터 샤넬 가방 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라고 했다.
⑥정유라 승마 지원=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2014년 9월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승마 유망주'를 발굴해 좋은 말을 사주고 해외 전지훈련도 지원해 달라"고 했다는 삼성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또 최씨 모녀에 대한 삼성 측의 승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승마 선수들에게 전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 독대 이후 삼성은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했다는 게 특검 설명이다. 특검은 삼성의 정씨 승마 지원이 삼성물산 합병 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정부 도움을 받는 대가라 보고 이 부회장을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뇌물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⑦블랙리스트=특검 수사로 현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인과 단체 명단을 만들어 예산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김종덕 전 문체부장관 등이 특검에 구속됐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2013년 9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좌편향 문화 예술계에 문제가 많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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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7/20170227001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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