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법치주의·공공성 회복
탄핵심판 선고 수일 전부터 인터넷 통해 유언비어 기승
사법기관 향해 도넘은 위협.. 폭력 집회로 사상자 발생도
가짜뉴스 처벌 법안 마련 수사팀 설치해 단속해야
■사법기관 상대 위협.협박도
가짜 뉴스는 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선고 수일 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가짜 뉴스가 급속히 퍼져나갔으며 진영논리로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4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속보] 오늘까지 헌재 재판관들의 표심'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오늘까지 헌재 재판관들의 평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며 "탄핵 각하:4명, 탄핵 기각:2명, 탄핵 인용:2명"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헌재의 선고가 나기 전 평의 결과를 조작해 민심을 선동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5일에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인터넷 카페에 '[속보] 3.1절 이후 탄핵 찬성 31% 반대 47% 완전히 뒤집어졌다'는 또 다른 가짜 뉴스가 게시됐다. 이 글에는 또 "조사대상: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조사방법:유무선.임의 걸기(RDD), 조사 기간:2017.3.2~3.3, 응답률:11.2%, 95% 신뢰수준. 엔케이(NK) 파이낸셜리서치"라는 글귀도 있다. 그러나 '엔케이 파이낸셜리서치'라는 회사는 한국조사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회사로 밝혀졌다. 탄핵심판과 관련한 각종 '유언비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떠돌았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청구된 1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NS상에서 '조 부장판사가 대학 시절부터 삼성에서 장학금을 받아온 장학생이고 아들이 삼성 취업을 확약받았다'는 글이 급속도로 퍼지기도 했다.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은 물리적 폭력으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24일 박 특검 자택 앞에 극우단체 회원 50여명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몰려와 집회를 가졌다. 이들 중 일부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응징하겠다며 박 특검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결국 폭력적인 구호와 살해 위협까지 난무한 집회로 충격을 받은 박 특검의 부인이 혼절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또 헌재 결정에 반발한 탄핵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시위를 벌이다 사상자가 속출하고 대거 연행되기도 했다.
■고의적 가짜뉴스 등 처벌책 마련해야
최근 가짜 뉴스와 폭력이 사법기관을 위협하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처벌을 강화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가짜 뉴스에 대한 제재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가능성이 있고 고소.고발이 없으면 처벌이 어려운 '반의사불벌죄'여서 수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가짜 뉴스에 대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수사기관 스스로 명예훼손 및 모욕죄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가짜 뉴스가 근절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는 한 가짜 뉴스를 단속할 길이 없다"며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경찰과 검찰이 명예훼손.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기관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가짜 뉴스와 폭력을 단속하는 '수사 전담팀'을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각계각층이 모두 법치주의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함께 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 대변인 출신인 노영희 변호사(법무법인 천일)는 "일부 정치세력이 본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법치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는 부적절하다"며 "국민을 선동하는 게 아니라 법적 절차 내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이 노력해야 법치주의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