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최순실, 법의 달인됐나..재판 증인 출석해 시종 '당당' '반격'

감투봉 2017. 3. 17. 17:26

최순실, 법의 달인됐나..재판 증인 출석해 시종 '당당' '반격'

김일창 기자 입력 2017.03.17 16:47 수정 2017.03.17 16:50 댓글 249

비선실세로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61)가 비록 증인이었지만 '프로'다운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다.

재판 시작 전 재판부로부터 증언거부권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최씨였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증인들과 달리 이를 또렷이 기억하고 적극 적용하는 모습은 예사롭지 않았다.

'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은 최씨'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장씨 변호인이 준비한 많은 양의 질문도 '준법조인' 최씨 앞에서는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檢·특검·재판 거치며 자신에 유불리 확실히 파악
조카 장시호 선처호소하며 소통창구도 法에 요청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난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재센터 지원 의혹'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3.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증거를 제시하고 질문해주세요!"

비선실세로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61)가 비록 증인이었지만 '프로'다운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다. 지난해 10월31일 이후 검찰과 특검, 법정을 오가며 쌓은 '내공'은 법조인에 버금갈 정도라는 것이다.

최씨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본인과 조카 장시호씨(38),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56)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코트와 바지를 검은색으로 통일한 최씨는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증인석에서 시종 당당한 태도로 신문에 임했다.

우선 삼성그룹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후원한 것과 관련된 검찰의 질문을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부분이라며 모두 거부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의 1기 특별수사본부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해 열린 여덟번째 공판이었다. 그러나 특검이 최씨를 뇌물 혐의로 기소한 상황에서 삼성의 후원 부분에 대한 질문이 자신에게 불리할 것을 최씨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재판 시작 전 재판부로부터 증언거부권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최씨였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증인들과 달리 이를 또렷이 기억하고 적극 적용하는 모습은 예사롭지 않았다.

'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은 최씨'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장씨 변호인이 준비한 많은 양의 질문도 '준법조인' 최씨 앞에서는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씨는 장씨의 변호인이 '증인의 개입이 없었으면 문체부가 영재센터를 위한 예산을 미리 책정 안 했을 거 같다' '문체부에 영향력을 끼치지 않았느냐' 등 질문에 "개입한 증거가 있냐"거나 "자꾸 정치적으로 몰고 가지 말라"며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장씨 변호인이 박 전 대통령 자택과 관련된 질문을 하려 하자 "영재센터와 관련이 없는데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마라"며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영재센터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짧게 말한 뒤, 곧바로 장씨 변호인이 '대통령이 관심 갖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묻자 "직접 알아보라"며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최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계속되면 변호인과 재판부에 도움을 요청해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최씨 변호인이 장씨 변호인의 신문과정에 수시로 이의를 제기하자 장씨 변호인은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최씨는 신문이 모두 끝나고 발언권을 얻은 뒤 국민에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국가적 불행한 사태와 대통령 파면이라는 원죄를 국민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는 자신의 집안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도록 재판부에 외부와의 소통창구 하나만이라도 열어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최씨는 "여기 있은지 거의 5개월이 다 돼 가는데 외부접견이 금지돼 있어서 집안과 딸이 어떻게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재판장님께 외부와의 소통창구 한 군데만이라도 열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조까 장씨에 대해서는 선처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씨는 "장시호와 제가 여기 나와 있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장시호가 어려운 시절이 많았고 남편이 도망간(이혼한) 상황에서 아이를 두고 지금 이곳에 있다"며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씨는 최씨의 이같은 발언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