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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신 서울 공기, 세계 2번째로 독했다

감투봉 2017. 3. 22. 20:41

어제 마신 서울 공기, 세계 2번째로 독했다

입력 : 2017.03.22 03:14

미세먼지 경보는 작년의 2배인데 비상저감조치는 한번도 발령 안해
미세먼지 3개 조건 맞아야 비상조치… 너무 까다로운 발령 규정 완화해야



21일 새벽부터 오전 10시까지 서울은 자욱한 스모그로 뒤덮였다. 초미세 먼지(PM2.5)의 시간당 농도가 '매우 나쁨(㎥당 100㎍ 초과)' 수준을 넘나들면서 출근길 시민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지난 18일부터 나흘 연속 서울의 공기 질은 '나쁨(51~100㎍)' 이상 수준을 기록했다. 고양·동두천·구리 등 경기도 대부분 지역에서도 21일 오전 내내 독성 공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세계 주요 도시의 미세 먼지와 일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해 비교하는 다국적 커뮤니티 '에어비주얼'의 오염지수는 21일 오전 한때 서울이 인도 뉴델리(187)에 이어 둘째(179)로 나빴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 도심이 미세 먼지로 뿌옇게 뒤덮였다. 이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선 초미세 먼지(PM2.5)의 시간당 농도가 ‘매우 나쁨(㎥당 100㎍ 이상)’ 수준을 넘나들어 초미세 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 도심이 미세 먼지로 뿌옇게 뒤덮였다. 이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선 초미세 먼지(PM2.5)의 시간당 농도가 ‘매우 나쁨(㎥당 100㎍ 이상)’ 수준을 넘나들어 초미세 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연합뉴스

'은밀한 살인자'로 불리는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이 올 들어 부쩍 잦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 들어 21일 현재까지 전국 각지에 발령된 초미세 먼지 특보(경보·주의보)는 모두 85차례로 작년(41회)과 2015년(51회)보다 훨씬 많았다. 초미세 먼지 특보는 공기 1㎥당 초미세 먼지 농도가 2시간 이상 90㎍보다 높을 때 발령된다. 정부는 WHO(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초미세 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5년 이 특보 제도를 도입했다.

고농도 미세 먼지 습격이 빈번해졌지만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책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수도권 초미세 먼지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을 시행하는 '비상 저감 조치 제도'는 지난달 15일 도입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내려지지 않았다. 발령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다.

전국 1~3월 초미세먼지 특보 발령 횟수 그래프

비상 저감 조치는 ①수도권 9개 권역 중 한 곳 이상 초미세 먼지 주의보 발령 ②0시~오후 4시 수도권 평균 농도 50㎍ 이상 ③다음 날 3시간 이상 초미세 먼지 '매우 나쁨' 예보 등을 모두 충족해야 내려진다. 지난 18일부터 서울은 나흘간 고농도 미세 먼지에 시달렸지만 18일에는 ②번, 19일과 20일엔 ③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비상 저감 조치가 내려지지 못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고농도 미세 먼지가 나타났을 때 예보 정확도는 60~70%에 불과해 예보가 틀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데도 다음 날 예보가 나쁠 경우에 비상 저감 조치를 내리도록 규정한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차량 2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등의 더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수도권 이외 지역도 고농도 현상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전국으로 비상 저감 조치 대상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고농도 현상이 급증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배출되는 초미세 먼지가 크게 늘었다기보다는 바람과 기압 배치 등 기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중국에서 온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 근처에서 정체하는 기간이 길어져 예전보다 미세 먼지가 더 많이 축적됐을 수 있다"며 "지난 15일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가 끝나면서 수도권 공장이 가동을 시작해 베이징의 스모그가 심해진 것도 한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가 고농도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조지아공대와 연세대 연구진이 35년간의 동북아 지역 기상 자료를 연 구한 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줄면서 동북아 지역의 대기오염을 부추기고 있었다. 연구진은 지난 1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난해 9월에 북극해의 얼음 표면적이 38년 만에 가장 작은 크기로 줄었다"며 "이로 인해 지난 1월부터 동북아 지역의 바람 세기가 약해지면서 대기오염이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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