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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IT 혁신가’ 강민구 법원도서관장, “강력한 외장두뇌, ‘에버노트’부터 배우세요”

감투봉 2017. 5. 14. 18:08

법원의 IT 혁신가’ 강민구 법원도서관장, “강력한 외장두뇌, ‘에버노트’부터 배우세요”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 강연 동영상 유튜브 조회 100만 건 돌파…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간절한 외침이 전달된 것”

⊙ 《창원이야기》 《부산법원통신》 등 법원장 시절 3년간 17권 ‘에버노트’ 이용 저술
⊙ 국방부 강연 때 골절사고 당해 깁스 상태로 국내 최초로 반자율주행차 운전해 상경
⊙ 4대강 사건 판결 등 1만5000여 건의 사건 처리… 전자소송, 전자법정의 기초 설계도를 완성
⊙ 1985년 육사 교수요원으로 컴퓨터 접해… 15년간 컴퓨터 잡지 30권 재편집해 독학
⊙ 성남지원 땐 음악법정, 창원지법원장·부산지법원장 시절엔 예술법정과 스마트 법정 도입

글 |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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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대법원 법원도서관장 집무실에서 만난 강민구(姜玟求·60) 판사는 수첩을 꺼내자 “‘에버노트’로 다 되는데…”라며 혀를 찼다. 미래전사 앞에서 구석기인이 돌도끼와 돌칼을 꺼내 든다는 표정이었다. 1998년 종합법률정보 1.0 시스템을 기획·개발한 사법부의 ‘IT 도사’ 앞에 수첩과 녹음기를 들이댔으니 그런 소리를 들을 만도 했다.
 
  강민구 판사를 만난 날은 그가 지난 1월 11일, 부산지방법원장을 퇴임하며 고별강연으로 진행한 4차 산업혁명 강의 동영상이 두 달 만에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만 건을 돌파하는 날이었다. 이 60대 판사의 강연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토록 큰 반향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란 강연 동영상이 오늘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않으면 죽는다는 간절한 외침이 기성세대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 같아요. 솔직히 노인들은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첨단기기 사용에 주눅 들어 있다가 저 같은 ‘꼰대 세대’ 판사가 바로 따라 할 수 있도록 직접 시연해 주니 힘이 불끈 솟았을 겁니다.”
 
  — 강연 요청이 많죠.
 
  “100여 곳이 넘습니다. 공직자 신분이다 보니 다 갈 수는 없고, 허용이 되는 국가·공공기관·지자체·대학교·군부대에는 갈 예정입니다.”
 
지난 3월 26일 강민구 관장이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 강연 동영상 유튜브 조회 100만 건을 돌파한 기념으로 청계산 산행을 마치고 인근 커피숍에서 간이특강을 겸한 페이스북 라이브쇼를 진행하고 있다.
  2월 13일 양승태(梁承泰) 대법원장은 법원도서관장이 된 강민구 판사에게 “강 원장이 유튜브 매체로 현재 한 일은 법원 식구 전체가 모여서 한 성과 이상으로 대국민 소통에 효과가 있다”며 “외부 지인들에게만 알릴 게 아니라 법원 식구들도 널리 자기 일처럼 알릴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
 
  강민구 관장은 “유튜브 100만 뷰 달성에 박시호(朴市浩) 행복편지 이사장과 천주욱(千宙旭) 창의력연구소장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 언론 인터뷰도 조회수 상승에 기여했겠네요.
 
  “그동안 여러 일간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신문 읽고 접근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단톡방이나 밴드에 올리는 게 오히려 효과가 컸습니다. SNS 세계와 올드 미디어에 분리막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절감했습니다.”
 
 
  에버노트는 ‘복음(福音)’
 
강 관장이 휴대전화 음성인식 기능인 ‘에버노트’로 음성메모를 하고 있다.
  — 일반인들은 아직도 만능검색도구(에브리싱), 음성인식기술(범용모듈) 등 IT 활용법에 대해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수입니다만.
 
  “주위에서 아무도 그런 정보를 전달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IT・컴퓨터 전문가들도 자기 좁은 분야 이외에는 관심이 없거나, ‘별거 없겠지’ 하는 편견과 선입견 두 마리의 개(?) 때문에 접근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강민구 관장은 “부산지법에 특강하러 왔던 김진명 작가와 곽경택 감독이 ‘손가락이 아파 소설과 시나리오를 못 쓰겠다’고 하길래 에버노트 사용법을 알려줬더니 ‘복음(福音)’을 들은 것처럼 좋아했다”며 “23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전신에 3도 중화상을 입은 이지선씨도 2014년 창원법원에 특강 왔을 때 온전치 않은 손가락으로 박사 논문을 쓰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조언해 주었는데, 그 후 미국 UCLA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동대 교수가 됐다”고 했다.
 
  — 창원지법의 일화를 묶은 《창원이야기》, 부산지법의 소식을 담은 《부산법원통신》 등 3년간 총 17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단시간에 그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나요.
 
  “에버노트와 음성인식모듈, PC에서 에버노트와 문서편집기의 연동, 스마트폰의 OCR 기능, 카메라 기능 등 여러 방법을 총동원해 70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저 혼자 작업했던 것입니다. 제가 참모들을 참기름 짜듯 혹사시켜 책을 쓰게 한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지만, 제 고별영상을 보면 그러한 편견은 사라져 버립니다. 다들 엄지를 써야 하는 줄 아는데, 손가락이 필요 없잖아요?”
 
 
  국내 최초 깁스 상태로 반자율 자동차 운전
 
강민구 관장이 얼마 전 부산 금정구 오륜동 회동수원지의 한 도자기 카페에서 2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는 스피커 모양의 천연 점토 도자기. 마지막 부분에 휴대전화를 끼우면 신기하게도 자연 공명현상이 일어나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 듣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강 관장이 유튜브 강좌에서 소개하는 바람에 도자기 카페를 소개해 달라는 카톡문자가 쇄도했다고 한다.
  강민구 관장은 가끔 기자의 질문의 답이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었는지 휴대전화를 나팔 모양의 도자기 입구에 꼽고 ‘토크프리’로 음성화해 들려주었다. 그는 “토크프리는 원래 시각장애인용으로 나온 것이지만, 노안으로 고통받는 세대들이나 수험생들에게는 꿈의 앱이 됐다”며 “책이나 기사를 토크프리에 갖다 붙여주기만 하면 젊은 여성 목소리로 퍼펙트하게 읽어주니 부산법원 사무관 시험 합격률이 확 올라갔다”고 했다.
 
  — 이 도자기는 어디서 구입하신 겁니까.
 
  강 관장은 대답 대신 휴대전화에 에버노트로 저장해 놓았던 ‘회동수원지 길에서 건진 천연스피커’라는 텍스트 파일을 ‘토크프리’에 넣어 낭독시켰다.
 
  〈오늘 부산 금정구 오륜동 회동수원지 ‘카페감’에 들러 인연을 따라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천연 점토로 스피커 모양의 도자기를 구우셨는데, 마지막 부분에 휴대폰을 끼우면 전기가 일절 들어가지 않는데도 자연 공명현상이 일어나 마치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 듣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단순증폭이 아니라 음역대도 풍부해집니다. 정말 신기한 발명품이라서 제1호를 제가 구입합니다.〉
 
  강민구 관장이 유튜브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그가 강연에서 무심코 ‘사용후기’를 언급한 상품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부산법원장 고별영상에서 강 관장이 “이 책을 10회독 했을 정도로 울림이 큰 책”이라고 한 경영학의 대가인 윤석철(尹錫喆) 서울대 명예교수의 학문세계와 철학을 집대성한 책 《삶의 정도》가 출간 6년 만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강 관장은 “작년 4월 부산 금정산을 등산하다 왼쪽 발목뼈 골절을 당했을 때는 섭씨 80도 이상의 열에서는 진흙처럼 바뀌고, 상온에서는 돌처럼 굳는 특수소재를 개발한 업체에 전화해 최초의 신소재 깁스 임상실험자로 참가했다”며 “이 회사는 그 후 라이선스도 받고 서울대병원에 납품할 정도로 잘나가고 있다”며 웃었다.
 
  — 선천적으로 호기심이 많아 보입니다.
 
  “중학생 때는 로켓 개발자가 되고 싶었어요. 지난해 4월 말 발목이 골절됐을 때, 섭씨 80도 이상의 열에서는 진흙처럼 바뀌고, 상온에서는 돌처럼 굳는 특수소재로 제작한 오픈캐스트(벌집 모양의 깁스)를 처음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인가 의료제품이라 만든 분에게 부탁해서 실험대상이 되겠다고 했죠. 그 깁스를 한 상태로 국방부 강연을 위해 제네시스(3.3 DH)를 운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가운전으로 800km를 왕복운행을 했습니다. 자율주행의 일부 기술이 구현된 차라 시험을 해보고 싶었죠. ‘갤럭시 S8’ 스마트폰도 출시되는 대로 구매하려고요.”
 
 
  미래는 소프트웨어의 시대
 
  — 중국에서 만든 대형 무인기 드론이 고층 빌딩을 헤집고 날아다니고, 네 발 달린 로봇이 집안일을 척척 하는 등 최첨단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미래생활은 드론과 로봇이 인간의 활동을 상당부분 대체할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의 원천은 소프트웨어라며 후버, 스페이스X, DJI, 샤오미 등의 기업 출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요.
 
  “모든 기업의 활동의 힘은 소프트웨어입니다. 그것이 안 되면 하청회사로 전락하고 말아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다 잡은 애플과 하드웨어에 치중한 삼성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단박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2016년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영업이익 79%를 ‘독식’하고 있는 반면, 삼성은 15%에 머물고 있습니다.”
 
  강민구 관장은 “지금 세계는 4차 산업 전쟁에 돌입했고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차의 기술 완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비메모리 강자인 인텔은 자율주행 원천기술을 보유한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약 17조6000억원)에 매입함으로써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의 지배력에다 감각기관 격인 각종 센서와 소프트웨어의 경쟁력까지 동시에 갖추게 됐다”고 했다. 강 관장의 말이다.
 
  “자율주행은 0~4레벨, 5단계로 구분되고 현재 주요 완성차 업체는 레벨 3 정도까지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의 경우 연 4만명에 달하는 자동차 사고 사망자 숫자를 10% 이하로 급격하게 감소시킬 겁니다. 나아가 정비공장, 운전사, 정형외과, 손해보험사와 손해사정인, 교통사고 변호사 등의 일감을 빼앗아갈 것이고요. 지금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운전면허증은 사라지고, 개인이 차를 소유하는 일은 옛날 추억이 될 겁니다.”
 
  강 관장은 “구글이 삼성에 공짜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급한 까닭은 휴대폰을 ‘숙주’로 사용자들을 상대로 거대한 비즈니스를 하려는 것”이라며 “구글이 무인자동차와 태양전지에 투자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이나 태양열 산업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차를 구글의 숙주로 만들어 차를 타는 동안 80억 대중이 구글을 검색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와 관련한 법과 규정이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법은 항상 첨단 기술 발전을 실시간으로 따라잡지 못해요. 우선은 기존 법을 유추해석, 적용하여야 합니다. 전 세계의 입법동향과 기술발전을 세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무조건 법만 일찍 만든다고 능사는 아니고 중국처럼 규제를 혁파하는 쪽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합니다.”
 
 
  “구글포토, 이놈이 일출을 아네!”
 
강민구 관장이 권하는 혁명적인 검색 및 음성인식 도구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심에 들어간 우리로선 신기하고 놀랍기도 한 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이미 우리 곁에는 약한 인공지능이 작동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그 파도에 슬기롭게 올라타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기술적인 개발과 혁신을 주도하더라도 각 개인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잘 활용해야 해요.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폰을 전화기나 인터넷 검색용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스마트폰은 음성인식 기능이 좋아져서 95% 이상 정확하게 음성을 인식하기 때문에 굳이 손으로 타자를 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어요.”
 
  강민구 관장은 “이제 스마트폰을 나의 ‘외장 두뇌’라고 생각하고 활용해야 한다”며 “특히 가장 강력한 인간 두뇌 확장도구라 할 수 있는 ‘에버노트’ 다루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고 했다. 그는 “에버노트는 현존하는 지구상의 어떤 메모용 앱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며 “음성 입력, 자판 입력, 사진명함 입력, 손글씨 입력 등 모든 입력방식이 허용되고, 굳이 분류하지 않고 콘텐츠를 마구 쌓아놔도 막강한 검색단추가 있어 키워드 방식으로 손쉽게 원하는 문서를 찾아준다”고 했다. 비슷한 앱으로 MS의 원노트도 성능이 좋다고 추천했다.
 
  강 관장이 자신의 휴대전화 ‘구글포토’를 켜고 “일출(日出)”이라고 하자, 강 관장이 2012년부터 찍어 클라우드에 저장한 일출 장면들이 순식간에 펼쳐졌다. 강 관장이 “구글포토, 이놈이 일출을 아네!”라고 탄성을 질렀다. 강 관장이 “강아지!”라고 하자, 지난해 입양 받은 유기견을 안고 있는 강 관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이것은 구글의 인공지능엔진인 텐서플로(TensorFlow)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며 “텐서플로는 구글 검색, 구글맵, 구글 번역 등 구글의 주요 서비스에 탑재돼 사람의 눈처럼 패턴을 읽어주는 인공지능 기능을 한다”고 했다.
 
  강 관장은 “구글포토를 한 번 실행하면 내가 찍은 사진들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 구글포토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암호화돼 저장된다”며 “휴대전화를 잃어버려도 사진이나 데이터는 얼마든지 다시 불러오기를 하면 된다”고 했다.
 
  — 보안을 염려하는 일부의 우려도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관한 막연한 공포가 있습니다만, 미국 정부기관도 아마존 등의 클라우드 제품을 사용합니다. 보안 위해는 필요 이상 과장된 측면이 많습니다. 업무 편의성과 보안 확보 두 마리 토끼의 상충을 잘 조화시키면 되죠.”
 
  강 관장은 “구글번역 앱을 활용하면 어떤 나라에서든지 그 나라 사람과 리얼타임 통·번역으로 대화가 가능하고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의 뉴스를 자동번역 된 화면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일본 뉴스가 95% 이상 번역이 정확한 까닭은 1억명의 인구가 구글을 사용함으로써 일본어 말뭉치가 쌓여 번역과 음성인식 기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판물의 경우도 구글번역 앱에서 100개 국어 이상 번역이 가능하니 어떤 외국어라도 PDF파일에서 텍스트만 추출하면 한국어 콘텐츠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영어문서의 경우는 1차 일본어로 번역한 다음에 그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완성도가 높아지죠. 구글맵은 한글로 전 세계 지도를 제공하고, 해외여행 때 주변 음식점에 대한 평가(★)까지 제공합니다.”
 
  그는 “지난 3년간 스마트폰으로 7000페이지, 17권의 책을 전자책 형태로 저술한 것도 음성입력 기능 덕분”이라고 했다. 에버노트를 이용하거나 PC나 랩탑에서 구글 드라이브 계정을 만들어 ‘새로 만들기’ 새 문서 작업에서 음성입력 단추를 눌러 말만 하면 문서 텍스트로 척척 바꿔서 입력해 주기 때문이다.
 
  — IT 활용은 디지털시대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하시는데, IT 기기 활용을 통해 관장님의 일과를 볼까요.
 
  “‘구글 알리미’ 기능을 통해 아침 기상 이후 운동을 마친 다음, 필요한 정보를 아주 손쉽게 잘 차려진 밥상처럼 대면합니다. 출근하면 4개의 멀티 모니터를 통해 세계 각국의 주요 뉴스를 자동 번역 방식으로 아주 손쉽게 접근해요. 직접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한 잔 마시며 전 세계의 정보와 대화한 후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육사 교수부의 추억
 
  — IT에 빠지게 된 계기는.
 
  “1985년 군법무관 훈련을 마치고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법학과로 ‘마라톤 타자기’를 들고 출근했습니다. 그때는 PC는 애플의 8비트 컴퓨터밖에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육사의 중형 파일서버인 미국 DEC사의 VAX 7200 중형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 기능을 처음 본 날, 충격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타자기 시대인 당시로선 지우면 당겨지고 다시 쓰면 끼어드는 터미널 화면의 모습은 환상의 도깨비 방망이였어요. 그날 이후 저는 전산장교들의 도움을 받아 파스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부터 실전형 컴퓨터 기술까지 습득하게 됐습니다.”
 
  — 재판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15년간 정보기술(IT) 잡지를 모아 6개월마다 모르는 내용을 묶어 책으로 다시 제본할 정도로 사법고시 공부하듯 달달 외웠다고 들었습니다. IT의 고수가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었겠는데요.
 
  “《HOW PC》 《PC 사랑》 같은 종이잡지 과월호 6개월 치가 모이면 광고를 빼버리고 제본선을 절단한 후 3000쪽 분량을 500쪽으로 압축해요. 모르거나 2회독 이상 볼 기사만 추려서 페이지를 매기고 목차를 타이핑한 후 다시 제본하여 3~5회 이상 정독하는 식입니다. 이 방법이 IT와 컴퓨터 세계의 현황을 따라잡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그걸 1년에 2번씩, 15년을 계속하니 친구들이 아주 징글징글하다고 하더군요.”
 
  — 법원에 컴퓨터가 들어온 건 1991년이지요.
 
  “1988년 초임법관으로 임관된 후 서너 달 뒤에 XT급 PC를 조립품으로 구매해 본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손해배상 사건을 ‘로터스 123’ 프로그램으로 일주일 걸리는 계산을 30분 만에 해치우는 것을 본 동료들이 뒤를 이어 PC를 사비(私費)로 사곤 했죠.”
 
  강민구 관장은 1990년대 중반 법원 정보화의 초석을 놓은 황찬현 부장(현 감사원장) 등 선배들을 천리안 PC통신 법관 동아리 ‘주리스트(JURIST)’에서 만나, 사법정보화 프로젝트에 힘을 모았다. 강 관장은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으로 1997년 부임해 종합법률정보 총괄 책임자(PM)를 맡아 당시 김용담 수석재판관(대법관 역임)을 모시고 법원도서관에서 종합법률정보 버전 1.0 시험판을 공개 시현하던 기억이 새롭다”며 “종합법률정보는 1998년 9월 성공리에 개통해 한국 초유의 본격적인 C/S 기반 법률정보 DB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했다.
 
 
  중국 법원의 전자법정화에 ‘충격’
 
  — 1999년 미국 버지니아주 국립주법원행정센터(NCSC)에서 사법정보화 과정 연수를 다녀오고 나서 2003년 《함께하는 법정》이란 단행본을 냈는데 이 책이 전자법정과 전자소송의 초석이 됐다면서요.
 
  “2000년 귀국 후 일주일 만에 250쪽 보고서와 650메가의 자료집 CD를 묶어서 대법원 당국에 보고해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 법관들이 놀랐다는 후문을 들었어요. 당시 통상 1년 연수를 다녀와도 20~40쪽 이내의 보고서를 내던 시절이기 때문이었죠. 문익점(文益漸)이 된 기분이었죠. 그 보고서를 심화시켜 2003년 750쪽 단행본에 전자소송, 전자법정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그것이 향후 한국 사법부 전자소송, 전자법정의 기초 설계도가 된 것이죠.”
 
  — 현재 전자소송 이용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행정소송은 100%에 가깝고 민사는 60%를 넘어섰습니다. 형사는 약식사건 중 일부가 전자화돼 있어요.”
 
  — 우리나라 사법정보화 수준은요.
 
  “단연코 세계 탑 1~3위 내에 듭니다. 세계은행이 해마다 180여 개국 이상 국가를 상대로 기업환경평가보고서(Doing Business Report) 연차보고서를 내는데, 그중 민사 계약이행 부문에서 2017년 1위를 차지했습니다.”
 
  — 현재 대법원 사법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CIO)을 맡고 계신데, 앞으로 대법원의 사법정보화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생각이신지요.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 인근 우전에서 열린 사법정보화 법관회의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사법정보 시스템을 배워갔던 중국 법원이 어느새 독자적인 음성인식 기능을 개발해 음성인식기가 법정 재판 기록을 하고 속기사는 그 기록에서 오·탈자만 잡고 있었습니다. 이날의 충격으로 중국을 단시일 내에 추월하자는 게 목표가 됐습니다.”
 
  강 관장은 “현재 중국은 법관 1인이 인구 9000명을 감당하는데, 우리나라는 1만7000명을 감당하고 있다”며 “따라서 판사들의 격무를 줄이는 방향의 사법정보화가 필요한데 지금 판결문을 구술로 작성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요.
 
  “판사들을 타이핑하는 것으로부터만 해방시켜도 업무가 엄청나게 줄어들 겁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고 열린 법원과 열린 재판을 구현해야 합니다. 향후 사법정보화의 방향은 세계 톱 클래스의 사법정보화 수준을 더욱 고도화시켜 보다 앞선 사법정보화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강줌마’
 
  강 관장은 강연에서 시대의 변화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지난 30년간 1만5000여 건의 사건 처리와 5만여 명의 사건 관계자들을 마주했다. 그는 ‘4대강 사업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 ‘친일파 이해창 후손 토지소유권 확인소송 사건’ ‘군내 자살사고 사망자 국가유공자 인정’ ‘유한킴벌리 특허침해금지 사건’ ‘녹십자 혈우병 제제 에이즈 감염 손해배상 사건’ ‘대표적 군의문사 사건인 허원근 일병 사건(항소심)’ ‘구로공단 토지 강제수용 사건’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건들을 처리했다.
 
  — ‘IT(정보통신) 전도사’ ‘강줌마(강+아줌마)’ ‘스티브강스(스티브잡스+강)’ ‘디지로그 판사’ ‘바보판사’ 등 강 관장님을 수식하는 말이 많습니다. 어느 별명이 마음에 드시나요.
 
  “(웃음) ‘바보판사’죠. 어려운 사건이나 장기미제 사건을 뒤로 미루지 않았어요. 그 덕에 바보판사라는 별칭을 얻었어요. ‘스티브 강스’는 스티브잡스와 강민구 합성어고요. ‘강줌마’는 요리를 잘해서예요. 관사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일상화돼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 보니 저절로 요리에 관심이 갔습니다. 직원들이 관사에 와서 미역국이나 다른 음식을 맛보고 ‘강줌마’라는 별명을 붙여준 거예요. 감식초도 직접 만들고, 소주, 식초, 간장, 설탕을 동일비율로 배합해 장아찌도 직접 만듭니다.”
 
  강 관장은 성남지원에서는 음악법정을, 창원지법원장·부산지법원장 시절에는 예술법정과 스마트법정을 구현하는 등 혁신적인 법원 행정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전자법정, 예술법정이 지향하는 것은 뭔가요.
 
  “사법부의 목표는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법정 환경을 재설계하고 배치해 궁극적으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수긍할 수 있는 재판을 하자는 것이죠. 물적 인프라인 전자법정의 발전과 더불어 심적 인프라인 예술법정이 바로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예술법정과 음악법정을 한국 사법부에 처음 도입하셨는데, 반응은요.
 
  “2003년 성남지원 근무 시절 형사단독 재판장을 하면서 법정 열리기 전 음악법정을 운영했고 2014년 창원법원장 부임 후 전 법정에 미술품을 게시한 예술법정 개념을 120년 근대사법 역사에서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 청사에 가보셨나요? 벽화로 도배를 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강 관장은 법정에 걸린 작품 〈봄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창원지법 212호 법정에 민사부 최아름 판사의 어머니 고(故) 박덕기 화백이 생전에 자신과 아들인 최 판사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요. 박 화백은 아들이 판사 임관 6개월 전에 눈을 감았고 아들은 모친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제게 슬며시 들고 왔던 겁니다. 재판 중에 모친과 ‘영혼의 대화’를 하려는 자식의 애틋한 마음이었죠. 나중에 결혼식 주례를 하게 되면서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돼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재판을 하다 보면 법률쟁점보다 상호간 오해와 소통부재로 일어나는 사건이 대부분인데 예술법정은 피고인과 변호사, 방청객 등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 AI시대를 맞아 기자도 위기지만 법관도 위기라는데요.
 
  “맞아요. 향후 그 필요 인원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인간이 하기를 대중이 원하기 때문에 법관 직업은 상당 기간 소멸되지 않을 것이고 단순조사나 리서치 등은 기계가 대신해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 지인들에게 IT 관련 자료 파일을 전해 주시는 걸로도 소문이 났습니다만.
 
  “정보는 나누어야 그 가치가 증대되고 움켜쥐면 휴지에 불과합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이라는 말이 제 좌우명입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인생관으로는 성공할 수도 없고 행복할 수도 없습니다. 디지털, SNS 시대라 해도 진정한 실력은 인간적인 것, 아날로그 내공에서 나옵니다.”
 
 
  ‘단톡방’의 효능
 
  — 신문·방송 정보 외에도 뉴미디어를 통해서 유입되는 정보 또한 오류가 많습니다. 엉터리 정보에 현혹당하지 않는 비법은 없을까요.
 
  “1:9:90 법칙에 따라 최초의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자는 1%에 불과하고, 9%는 펌족, 90%는 눈팅족으로 만족합니다. 확실한 출전과 원저자가 없는 정보는 왜곡되고 선정적 정보일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즉각적으로 퍼 나르기에 동참하지 말고 구글링이나 네이버 검색 등으로 검증 과정을 반드시 거치고, URL 주소도 확보해 퍼 날라야 나중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평가받지 않습니다. 양질의 정보를 구하려면 SNS상의 프렌드가 양질이어야 하고 본인 자신도 꾸준히 양질의 정보를 생산, 유통하는 자발적이고도 끊임없는 수련과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강 관장은 “자기 생각이나 의견은 1%도 생산·유통하지 않고 언론기사나 타인이 보내준 정보만 퍼 나르면 주변 네트워크상에서 신뢰를 구축할 수 없고 프리라이딩(무임승차)하는 가벼운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쉽다”며 “결국 모바일·SNS 세상의 핵심인 콘텐츠 생산 능력은 총체적 개인별 지력의 총합으로 꾸준한 독서와 사고실험, 내면적 수련, 글쓰기 훈련 등을 거쳐야 해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 단체 카톡방을 잘 활용하신다는데 직원들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나요.
 
  “단톡방 운영으로 회의의 90%를 줄일 수 있지만 오용하면 직원들에게 큰 스트레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 원칙을 만들었어요. 먼저 기관장은 업무시간에만 글을 적고 구성원은 1년 24시간 마음대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응답을 즉시 응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기밀이나 대외비는 올리지 않고요. 급한 용무는 전화나 대면보고로 하고 단톡방에는 일상적인 용무만 적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단톡방은 부서별 칸막이를 없애고 엄청난 업무혁신을 했습니다. 기관장 일정은 모두 공개하고 직원들은 실시간으로 기관장 일정을 확인할 수 있어요. 지금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법원도서관 전 직원이 알고 있는 겁니다.”
 
  강민구 관장은 창원지법원장 근무 당시 350명, 부산지법원장 재직 시절 600명의 직원 모두와 티 타임을 가질 정도로 다도(茶道)로 직원들과 소통한다. 기자도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가 하동 지역에서 직접 덖어온 우전차를 여러 잔 마셨다. 2녀1남 자녀들을 법조인과 국제적 패션디자이너로 키운 강 관장이지만 자식교육관은 독특하다.
 
  “우리 아이들, 앞으로 ‘사(士)’ 자 들어가는 직업 갖게 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논리나 수식으로 먹고사는 직업 대부분이 사라집니다. 알파고 시대에는 창의력과 통섭적 능력이 중요하니 아이가 잘하는 분야를 밀어주세요. 무슨 전공을 하든지 컴퓨터 베이스 지식이 안 들어가면 헛일입니다. 요즘 젊은 판사도 보면 자기주도형으로 공부한 판사와 과외로 공부한 판사는 한 3년만 지나면 결판이 나요. 컴퓨터게임도 너무 죄악시하지 마세요. 대신 게임을 하고 나면 반드시 육체적으로 땀 흘리는 운동을 시켜주고 명상이나 호흡법을 가르쳐주면 더욱 좋습니다.”⊙
 
강민구 관장의 스마트폰 활용 동영상
 
  ※유튜브에서 ‘강민구 법원장’ 입력 검색
  — 음성인식 에버노트 기초 http://youtu.be/paRd5Xzpqo0
  — 음성입력 에버노트 설명 http://youtu.be/ufyHyf0vBHQ
  — 에버노트+아래한글 연동문서작성 https://youtu.be/kQjgZeCfaIU
  — 세계뉴스 보기 & 산업의 혁신 보기 http://youtu.be/qt_mMCjgCuI
  — 구글 번역 앱 활용 https://youtu.be/bxW7aiuguSA
  — PC에서 음성입력 https://youtu.be/Qzyp-IV-dG0
  — Office Lens 활용 https://www.youtube.com/watch?v=FejU62yy1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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