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부메랑 된 '김상곤의 성명'

감투봉 2017. 6. 16. 08:46


부메랑 된 '김상곤의 성명'

입력 : 2017.06.16 03:12

[김상곤, 김병준 지명한 당시 靑에 "논문 표절이 사소한 실수?"]

2006년 교수노조위원장때 김병준 부총리에 "표절, 사퇴하라"
청문회까지 통과했던 金부총리, 취임 18일만에 물러났는데…

11년前 교수노조의 성명 통해 "도덕 불감증에 빠진 청와대… 자만에 빠진 전형적인 모습"
金측 "김병준 교육관 때문에 반대"

박사 학위 논문 표절과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위원장으로 있던 지난 2006년, 논문 표절·중복 게재 논란에 휩싸인 당시 김병준 교육부총리에게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김 부총리는 당시 인사 청문회를 통과했으나 교수노조 등 여론의 사퇴 압력이 이어지자 취임 18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후보자로선 김 부총리에게 던진 비판이 11년 만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맞게 됐다.

김 후보자는 1983~2009년까지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를 지내면서 노무현 정부 때인 2005~2007년 교수노조 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2006년 7월 인사 청문회를 통과해 교육부총리에 취임했다. 하지만 이후 자기가 지도한 제자 박사 학위 논문의 설문 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학술지에 발표하고, 같은 논문을 두 개 학술지에 중복 게재한 의혹이 여러 건 드러나면서 사퇴 여론이 일었다. 특히 같은 논문을 두 개 학술지에 발표하고 교육부 두뇌한국(BK)21 사업 실적으로 중복 보고한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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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공제회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의혹 등에 대해 이날도“인사청문회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당시 김 부총리는 제자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선 "내 논문이 제자 논문보다 먼저 작성됐고, 설문 조사를 공동 사용하기로 제자와 약속했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다"고 해명했고, BK21 논문 중복 게재 의혹에 대해선 "실무자의 실수"라고 밝혔다. 이에 교수노조는 김병준 부총리 취임 1주일 뒤인 2006년 7월 28일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즉각 사퇴하여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교수노조는 성명서에서 "청와대는 교수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김병준 부총리를) 임명하였다. 그 후 제자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더니 이제는 논문 중복 게재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우리는 상당한 연구비가 걸린 과제에 대하여 제목까지 바꿔가면서 보고한 것이 제자의 단순한 실수였다는 해명을 믿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교수노조는 이어 "그(김병준 부총리)는 이미 도덕적으로나 교육적으로 학생들의 교육을 지휘 감독하고 교수들의 연구를 촉진시켜야 할 교육부총리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상태"라며 "그가 이제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루빨리 사퇴하는 길뿐"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노조는 이 성명을 발표하기 전인 7월 14일에는 다른 교수 단체 등과 함께 김병준 부총리가 "신자유주의적인 교육관을 갖고 있어 교육 개혁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부총리 임명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병준 부총리를 지명한 당시 청와대도 교수노조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교수노조는 "청와대와 열린우리당(당시 여당)의 '도덕 불감증'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사소한 실수라느니 이미 청문회가 끝났다느니 하는 식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정당한 요구에 귀를 막으면서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과 자폐에 빠진 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겸손하게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무리 힘들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교수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한 후 비판 여론이 커지자 김병준 부총리는 결국 취임 18일 만에 사퇴했다.

그로부터 11년 뒤 김상곤 후보자는 김병준 당시 부총리와 표절 및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이라는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1982년 석사학위 논문에서 약 130곳을 표절한 의혹 ▲1992년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에서 일본과 국내 9개 문헌 44개 부분을 출처 없이 인용해 표절한 의혹 ▲1997년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기관지에 발표한 내용을 한 달 뒤 한신대 논문집 특별호에 그대로 발표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아 '중복 게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준비단( 교육부 소속) 관계자는 "기관지나 대학 내 학술지에 (본인의 같은 논문을) 올리는 것은 당시 관행에 비춰보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교수노조 위원장 때 낸 성명서에 대해 인사청문회 준비단 측은 "당시 김병준 부총리 임명을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논문 문제가 아니라 김 부총리가) 신자유주의적 교육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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