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사설] 에너지 백년대계를 '날치기'하는 정권

감투봉 2017. 7. 15. 09:37

[사설] 에너지 백년대계를 '날치기'하는 정권


    입력 : 2017.07.15 03:10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어제 아침 본사가 아닌 경주의 한 호텔에서 예고 없이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의결했다. 전날 이사회가 노조와 원전 건설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하루 만에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했다. 애초 다음 주 초 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했다. 정부 거수기 역할을 하느라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공사 중단에 반대해온 한수원 노조는 "국가 중대 정책을 '도둑 이사회'로 결정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로써 새 정부 들어 우리나라 신규 원전 건설은 모두 중단됐다. 공정률 90%가 넘어 건설 중단이 불가능한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2호기만 예외다. 새로 건설하던 원전 6기 가운데 공정률 낮은 4기는 이미 용역 절차가 중단됐다. 공정률 28.8%인 신고리 5·6호기는 3개월 시한으로 공사를 중단한 뒤 최종 운명을 시민 배심원단 손에 맡긴다.

    국민 생활 전반과 산업 경쟁력, 나아가 국가 안보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끼칠 국가 에너지 정책을 이렇게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불과 몇 달 만에 비전문가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은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원전 문제는 대선 이슈도 아니었다. 탈원전하자고 투표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데도 원전 일시 중단을 국무회의에서 고작 20분 만에 처리한 뒤 한수원 이사회에서까지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정부는 공론화 과정에 대해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고 하지만 이런 절차를 보고 누가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나. 한수원 이사 13명 가운데 공사 중단 반대는 단 한 명이었다. 이것이 지금 탈원전을 둘러싸고 형성된 공론을 대변한다고 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장 공사가 중단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협력업체만 1700여 곳이다. 3개월간 손실은 1000여억원이다. 이 돈은 누가 내나. 새 정권 책임자들이 내나. 모두 국민 부담이다. 국민 세금, 국민 부담이 엄중한 줄을 모른다.

    탈원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납득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의 연속이다. 탈원전 대선 공약 자체가 비전문가들에 의해 편향되게 만들어진 것이다. 대통령이 밝힌 탈원전 이유도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자연 조건도 안 되는 나라에서 현재 2%도 안 되는 태양광·풍력으로 국가 전력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원전을 대체한다는 환상을 실제 정책으로 발표했다. 세계는 원자력을 클린 에너지로 보고 원전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했던 일본조차 재가동하고 다음 달 원전 신·증설까지 검토한다. 일본은 이를 시민 배심원이 아니라 전문가 회의에서 검토해서 결정한다. 그런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는 거꾸로 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원전 산업은 연 매출 26조8000억원에, 99% 기술 자립을 이뤄 600조원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한 수출 산업이다. 5년 임기 대통령이 50여년간 쌓아온 원전 산업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현 정권의 탈원전이 직접적으로 나라에 피해를 끼치기 시작할 때 정권은 이미 바뀌어 있을 것이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무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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