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시간 쪽잠…수면장애 만성화
운행 가장 길고 휴식 가장 짧아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하소연에
회사는 “정 급하면 열차 세워라”

9호선 노동자들은 운영사의 무리한 노동운영 실태를 고발하며 파업을 진행해왔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앞 시위현장. 남은주 기자
9호선 노동자들은 운영사의 무리한 노동운영 실태를 고발하며 파업을 진행해왔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앞 시위현장. 남은주 기자
서울지하철 9호선 전직 기관사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기관실에서 여러 번 아찔한 경험을 했다. 수면장애로 3일 동안 2~3시간밖에 자지 못해 운행 중 깜빡깜빡 조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면장애를 겪기 직전엔 열차문을 닫을 때 승객이 낄까봐 불안해서 가슴이 조여드는 증상이 먼저 찾아왔다. 늘 잠이 모자란 상태에서 혼자서 승객 2000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견디지 못한 그는 결국 기관사 일을 그만뒀다.

9호선 기관사들은 무리한 교대근무와 1인승무제로 인한 부담을 이야기하며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1인승무제로 운영되는 9호선 기관실 모습. 9호선지하철노동조합 제공
9호선 기관사들은 무리한 교대근무와 1인승무제로 인한 부담을 이야기하며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1인승무제로 운영되는 9호선 기관실 모습. 9호선지하철노동조합 제공
<한겨레>가 지난 3일 서울 용산 철도회관에서 파업에 참여하는 9호선 기관사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상당수 기관사들은 스트레스에 따르는 불면을 호소했다. 기관사들은 새벽 2시에 퇴근해 다음날까지 쉬고 다시 새벽 4시에 출근한다. 복수의 기관사들은 “그 때마다 2~3시간 눈을 붙이고 출근한다”고 했다. 밤낮을 번갈아 3조2교대로 근무하는 9호선 기관사의 심각한 수면장애([♣<한겨레> 12월4일치 5면♣])가 한 기관사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9호선지하철노동조합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9호선 기관사의 하루 평균 운전시간은 5시간 34분 45초다. 전체 서울지하철 승무노동자 가운데 가장 길고, 대기시간(무급휴식 시간)은 1시간 38분으로 가장 짧았다. 반면 1~8호선 기관사의 운전시간은 4시간 20분~4시간 34분으로 9호선보다 1시간 이상 짧고, 대기시간은 3시간 9분~3시간 28분으로 9호선보다 2시간가량 더 길었다. 기관사들은 1인승무제와 과도한 교대근무, 짧은 휴식시간으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기존 철도에서도 기관사들의 잇따른 자살이 문제가 되어 왔다. 올해 1월 사회공공연구원이 ’도시철도 승무분야의 노동실태’를 조사했더니 승무원들은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조직문화’와 ‘수면 문제’를 꼽았다. 한임인 노동환경연구소 연구원은 “9호선은 비교집단 중 가장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정신건강도 더 열악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9호선 한 기관사는 “회사에 찍히면 승진 누락은 물론 일상적인 모멸을 당한다. 아프다는 이야기는 절대 할 수 없다”고 했다.

회사 쪽 판단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 서울9호선운영㈜ 기획홍보실 임대환 실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9호선 기관사 근무일수는 1~8호선에 비해 오히려 적지만 실제 운전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여성기관사들 건강이 특히 취약한 이유에 대해 “정 급하면 열차를 세우고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배려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관사들이 운행 중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기관사들이 승객 안전 문제가 아닌 상황에서 정차시간을 넘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월10일 지하철 9호선 개화역에 도착한 여성기관사가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기절한데 이어 4일 새벽 4시55분에도 김포공항역에서 출발하려던 여성기관사가 건강이상을 호소해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회사 쪽은 “지난달 10일 기절했다고 노조가 주장한 여성 기관사는 기절한 것이 아니라 개인 질병으로 복통을 일으킨 것이며, 회사는 기관사에겐 철도안전법에 규정돼 있는 건강검진을 실시해 왔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