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특검 “김경수 앞 킹크랩시연 ID는 모두 해외가상인”

감투봉 2018. 8. 17. 17:29
특검 “김경수 앞 킹크랩시연 ID는 모두 해외가상인”

 

▲ ‘운명의 날’ 김경수 경남지사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에 들어가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김경수 영장 심사 출석 

특검, 네이버 ID 10여개 특정 
소환때 거론않고 오늘 첫 제시 
물증도 확보 ‘스모킹건’ 가능성 

與대표 “영장청구 무리한 것” 
법원에 영장기각 압박 논란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김경수 경남지사 앞에서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킹크랩(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시연’에 동원된 네이버 아이디(ID) 10여 개를 특정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당시 네이버에 로그 기록이 남은 이들 ID는 모두 말레이시아 등 해외 소재의 가공인 명의로 만들어진 ‘깡통 ID’인 것으로 파악됐다.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 사용의 불법성을 인지, 들통났을 경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특검은 보고있다.  

복수의 특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지사가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인 ‘산채’를 방문한 2016년 11월 9일 오후 7∼8시 사이에 킹크랩의 초기 버전이 가동됐다. 특검은 특정 시간대에 기사 댓글의 로그 기록 및 접속 IP 등을 분석해 킹크랩 가동 패턴과 일치하는 로그 기록을 발견했다. 로그 기록을 남긴 ID를 추적한 결과, 모두 실존인물이 아닌 동남아권 소재의 가상 ID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포함한 ‘20161109 온라인정보보고’ 문건 보고를 들은 후, 드루킹 일당과 산채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특검 내부에서는 이 같은 로그 기록이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했을 때 킹크랩이 작동됐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보고 있다.

김 지사에 대한 두 차례 소환 조사에서도 로그 기록 등을 제시하지 않을 정도로 보안을 유지해온 특검은 이날 구속영장심사에서 처음으로 ‘킹크랩 가동’ 물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킹크랩 개발이 김 지사가 앞서 ‘산채’를 방문했던 2016년 9월 28일부터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해 10월부터 킹크랩 가동 패턴과 일치하는 네이버 로그 기록이 발견된다는 물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특검은 로그 기록 등을 바탕으로 킹크랩 활용이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정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특검이 김 지사를 대선을 겨냥해 킹크랩 개발과 확장에 관여한 드루킹 일당의 업무방해 혐의 핵심 공범으로 지목한 건 이 때문이다. 특검이 확보한 ‘2017년 대선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활동백서’ 등 문건과 진술에 따르면, 드루킹 일당은 대선 기간 킹크랩 100대를 동원해 댓글조작을 벌였다. 2016년 11월 9일 시연 당시 10개 미만의 휴대전화가 동원됐던 킹크랩은 대선 기간 동안 휴대전화 3000대가 동원되는 매머드 프로그램으로 진화한 것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오전 ‘대선 개입 증거를 확보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영장을 청구할 정도면 그에 대해 충분한 소명자료를 확보한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무리한 것”이라고 규정한 뒤 “법원은 구속영장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해 영장 기각을 압박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정우·김수민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