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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그날 보는 듯… 김광현의 공은 살아있었다

감투봉 2018. 11. 14. 11:10

8년전 그날 보는 듯… 김광현의 공은 살아있었다

조선일보
  • 주형식 기자  

  • 입력 2018.11.14 03:01

    8년전 우승땐 막내뻘, 이젠 30세 고참… 그가 돌아본 한국시리즈

    "숙소로 돌아가 바로 침대에서 곯아떨어졌는데, 어제 우승 세리머니로 춤췄던 게 꿈인가 싶을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네요."

    SK 와이번스 좌완 투수 김광현(30)은 13일 평소보다 잠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SK는 지난 12일 한국시리즈 6차전 13회 연장 승부 끝에 두산을 5대4로 제치고 통산 네 번째 정상에 올랐다. 3―4로 뒤지던 9회초 2사 후 최정이 극적인 동점 홈런을 때리고, 13회엔 한동민이 승부를 결정 짓는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김광현은 마지막 13회말 마운드에 올라섰다. 두산 선두 타자 백민기를 범타로 처리한 데 이어 양의지를 3구 삼진으로 잡았다. 패스트볼 3개가 153㎞, 153㎞, 154㎞가 찍힐 정도로 빨랐다. 김광현은 이어 시속 142㎞ 고속 슬라이더를 승부구로 마지막 타자 박건우를 삼진 처리하며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김광현은 우승 확정 순간 뒤로 돌아 야수들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베테랑 투수 김광현의 만세 세리머니에 SK 팬들은 열광했다. 김광현이 지난 12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순간 뒤로 돌아 야수들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 김광현 등 뒤로 포수 허도환이 기뻐하며 달려오고 있다. 김광현은 “나도 모르게 흥분하는 바람에 후배들을 바라보며 만세를 불렀다”고 말했다.
    베테랑 투수 김광현의 만세 세리머니에 SK 팬들은 열광했다. 김광현이 지난 12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순간 뒤로 돌아 야수들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 김광현 등 뒤로 포수 허도환이 기뻐하며 달려오고 있다. 김광현은 “나도 모르게 흥분하는 바람에 후배들을 바라보며 만세를 불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원래 포수 허도환 선배랑 먼저 껴안는 게 도리였는데, 나도 모르게 흥분하는 바람에 후배들을 바라보며 만세를 불렀어요. 2007년 우승 때도 기뻤지만 올해 우승은 후배들과 함께 힘들게 이룬 결과물이기 때문에 훨씬 더 기쁜 것 같아요."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11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고 했다. 안산공고를 졸업한 김광현은 2007년 SK에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시즌 성적 20경기 3승7패(평균자책 3.62)에 그친 그는 그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상대는 그해 22승5패를 기록한 두산 리오스였다.김광현은 열세라는 평가와는 달리 7과 3분의 1이닝 동안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4대0 승리를 이끌었다. 김성근 당시 SK 감독은 "큰 스타가 한 명 탄생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세를 탄 SK는 5~6차전까지 내리 이겨 한국시리즈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당시 첫 우승 이후 2008, 2010년에도 패권을 차지하며 '왕조'를 구축했다. 김광현은 "11년 전만 해도 선배들이 사주는 저녁밥 먹으면서 예쁨 받는 막내였는데,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잔소리하는 선배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때는 우승 뒤 선배에게 인사 - SK 김광현이 지난 2010년 10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마지막 타자 현재윤을 삼진 처리한 뒤 포수 박경완(현 SK 배터리 코치)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때는 우승 뒤 선배에게 인사 - SK 김광현이 지난 2010년 10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마지막 타자 현재윤을 삼진 처리한 뒤 포수 박경완(현 SK 배터리 코치)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현은 4차전 패배 후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3개를 꺼내 야구장으로 갖고 나가 후배 투수들에게 보여줬다.

    "2007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조웅천 SK 코치(현 두산 코치)가 현대 유니콘스 선수 시절 당시 땄던 우승 반지를 보여줬어요. 그게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된 추억이 있어요."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굳은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경기 전 그의 몸 상태를 염려해 출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김광현은 "팀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보여준 우승 반지
    후배들에게 보여준 우승 반지 - SK 김광현이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지난 1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우승 반지 3개를 자기 손가락에 끼고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 /김태훈 인스타그램

    올 시즌은 김광현이 부활을 확인한 무대였다. 그는 작년 1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한 시즌을 쉬었다. 올해 복귀해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등판해 11승8패(평균자책 2.98)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김광현은 힐만 감독 지시로 팔꿈치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최소 6일 휴식을 보장받은 덕분에 컨디션을 서서히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넥센과 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6이닝 5실점하며 흔들렸지만, 9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8년 만에 통산 네 번째 우승 반지를 갖게 된 김광현은 "SK 팬들에게 오랜만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내년 시즌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마운드에 돌아와 다승왕을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4/20181114001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