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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재앙?.. 아기 IQ 알고 낳는 시대

감투봉 2018. 11. 17. 07:12

축복? 재앙?.. 아기 IQ 알고 낳는 시대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18.11.17. 03:10 

      

[오늘의 세상]
美유전자업체, 시험관 시술때 수정란 지능 들여다보는 기술 개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지능(IQ)을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 검사로 가려내는 기술이 나왔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의 유전자 검사 업체인 '지노믹 프리딕션'이 시험관 아기 시술 과정에서 미래 태어날 아기의 지능을 예측하는 유전자 검사를 병원들과 같이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업체는 아기의 IQ가 평균보다 크게 떨어질 위험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방법으로 IQ가 높은 아기를 골라 낳을 수도 있어 '맞춤형 아기'에 대한 윤리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인공수정에서 IQ 낮은 수정란 차단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노믹 프리딕션이 지난달부터 불임 치료 전문 병원들과 새로운 다중 유전자 검사법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사는 심장병이나 당뇨병, 감염성 장질환과 함께 정신적인 결함도 유전자 검사로 가려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노믹 프리딕션은 미국 미시간주립대 스티븐 쉬 교수가 지난해 창업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4일 지노믹 프리딕션이 고속 유전자 검사 기술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수백 가지 유전자들이 동시에 관여하는 질병을 수정란 단계에서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지금도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수정란(배아)의 세포 몇 개를 떼내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유전 질환에 걸릴 위험이 작은 배아만 골라 여성의 자궁에 착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착상 전 유전자 검사'는 특정 염색체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다운증후군이나 단일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인 혈우병같이 법으로 정한 일부 유전 질환들만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지노믹은 수백 가지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한다. 성인에서는 이런 검사가 이뤄졌지만 수정란 단계의 다중 유전자 검사로는 처음이다. 지노믹은 다중 유전자 검사로 나중에 태어날 아기의 IQ가 평균(90~110)보다 25 정도 낮은 '정신적 장애'를 가진 수정란을 골라내 폐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계에서는 지능 유전자 검사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고 본다. 지난 8월 미국과 영국 공동 연구진은 쌍둥이 6000쌍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고교까지 학업 성취도는 70%가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고 발표했다. 또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지난 3월 영국인 24만명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 538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외모·지능 고르는 맞춤형 아기 우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능 유전자 검사가 또 다른 사회적 차별을 부를 수 있다고 비판한다. 유전자 검사 반대 단체의 대변인인 린 머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포용과 다양성이 사회 진보의 척도라는 점에서 수정란에 대한 지능 유전자 검사는 비윤리적"이라고 반대했다. 지능이 높은 아기를 골라내는 행동이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 연구에서는 학업 성취도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강하게 나온 사람들이 자폐에 걸릴 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

지노믹사는 윤리적 논란을 우려해 IQ가 높은 수정란을 고르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티븐 쉬 대표는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지능 예측을 원한다"며 "우리가 하지 않아도 다른 회사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수정란의 지능 유전자 검사가 곧 현실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의 케빈 미첼 교수는 "미국에서 수정란에 대한 지능 유전자 검사가 금지되면 다른 나라로 가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남아 선호가 강한 중국과 인도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남아만 골라 출산하는 일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남성이 여성보다 3400만명이나 많다고 추산된다. 이런 국가들에서는 수정란의 지능 유전자 검사가 법망을 피해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퀸즐랜드대의 피터 비셔 교수는 "애완견 복제에 수십만 달러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에서 수정란의 IQ 검사를 하려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아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영국이 허용한 이른바 '세 부모 아기' 시술이 대표적이다. 난자의 유전적 결함을 차단하기 위해 인공수정 과정에서 부부의 정자, 난자와 함께 다른 여성의 건강한 난자까지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 역시 치명적인 심장 질환 차단이 목적이지만 언제든 지능과 외모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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