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규
판사 SNS
게재내용
-
“추상적 보충적인 법리 적용 소멸시효 등 장벽 쉽게넘어
비엔나협약 따라 해석하면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것”
현직
부장판사가 30일 일제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정면 반박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급심
법원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공개
반박’으로
비상한 관심 속에서 법조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김태규(사진)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012년과
지난해 최종 확정된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나라면
2012년
대법원이 파기환송하기 전의 1,
2심
판단(원고
패소)대로 했을
것”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작성해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게재했다.
A4 용지
26쪽 분량의
글로 현재 동료 판사 및 법조인들이 돌려가면서 읽고 있다.
그는 글을
작성하게 된 배경에 대해 “외교분쟁은
양국 정부 간 충돌에서 발생하는데,
법원의
판단이 일부 원인 제공을 했다는 것이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소부(주심
김능환 당시 대법관)는
2012년
신일본제철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이는
지난해 10월 대법
전원합의체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이
장벽 넘은 근거는 신의칙 =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이 △소멸시효
△법인격
법리 △일본
판결의 기판력(동일한
판결에 대해 다시 재판을 하지 못하도록 생기는 효력)이라는 세
가지 장벽을 어떻게 넘기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는지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이 사건 청구권은 일본과 국교가 회복된 1965년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40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민법 제766조에서
정하는 불법행위의 소멸시효 기간을 훌쩍 넘겼다.
게다가
신일본제철은 후지제철 등과 합병한 회사로서 구 일본제철과 다른 회사인 만큼 당사자성이 인정되지 않고,
이 사건
소송은 일본에서 확정돼 기판력이 생긴 상태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이 세 가지 장벽을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공서양속위반 금지 원칙 등 보충적인 원칙들로 쉽게 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규정과
법이론을 무력화시키는 손쉬운 방법이 신의칙·공서양속과
같이 추상적이고 애매한 원칙들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민법
법리들을 보충적인 법리로 허물어버리면 앞으로 많은 소송당사자가 법원을 찾아와 자신들에게도 이러한 법 적용을 하는 특혜를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판결문도 인용 =
김
부장판는 “조약
해석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의하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에 따라’
성실하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일본 측에 요구한 8개
항목에는 피징용 한국인에 대한 기타 청구권과 같이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요구들이 포함돼 있는데,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를
추구한다면 이미 개인의 청구권은 해결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 조재연·권순일
대법관이 “개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힌
소수의견이 ‘조약의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에 따른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또 최초로
일본 측 배상책임을 인정한 김능환 전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작성했다는 언급에 대해 “판결문에
노고가 엿보이지만 건국하는 심정이 들 정도의 논리 전개를 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 논리 전개가 자연스럽거나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글
말미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의 판결문을 인용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
법원은 전쟁포로수용소 피해자였던 미군 병사가 일본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면서 “원고가
받아야 할 충분한 보상은 앞으로 올 평화와 교환됐다”고
판결했다.
김
부장판사의 글에 대해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리적으로
명쾌하고 시원한 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건기록을
검토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법관의 판결을 비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고위
법관은 “김
부장판사가 인용한 미국 법원의 판결 문구는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는 명문”이라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