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화이트리스트’ 도발

감투봉 2019. 8. 3. 15:51

강경화 “미국 많은 우려”…싱가포르·중국, 이례적 ‘일본 비판’

방콕 |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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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서도 ‘일본 보복’ 이슈

<b>‘사진이라도 찍읍시다’</b>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2일 오후 태국 방콕 센터라 그랜드호텔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직후 진행된 기념촬영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오른쪽)을 외면하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두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사진이라도 찍읍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2일 오후 태국 방콕 센터라 그랜드호텔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직후 진행된 기념촬영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오른쪽)을 외면하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두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한·미·일 외교장관 ‘30분 만남’ 
폼페이오 “미국, 역할 다 할 것”
세 사람, 회담 직후 악수도 안 해 
싱가포르 “화이트리스트 확대를”
중국 왕이 “하나의 가족인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64)은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한 일본의 조치 이후 한·일 갈등이 고조된 것과 관련해 “미국도 이 상황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약식 회견을 열고 “(미국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즉각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외교장관들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약 30분간 회동했다. 그러나 일본이 끝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강행하면서, 미국의 ‘중재’ 역할은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 장관은 회담 직후 취재진의 사진 촬영이 진행되는 중에도 환담이나 악수조차 나누지 않았다. 

강 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 대상 브리핑에서도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우리의 절제된 대응과 해결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각의 결정을 강행한 것에 대해 부당성을 분명히 지적하고 상황의 엄중함을 다시 강조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과 일본은 이날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EAS(동아시아) 외교장관회의에서 공방을 벌였다. 다자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제3국 참석자들이 비판성 발언을 쏟아냈다. 

강 장관은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의 조치에 대해 “엄중하게 우려한다”며 “매우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고노 외상은 “무엇 때문에 불만인지 모르겠다”며 일본 조치가 “필요하고도 합법적”이라고 맞받았다. 고노 외상은 “아세안 회원국들로부터 일본의 수출관리 조치에 대한 어떤 불만도 못 들었다”고 강변했다. 

그러자 싱가포르·중국 대표가 한국 지지성 발언을 하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비비언 발리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지역 경제통합을 위해서는 신뢰구축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화이트리스트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아세안+3은 하나의 가족과도 같은데 이런 문제가 생겨 유감이다”라며 일본 비판에 가세했다.

예상치 못한 공세에 당황한 고노 외상은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다시 쓰려 한다”며 한국에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했다. 이에 강 장관은 곧바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조치가 촉발된 것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다자회의 관례상 각국 대표들은 순서에 따라 한마디씩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특정국을 거론하는 일은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그러나 한국이 원래부터 화이트리스트에 없었던 아세안 국가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한 고노 외상 발언이 ‘비판’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 외교부도 이후 진행된 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미·중, 한·일 간 ‘무역보복’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국제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회의에서 자유무역질서에 대한 지지가 상당히 공감을 얻었다. 회의 결과물에도 상당한 수준으로 반영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