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2020 총선의 해, 국민이 현명하게 선택하는 길밖에는 없다

감투봉 2020. 1. 1. 08:25

[사설] 2020 총선의 해, 국민이 현명하게 선택하는 길밖에는 없다

조선일보
입력 2020.01.01 03:20

2020년 우리 국민은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나라의 진로를 다시 정한다. 우리는 크고 작은 고빗길마다 선택을 해왔고 그것이 우리의 역사가 됐다. 큰 흐름에서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해왔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번에 우리 앞에 놓인 선택의 의미는 남다르다. 올해 총선을 1988년 13대 총선과 같은 정초선거(定礎選擧)라고까지 한다. 선거 결과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과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는 과거 어느 선거보다 격렬한 양태로 진행될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대통령이 예고했던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와 실제 맞닥뜨려야 했다. 엄청난 포퓰리즘 세금 공세, 초유의 저성장, 반기업 정책, 탈원전 자해극, 고용 참사, 민노총 폭력, 교실 내 좌파 정치교육, 정권의 선거 공작, 실세들의 비리 은폐 등 벌어질 수 있는 일은 다 벌어졌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광화문과 서초동에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이 몰려나와 정반대 구호를 외치면서 대립했다. 나라가 분열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처럼 나라가 완전히 두 동강 난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주말마다 거리에서 격렬하게 맞부딪치는 민심의 충돌을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로 다른 국민의 뜻을 대변하며 통합의 장(場)이 돼야 할 국회에서 여야는 내내 평행선을 그렸다. 민주주의의 경쟁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과 나라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새로 짜는 공수처법마저 극단으로 치달았다. 나라의 기본 틀을 정하는 두 법을 여당과 일부 군소 정당이 제1 야당을 따돌린 채 강행 처리하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사태까지 벌어졌다.

5100만 국민의 안위가 걸린 북핵 문제는 예상대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싱가포르의 비핵화 언약은 반년 만에 하노이에서 신기루처럼 흩어졌다.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 전역을 사정거리로 한 미사일을 13차례나 쏘면서 위협했다. 대북 협상 전략과 분담금을 둘러싼 한·미 간 냉기류,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 한·미·일의 균열을 파고드는 중·러의 협공에 이르기까지 외교·안보는 건국 이래 최대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지금 절실한 것은 역사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인식이다. 귀를 열고 두 눈을 부릅떠야 한다. 민주화 세력을 자임해온 집권층은 갈수록 독선과 오만에 빠져들고 있고, 한심하고 분열된 야당은 국민에게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국민이 어떤 선택을 통해 민심의 경종을 울리느냐에 따라 나라의 진로가 요동치게 된다. 제대로 선택하지 않으면 그 대가는 우리 세대와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