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지나간다" 욕설..아시아 인종차별로 번진 유럽
임주리 입력 2020.01.30. 08:00 수정 2020.01.30. 08:46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중국인 혐오, 인종 차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확진자가 7명 확인된 일본에서는 가나가와현 하코네 온천의 한 과자 가게에서 ‘중국인 출입금지’ 간판을 내걸어 논란이 됐다. 하코네 온천은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일본의 대표적 온천 지대.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 가게의 주인은 지난 17일부터 중국어로 “중국인은 가게에 들어오지 말라.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점포 앞에 내걸었다. 이 안내문이 소셜미디어(SNS)에 게재되며 논란을 빚었지만 가게 주인은 “문제가 되는 내용은 다시 쓰겠다”면서도 중국인 출입금지 원칙을 바꾸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서구권에서는 중국인을 넘어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캐나다 토론토 지역 교육위원회에 최근 중국에서 돌아온 가족이 있는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캐나다 내 확진 환자는 3명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청원에는 9000여 명이 서명했다"며 “반(反) 아시아 감정이 커질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독일ㆍ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아시아계 EU 시민ㆍ아시아인들이 “바이러스가 지나간다”는 등 혐오 섞인 욕설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계속 보도되고 있다. SNS에도 비슷한 사례가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이탈리아에서도 지난 26일 베네치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부부가 현지 10대 청소년들에게 모욕을 당한 일이 보도됐다.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은 “감염증에 대한 공포감이 인종 차별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호주에서는 퀸즐랜드 주정부가 “호주 내 중국인 밀집 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가짜 뉴스가 퍼져 주의회 의원이 진화에 나서야 했다.
외신들은 “코로나바이러스만큼 위험한 것이 혐오와 인종차별”(가디언)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자 한 중국 여성이 박쥐를 먹는 영상이 온라인에 널리 퍼졌고, 이는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부추겼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곤충이나 뱀 또는 쥐를 먹는 중국인이나 다른 아시아인의 영상ㆍ이미지는 종종 SNS를 통해 퍼졌지만, 이번에는 ‘더러운 중국인이 질병을 퍼뜨린다’는 오래된 편견과 함께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종차별을 불러올 수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 하에서 이런 혐오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FP는 또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은 문제일 수 있다”면서도 “초기 감염자가 우한 화난시장과 접촉하지 않았다는 새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인간으로 어떻게 전염됐는지도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식도락 문화에 대한 비판이나 인종차별보다, 중국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란 얘기다.
타임지 역시 “서구권에서는 이 감염증이 야생동물을 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에서 왔다며 비난하고 있지만, 진실은 더욱 복잡하다”고 전했다. 또 “전통의학을 믿는 중국인들이 야생동물을 먹으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중국 문화의 일부일 뿐”이라며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혐오’는 중국 내에서도 퍼지고 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몇몇 지방 정부가 바이러스 발원지인 우한에서 온 사람들을 찾는 ‘현상금’까지 내걸고 ‘우한인 색출’에 나섰다. 허베이(河北)성의 성도인 스자좡(石家莊)시 징징쾅구는 지난 14일 이후 우한에서 돌아온 사람 중 ‘미등록자’를 신고한 이에게 2000위안(약 33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정딩(正定)현도 신고자에게 1000위안을 지급 중이다.
후베이성 인접 마을에서는 후베이성과 통하는 터널을 흙으로 막아버리기도 했다. 우한인이 사는 집 입구에 이를 나타내는 팻말이나 플래카드 등을 내걸고 왕래를 금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 “악인(鄂人·후베이인의 별칭)은 악인(惡人)이 아니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남방도시보도 “바이러스를 격리해야지 동포를 격리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한인에 대한 인권 존중을 촉구했다.
임주리·남수현 기자 ohmaju@joongang.co.kr
'건 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종코로나' 확산 현황(1월 31일 오후 2시 기준) (0) | 2020.02.01 |
---|---|
중국 신종코로나 사망자 259명-확진자 1만1,1821명(1일 09시 기준) (0) | 2020.02.01 |
"박쥐 먹는 중국인 더럽다"..'아시아 혐오'까지 번지는 우한폐렴 공포 (0) | 2020.01.30 |
국내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자 발생…세 번째 환자는 강남 활보 (0) | 2020.01.28 |
오래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처방전' 3가지 (0) | 2020.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