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농산물 재배 농가들, 개학 추가 연기로 피해 확산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으로 개학이 또다시 2주 미뤄지면서, 급식용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친환경 농가들은 매년 가을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와 전국 도·교육청을 통해 이듬해 1년치 물량을 계약한다. 납품 기일에 맞춰 출하할 수 있게 농산물을 묶어 두기 때문에, 갑자기 개학이 미뤄지면 처리할 방법이 없다. 농약·촉진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외관에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상품성도 낮다.
대파·열무·시금치 등 채소류도 수확 시기에서 일주일만 지나도 잎이 꼬부라지는 등 변형이 생기면서 상품성이 급락한다. 경기도 이천에서 2000평(약 6610㎡) 규모 대파 농사를 짓는 허기범(70)씨는 "수확기도 지나 20t 정도의 대파를 못 쓰게 생겼다"고 했다.
이미 상당량 폐기 처분한 농가도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2500평(약 8260㎡) 규모의 한라봉·감귤 농사를 지어 학교에 납품하는 김효준(50)씨는 올해 1~2월 수확한 한라봉 8t 중 3t을 지난주 밭에 내다 버렸다. 지난겨울 제주도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창고에 있던 한라봉이 썩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다른 데 팔아본 적도 없어서 어디다 팔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에 따르면 이달에만 급식용으로 묶어 둔 농산물은 812.5t이다. 당초 62억원이었던 피해 예상액은, 개학이 추가로 미뤄지며 120억원으로 늘었다.
농가 입장에선 손해배상 청구도 쉽지 않다. 교육 당국 잘못이 아닌, 전염병으로 인한 불가피한 개학 연기이기 때문이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협의를 통해 당국으로부터 일정 부분 손실을 보상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