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9]
이해찬, 투표용지 앞번호 받으려 비례당에 현역 의원들 꿔주고
손학규는 비례 2번에 이름 올려
4·15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 26일 정치권은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코로나 사태와 경제 위기 속에 '국회의원 배지'를 향해 폭주해온 정치인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른바 '4+1 선거법'을 '정치 개혁'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였던 이들이 바로 그 제도를 악용해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꿰찼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발표한 민생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서 2번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는 "공짜로 비례대표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했다. 범여권에선 "손 전 대표가 2018년 단식까지 해가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주장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의 단식을 도화선으로 '4+1' 범여 정당들은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과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김의겸·최강욱 후보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열린민주당에서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았다.
선거법 처리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파견할 의원들과 '고별 오찬'을 했다. 비례 투표에서 앞쪽 기호를 받기 위해 '의원 꿔주기'를 한 것이다. 이 대표는 과거 "비례당은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고, 미래통합당의 '의원 꿔주기'에 대해선 고발까지 했다. 그런데 비례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자 신이 불법이라고 했던 일을 똑같이 한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야당과 다를 게 뭐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 대표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도 상위 기호를 받기 위해 의원들을 미래한국당에 더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4+1'에 동참했던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이런 혼란과 염려를 드리게 된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