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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제로'..서울은 어떻게 '요양병원'을 사수했나?

감투봉 2020. 4. 25. 10:11

집단감염 '제로'..서울은 어떻게 '요양병원'을 사수했나?

이헌일 기자 입력 2020.04.25. 09:04 

               
'콜센터 경험' 구로 샘플검사..서초, 취합검사 선제도입
2작전사령부 화생방대대 장병들이 30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한사랑 요양병원' 외부 주차장과 인도에 대한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2작사제공)2020.3.30/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대표적인 감염취약지대인 요양병원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서울시 자치구들의 선제적 대응이 화제가 됐다.

대구와 경북, 경기 등에서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발생해 많은 우려를 낳았지만 서울에서는 한곳도 발생하지 않았다.

구로구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 2번에 걸쳐 관내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의료진, 환자, 입주자, 종사자, 간병인 등을 대상으로 샘플 검사를 실시했다.

3월에는 요양원 17곳 종사자 570명 중 12%인 71명을 무작위로 추출하고, 요양병원 7곳에서는 1월부터 원인불명의 폐렴증상이 있었던 20명을 선정해 검사를 실시했다.

이어 4월 초에는 요양병원 8곳과 정신병원 1곳 등 총 9곳의 간호사, 물리치료사, 간병인, 조리사 등 인원 가운데 16%인 102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1차 검사가 상주인력 중심이었다면 2차 검사는 변동이 많은 간병인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2차례 검사에서 전원 음성판정이 나왔다.

서초구는 14~21일 관내 모든 요양병원 4곳의 환자와 종사자 총 1108명에 대해 '취합검사법'을 통해 코로나19검사를 실시했다. 앞서 9일 방역 당국이 이 검사법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한지 5일 만에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이를 요양병원에 적용했다.

취합검사법은 여러 명의 검체를 혼합, 1개의 검체로 만들어 검사하는 방식이다. 검사결과 양성이 나올 경우 해당 검체를 개별적으로 다시 검사해 감염여부를 최종 확인한다. 증상이 없지만 감염 예방을 위해 주기적 검사가 필요한 요양시설 입원자 등 감염위험군에 유용하다는 평가다.

이 검사에서도 검사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성 구로구청장이 3월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2020.3.11/뉴스1

구로구와 서초구 모두 당국이나 서울시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서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로 검사를 시행했다. 결과적으로는 모두 음성이었지만 만약 양성판정이 나왔어도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막을 수 있는 조치였다.

서초구 관계자는 "최근 무증상 전파와 완치 후 재양성 판정사례가 많아졌다"며 "특히 요양병원은 집단감염에 취약했고, 이전에 많이 발생한 곳이라서 (검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은희 구청장의 의지가 있었다"며 "점차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있는데 아직은 조심을 해야되고, 요양병원 등 집단감염에 대해서는 꼼꼼하고 다양하게 예방책을 마련하는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말하기 힘든 고민도 있었다고 한다.

구로구 관계자는 "사실 (결정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이에 앞서서도 콜센터, 만민중앙교회 등 집단감염 사례가 있었는데 만약 또 집단감염 사실이 확인되면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말도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성 구청장이 그래도 선제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게 맞다고 결정을 내려서, 모두 검사하기는 어려워도 샘플검사라도 해보자고 해서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가 나올 때마다 너무 조마조마했다"며 "회의석상에서 그날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고 확인될 때마다 환호가 터질 만큼 걱정이 많았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hone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