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낮은 확진자 수에 안심했나?.. 황금연휴에 '사회적 거리두기' 실종

감투봉 2020. 5. 2. 12:49

낮은 확진자 수에 안심했나?.. 황금연휴에 '사회적 거리두기' 실종

이한호 입력 2020.05.02. 09:02 

               
황금연휴 첫 날인 3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를 찾은 시민들이 빼곡히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용인=뉴스1
황금연휴 첫 날인 3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를 찾은 시민들과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용인=뉴스1
연휴 첫날인 30일 오후 서울대공원이 나들이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며칠째 저조한 수치에 머무는 와중 ‘황금연휴’가 시작돼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해진 모습이 보였다.

황금연휴의 시작인 30일 신규 확진자는 4명, 이튿날인 1일 확진자는 9명 집계됐다. 이중 국내 지역사회 감염자는 1명에 불과해 해외 유입 사례를 제외하면 국내 코로나19 확산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불과 한 두 달 전만해도 하루에 수백 명씩 신규 확진자가 확인됐던 것을 고려하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는 당초 지난달 20일까지 예정됐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5일까지 완화된 형태로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5일까지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 ‘생활 속 거리두기’ 태세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연일 계속된 한 자리수대의 신규 확진자와 국내 감염 ‘0’명이라는 수치에 고무된 듯 관광·유원지 곳곳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미리 그만 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린이날이 포함된 연휴답게 인기 놀이공원에 빼곡히 모인 인파가 대표적이었다. 유원지를 찾은 사람 대부분 마스크는 착용했으나 곳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턱까지 내려 쓴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행진 공연 시간에는 어린 아이들부터 성인 보호자까지 옆 사람과 어깨를 맞대고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줄면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후 첫 연휴를 맞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봄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뉴스1
황금연휴 첫날인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나들이 나온 시민과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해운대나 한강공원처럼 지역주민들의 인기 쉼터 역시 붐비기는 매한가지였다. 한강공원 주요 주차장은 빈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 차 있었고, 잔디밭은 수많은 차에서 내린 시민들로 메워졌다. 놀이공원만큼 혼잡한 인구밀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종전 주말 등에 보였던 것에 비해 확연히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았다. 공원에 있는 동안은 주로 음식을 먹거나 서로 대화를 하기에 마스크 착용률은 놀이공원에 비해 더 낮았다.

황금연휴 둘째날인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본격적인 황금연휴가 시작된 30일 김포공항 국내선 주차장(왼쪽)과 인천국제공항 장기주차장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금연휴에는 해외로 떠나는 공항 이용객 수가 매번 신기록을 갈아치우곤 했으나 이번 황금연휴에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해외 대신 제주도 등 국내로 가는 이들이 늘었다. 뉴스1

본래 해외유입감염을 막기 위해 분주했던 공항은 이번 연휴에는 국내 관광객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그간 뜸했던 여행객들이 긴 연휴와 둔화된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틈타 일제히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평소 김포공항에 비할 수 없이 많은 인파를 자랑하던 인천국제공항이 한가했던 반면 국내선 중심인 김포공항은 혼잡했던 진풍경이 벌어졌다.

연휴 전날인 29일 저녁부터 시작된 극심한 차량 정체로 미루어 봤을 때, 여타 주요 관광지들 도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비록 감염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기는 했으나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모처럼 찾은 활기가 금세 사라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동아시아권 국가들을 보고 남일 대하듯 했던 북미·유럽권 국가 전역에 얼마나 빠르게 전염병이 확산됐는지를 잊지 말아야한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mailto:han@hankookilbo.com)

30일 서울 반포 인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방향이 정체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
황금연휴 둘째날인 1일 낮기온이 크게 올라간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 해변에 수많은 행락객이 몰려 강원 속초해수욕장 해변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속초=연합뉴스
부처님오신날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의 둘째 날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 많은 시민들이 걷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