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 심하면 어때, 신축인데' 봉천동 평정하고 10억 돌파
입력 : 2020.06.11 05:36
[입주단지 분석]
서울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
“산을 깎아서 지은 아파트여서 솔직히 단지 내 경사가 심한 편이긴 해요. 그래도 이 일대에서는 유일한 신축인데다가 대형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여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삼호 CS팀 관계자)
[땅집고] 지난달 7일 입주를 시작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 봉천동에서 보기 드문 신축 아파트다. /이지은 기자
지난달 말 찾은 서울지하철 2호선 봉천역. 2번 출구 쪽 이면도로로 들어가자마자 낡은 빌라와 재래시장 점포들이 줄줄이 나왔다. 10분 정도 걸으니 주변 낡은 건물과 달리 깔끔한 외관을 한 새 아파트가 나타났다. 올 5월 7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다. 비탈진 단지 출입구 통로를 오르는 대형 이삿짐 트럭과 예비 입주자들이 오가며 입주가 한창이었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는 관악구 봉천12-1구역(봉천8동 1544-1 일대)를 재개발해 지은 아파트다. 지하 3층~지상 최고 18층 10개동(棟)에 519가구다. 시공사는 ㈜삼호다. ‘e편한세상’ 브랜드는 통상 대림산업이 시공한 아파트에 주로 쓰지만 계열사인 삼호가 시공한 경우에도 이 브랜드를 쓴다.
현재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 최고 호가는 13억원. 현재 봉천동 아파트 중 최고가 수준이다. 입주민과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이 단지가 바로 옆 ‘e편한세상서울대입구1차(1531가구)’와 함께 봉천동 대장주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단지를 제외하면 주변에 5년 이내 신축 아파트가 한 군데도 없어서다.
■봉천역 도보 10분쯤 걸려…강남역까지 20분이내 도착
[땅집고]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2호선 봉천역이다.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강남 업무지구까지 출퇴근이 편리하다. /주식회사 삼호
서울대입구역(지하철 2호선)이 서울대 입구에 있는게 아닌 것처럼, 이 아파트도 이름은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2차’이지만 서울대 입구에 있는 아파트는 아니다. 지하철역도 서울대입구역이 아니라 봉천역을 이용한다. 완벽한 역세권 아파트라고 하기는 힘들다. 봉천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어중간한 역세권 아파트다.
그러나 강남 접근성은 이 아파트의 최대 강점이다. 지하철을 타면 강남역까지 7개 정거장(약 16분)이면 도착한다. 위치로 보면 강남 업무지구 직주근접(職住近接) 단지로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봉천역에서 단지 출입구까지 가는 길은 평지에 가깝다. 그러나 단지 출입구에서 각 동(棟)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심한 편이다. 아파트 대지 자체가 해발 60~70m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남쪽으로는 해발 160m 청룡산을 끼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경사진 주출입구를 오르다가 힘에 부쳐 잠시 쉬었다가 걸음을 옮기는 중장년층과 임산부 등 입주민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땅집고] 단지 출입구에서 각 동까지 가는 길이 심한 오르막이다. /이지은 기자
봉천동은 오랫동안 주거지로 형성돼 온 만큼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이다. 봉천제일종합시장이 단지 바로 앞에 있다. 봉천역 바로 다음 정거장인 신림역 일대 롯데백화점·포도몰·보라매병원 등 각종 상업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학군 경쟁력은 떨어진다. 걸어서 10분 내외로 통학할 수 있는 학교는 관악초·봉림중·영락고·영락의료과학고 등이 있다.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학교는 아니다.
■1차 합쳐 2000가구 대단지…커뮤니티 시설은 빈약해
[땅집고] 최근 입주한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와 지난해 6월 입주한 1차 단지가 딱 붙어있다. /호갱노노
이 아파트는 519가구로 크지 않다. 그러나 바로 맞붙은 ‘e편한세상서울대입구1차(1531가구, 2019년 6월 입주)’와 합치면 2000가구 넘는 대단지가 된다. 그럼에도 두 단지간에는 상품성에서 차이가 난다. 최근 입주한 2차는 단지 내 경사가 심하지만, 1차보다 경사가 덜한 대지에 지어진 것이 장점이다. 반면 1차는 남동쪽으로 청룡산을 끼고 있어 경사가 훨씬 심하다.
2차는 각 동(棟) 층수가 최저 9층~최고 18층이다. 1차(최고 20층)의 조망권과 일조권 침해를 피하기 위해 신축 아파트 치고는 낮게 지었다. 고층 아파트 인기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땅집고] 서울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 59㎡A와 84㎡A 평면도. 각각 2베이, 3베이로 신축 단지 치고 특화된 평면은 아니라는 평가다. /네이버 부동산
59㎡ 가 102가구, 84㎡ 가 276가구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주택형이 전체 가구 수의 72%를 차지한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서 84㎡ 아파트가 4베이까지도 나오곤 하지만, 이 단지는 3베이다. 59㎡ 는 모든 주택형이 2~2.5베이다.
단지 규모가 크지 않아 커뮤니티 시설도 작다. 피트니스센터, 주민 회의실, 작은 도서관 등을 포함한다. 시공사인 삼호 관계자는 “아파트 규모 자체가 작아도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다”며 “역세권 신축 단지인데도 산을 끼고 있어 환경이 쾌적하고, 조경을 잘 꾸며놓은 덕에 실거주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천동에서 유일하게 아파트값 10억원 돌파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는 116㎡ 13가구만 일반분양했다. 임대주택 89가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조합원 물량이다. 현재 이 아파트는 봉천동에서 ‘e편한세상서울대입구1차’와 함께 유일하게 84㎡ 실거래가가 10억원을 넘는다. 84㎡는 조합원 분양가가 3억8500만~4억2500만원이었는데, 올 3월 역대 최고가인 11억원(28층)에 팔렸다. 116㎡는 올 4월 12억4975만원(5층)에 거래됐다. 2019년 10월 공급 당시 일반 분양가(7억5800만~8억4700만원)와 비교하면 최소 4억원 이상 올랐다.
현재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57~58% 정도다. 59㎡ 전세금이 4억9000만~5억3000만원, 84㎡ 전세금이 5억8500만~6억3000만원 선이다. 주변에 있는 준공 후 10~20년 이상 아파트에 비해 전세금이 3000만~5000만원 정도 높다. 하지만 새 아파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금 가격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통상 입주 아파트는 전·월세 물량이 많아 입주 초기 전세금이 싸지만, 물량이 소진되면 빠른 속도로 전세금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땅집고] 서울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 84㎡ 실거래가 추이. /국토교통부
봉천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봉천동 아파트가 무슨 10억원이냐’는 말도 있었는데,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기미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이 가격도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집주인들도 호가를 계속 올리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봉천동에 새 아파트가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가 1차와 묶여 확실한 지역 대장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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