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박원순 수사기밀 유출, 경찰·靑 아닌 '이성윤 검찰'?

감투봉 2020. 7. 24. 16:26

박원순 수사기밀 유출, 경찰·靑 아닌 '이성윤 검찰'?

조선일보

입력 2020.07.24 03:00

피해자 측이 고소하기 전까지 중앙지검만이 '朴의 성비위' 인지

/조선일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은 피해 여성의 고소 내용이 거의 실시간으로 박 전 시장에게 유출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파문이 일었다. 권력 앞에서는 국가 사법 시스템에도 구멍이 뚫린다는 것을 드러낸 일이기 때문이다. 피해 여성 A씨를 대리하는 변호인과 여성단체가 "앞으로 어떤 피해자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고소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고소 내용 유출을 의심받아온 쪽은 경찰과, 경찰로부터 보고를 받은 청와대, 피해 여성을 지원해온 여성단체 등이었다. 그러나 A씨가 경찰에 성추행 고소장을 내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이성윤)이 고소 계획을 인지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 기밀 유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박 전 시장이 자신의 피소(被訴) 사실을 처음 안 것은 8일 오후 3시쯤으로 추정된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시장실로 들어가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수하신 것 있나"라고 물은 시점이다. 이 시점은 A씨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가 오후 2시 28분쯤 경찰에 "서울시 높은 분의 성 비위를 고소하겠다"고 전화로 알리고 나서 30분쯤 지났을 때였다. 당시 김 변호사는 '서울시 높은 분'이라고만 했지, '박원순 시장'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을 찾아가 '불미스러운 일'을 물었다. 임 특보도 이후 14일 본지 통화에서 "당시 피소 여부는 몰랐지만, 박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건 알았다"고 했다. 이 시점에 '박원순 성비위'를 인지하고 있었던 기관은 단 한 곳, 서울중앙지검이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30분에야 피고소인 이름이 '박원순'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피고소인이 박 전 시장이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김재련 변호사도 '경찰에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밝힌 시점은 고소장 제출 시점인 4시 30분쯤'이란 취지로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고소를 접수하고 이날 오후 7시쯤 경찰청(본청)에 보고했고, 경찰청은 다시 8~9시쯤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보고했다. 박 전 시장은 이날 오후 9시 30분쯤 임 특보, 다른 비서관 2명과 이 문제와 관련한 회의를 가졌다.

고소인인 A씨에 대한 경찰 조사는 9일 새벽 2시 30분쯤 끝났다. 그리고 날이 밝을 무렵인 그날 오전 6시 30분~7시 사이 임 특보가 고한석 당시 비서실장에게 "박원순 시장이 피소됐다"고 보고했다. 전날 '피소 사실'도 추가 확인한 것이다. 이 시점에는 경찰과 검찰, 청와대 모두가 박 시장 피소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날 오전 9시 고 전 실장은 가회동 공관을 찾아가 박 전 시장을 만났다. 비슷한 시각 서울시청에서는 임 특보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가 열렸다. 혐의의 경중(輕重)에 따라 최악의 경우 박 전 시장 자진 사퇴까지 '경우의 수'를 고려했다고 한다. 고 전 실장과 박 전 시장의 면담은 10시 10분쯤 끝났고, 고 전 실장은 공관에서 나갔다. 오전 10시 44분, 박 전 시장이 공관을 나섰고, 이튿날 새벽 북악산 기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모든 상황에 앞서, 중앙지검이 7일 오후 2시~2시 30분에 '박원순'과 '성 비위'라는 두 가지 사실 모두를 알고 있었다. 김 변호사가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와 면담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 유 부장 질문에 답했기 때문이다. 유 부장검사는 "8일 오후 3시 피해자와 만나자"고 약속했다가, 7일 밤 일정상의 이유로 면담을 취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 정도에 대한 사안이라면 수사 지휘 체계에 따라 김욱준 4차장검사, 이성윤 지검장에게 즉각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이 지검장은 큰 사안을 혼자 결정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나 여권과 상의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대검찰청은 23일 중앙지검에 '면담 취소 경위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여성계 등 시민단체를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김재련 변호사는 여성단체와 처음 접촉한 시점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저 "첫 면담 약속을 7월 8일 잡았다"고 했다. 바로 그날 박 전 시장에게 피소 가능성을 처음 보고한 임 특보는 과거 여성계 출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남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임 특보로부터 사전에 박원순 전 시장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적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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