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욕해도 좋다는 문재인..달걀 맞아도 괜찮다는 노무현

감투봉 2020. 8. 30. 08:41

욕해도 좋다는 문재인..달걀 맞아도 괜찮다는 노무현

변휘 기자 입력 2020.08.30. 06:01 수정 2020.08.30. 06:36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2017.5.23/사진제공=뉴스1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됩니다. 대통령을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와 관련해 언급한 말이다. 대통령 욕은 해도 좋지만 "방역을 방해해서 다수 국민께 피해를 입히는 가짜뉴스는 허용할 수 없다"는 요지였다.

이에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욕 인증샷' '욕 댓글 릴레이' 등 정부 비판 성향 누리꾼들의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갚아 준 셈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크게 괘념치 않는 표정이다. 오히려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 생전 국민의 '욕받이'가 정치인의 숙명임을 몇 번이나 언급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 연설 도중 참석자가 던진 달걀에 얼굴을 맞았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범진보진영의 지지를 받던 그였지만, 보수진영 또는 상대 후보 지지자도 아닌 농민단체로부터 달걀을 맞은 것은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현장에서도 댤걀을 닦아낸 뒤 연설을 마치며 "달걀 맞아 일이 풀리면 얼마든 맞겠다"고 말했다. 또 이튿날 관련 질문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한 번씩 맞아줘야 국민들 화가 좀 안 풀리겠냐"고 웃어넘겼다. 정치인의 책임의식과 포용력, 유머가 한데 담긴 '명언'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이때만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한 강연에서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며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에도 다시 한 번 소환됐다. 지난달 17일 국회를 방문한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벗어 던진 정모(57)씨 대상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 때문이다. (당시 영장은 이틀 뒤 기각됐지만, 정씨는 이달 15일 광화문 보수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신발 투척 사건 당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정씨에 대한 구속이 과도하다며 "이게 바로 노무현과 문재인의 차이"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전날 "욕해도 좋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은 더 화제였다. 적어도 이번 발언은, 두 사람의 "차이"보다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기시감을 느끼게 해서다.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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