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태평로] 판도라팬 文대통령, ‘판도라의 약속’도 보시라

감투봉 2020. 10. 21. 15:13

[태평로] 판도라팬 文대통령, ‘판도라의 약속’도 보시라

산·농지 뒤덮는 태양광, 이젠 문화재 보호구역도 침범
탈원전이 만든 ‘태양광 과속’ 전력수급·비용 문제 불거질 것

박은호 논설위원

입력 2020.10.21 03:00

탈원전 정책 3년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산과 갯벌, 저수지, 농지 가릴 것 없이 태양광 판이 벌어졌다. 수원화성, 문무대왕릉, 미륵사지 같은 문화재 보호구역에도 태양광이 침범하더니 이제는 ‘K뉴딜’ ‘영농형 태양광’이라며 농업진흥지역 내 태양광 설치 기한을 20년으로 대폭 늘리는 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이 정부 들어 늘어난 태양광·풍력 설비가 6GW(기가와트)다. 이것만으로도 산이 헐벗고 처참한 경관이 펼쳐졌는데 정부는 2025년까지 그 다섯 배인 30GW를 더 놓겠다고 한다. 강산을 팔아 태양광을 사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지난 8월 전북 장수군 천천면 월곡리 야산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에서 무너져내린 토사가 수풀을 할퀴고 산 아래까지 흘러내린 모습. 2018년 이후 환경보호지역과 산사태 위험 지역에 들어선 태양광 시설은 272곳에 이른다. /김영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 멀쩡한 원전 죽이기, 세 차례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식물 검찰총장 만들기,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주도성장, 상대편만 적폐 청산 등 경험 못한 일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탈원전, 태양광 과속 부작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높이겠다는 정부 발상은 독일을 본떴다고 한다. 이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독일의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이 약 20%였다. 우리 앞에 기다리는 경험 못한 탈원전의 미래는 독일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독일은 배울 것이 많은 나라지만 에너지·기후정책에 관한 한 실패 국가라는 지적이 있다.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 막대한 비용 문제에 봉착해 있다. 2017년 1월 흐리고 바람까지 잠잠한 날이 이어지자 그 많은 태양광·풍력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블랙아웃(대정전) 직전까지 갔다. 이듬해인 2018년 1월엔 정반대 현상이 빚어져 전체 전력 수요의 97%를 태양광·풍력이 만들어냈다. 전기는 모자라도 문제지만 남아도 문제다. 전기 주파수 안정성을 해치고 전력 품질을 떨어뜨린다. 발전소 고장, 생산설비 수명 단축, 심할 경우엔 정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독일 도매 전력시장에선 ‘마이너스 전기 가격’ 거래가 흔하게 일어난다. 남아도는 전력을 처분하기 위해 발전사업자가 돈을 주고 전기를 파는 것이다. 2017년의 경우 146시간 동안 1kWh(킬로와트시)에 평균 3만원, 많게는 11만원에 마이너스 가격이 형성됐다. 2012년 56시간이던 마이너스 전기 거래 시간은 올해 1분기에만 210시간이 넘었다. 여기에 드는 비용만 2025년까지 매년 40조원이라고 한다. 뒷감당은 독일 국민이 한다. 태양광 보조금, 전력망 안정화 비용, 송·배전망 증설비에 이 비용까지 더해 전기요금으로 내고 있다. 독일 전기료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도 제주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선 태양광·풍력이 이미 포화 직전이다. 태양광 투자를 부추길 때는 언제고 이제는 강제로 발전을 못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 손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막아줄 것이다. 비가 잦았던 올여름 전국의 태양광 발전량이 거의 없었지만 그렇더라도 태양광 보조금은 조(兆) 단위로 불어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개봉된 재난 영화 ‘판도라’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며 눈물을 정말 많이 흘렸다. 탈핵, 탈원전 국가로 만들어나가자”고 했다. 원전 사고를 한껏 과장한 영화 한 편이 대통령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판도라의 약속’이라는 다큐멘터리도 있다. 201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돼 유튜브에 무료 공개돼 있다. 세계 내로라는 환경운동가들이 나와 원전 공포가 과장됐고 태양광만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에 역부족이라고 호소한다. 대통령이 이 영화도 봤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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