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최종 병기" 새 백악관의 파워레이디 질 바이든
뉴욕/정시행 특파원 입력 2020.11.08. 11:56 수정 2020.11.08. 14:27
"힐러리 클린턴과 엘리너 루스벨트 합쳐놓은 듯한 퍼스트레이디"
퍼스트레이디가 된 질 바이든 여사가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2일(현지시간)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미식 축구장 하인즈 필드에 마련된 드라이브인 유세장에서 연설하던 모습./AFP 연합뉴스
미국 제 46대 대통령에 당선된 조 바이든 당선자의 부인 질 바이든(69) 여사도 바이든 정권의 이미지와 국정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는 남편을 충실히 내조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내조형’ 퍼스트레이디의 이미지도 가진 반면, 남편의 선거 캠페인부터 인사, 정책 수립에 전방위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참모형’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미 정가에선 “힐러리 클린턴(참모형)과 엘리너 루스벨트(내조형)를 합쳐놓은 듯한 독특한 퍼스트레이디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며 바깥 활동을 꺼렸던 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50)와도 확연히 대조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은 질을 두고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고, 미 언론들도 “바이든의 최종 병기”라고 표현한다.
1977년 재혼한 질 바이든과, 첫 부인과의 사이에서 난 두 아들을 찍은 모습. /바이든 홈페이지
질 바이든은 지난 1977년 상처(喪妻) 뒤 홀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던 8세 연상의 조 바이든 상원의원과 결혼했다. 질 역시 재혼이었다. 바이든 자서전에 따르면, 두 사람이 사귀고 있을 당시 6세·7세였던 아들들이 “우리, 질하고 결혼해야겠어요”라고 아버지에게 조를 정도로 전처 자식들도 질과 관계가 좋았다고 한다. 질은 4년 뒤 딸 애슐리를 낳았다.
바이든 여사는 영어교사 출신이다. 장애아 대상 특수 언어교육이 전문 분야다. 결혼 후 델라웨어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고, 줄곧 고교·대학에서 강의해왔다. 그는 현재 버지니아 노던 커뮤니티 칼리지의 영어과 교수로, 지난 2009~2017년 세컨드레이디(부통령 부인) 시절에도 “나만의 영역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학교 일을 계속했다. 남편의 출장을 따라 에어포스투를 타고 다니면서도 시험지 채점을 했던 일화가 유명하다.
이번 대선 캠페인을 위해 40여년만에 처음으로 휴직했다는 그는, 지난 8월 CBS 인터뷰에서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돼도 난 가르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현실화된다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별도의 직업을 갖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와 부인 질이 7일 저녁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승리 연설을 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바이든 여사는 바이든 캠프의 핵심이었다. CNN 등은 “질이 조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도했다. 질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 등 러닝메이트 후보군들과 함께 대선자금 모금 행사를 열거나, 재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정책 간담회를 여는 등 여성 참모 그룹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 노조 출신인 질은 또 “바이든 정부에선 교육자 출신이 교육 장관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벳시 디보스(트럼프 정부의 정치인 교육 장관)는 없다”고 말해, 여러 내각 인선에 광범위하게 관여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 질 바이든은 남편 홍보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는 올초 민주당 경선 때부터 아이오와·뉴햄프셔 등 주요 경선 지역을 홀로 찾아 유권자들에게 “당신이 누구를 좋아하는 지가 아니라, 누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 지 따져보라”고 했다. 대선 본선에서도 조지아·애리조나 같은 남부 격전지를 홀로 돌면서 “트럼프 시대를 끝내자”고 했다.
지난 2015년 7월18일 당시 평택 미군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방한한 조 바이든(당시 부통령) 후보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연합뉴스
지난해 조 바이든이 여성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다는 논란이 일 땐 “사람들이 남편에게 얼마나 많이 접근하는지 아느냐. 그는 선을 잘 긋지 못할 뿐”이라고 방어했다. 질은 대선 전 아동용 조 바이든 전기를 펴내기도 했다.
바이든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차남 헌터 바이든의 부패 의혹을 들추면 “트럼프 당신의 상대는 조 바이든이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 바이든의 고령 문제를 거론하면 “바이든(77세)이나 트럼프(74세)나 비슷하게 늙지 않았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3월 경선 당시 LA에서 바이든이 연설을 하던 연단에 시위자 2 명이 뛰어오르자, 질이 남편의 손을 잡은 채 한 손으로 번개같이 이들을 차례로 ‘스매싱’ 격퇴한 장면으로 유명하다.
질 바이든이 지난 3월 LA에서 민주당 경선 당시 남편의 연설대에 뛰어오른 여성 시위자들을 격퇴하는 장면.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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