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오미크론 확진 다음날, 사라진 손님들 "연말모임 다 취소"

감투봉 2021. 12. 2. 21:09

오미크론 확진 다음날, 사라진 손님들 "연말모임 다 취소"

오진영 기자, 이사민 기자 입력 2021. 12. 02. 15:55 수정 2021. 12. 02. 16:37

 

# 2일 정오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의 한 음식점. 한참 붐빌 시간이지만 가게는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었다. 업주 A씨(56)만 휴대전화로 뉴스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A씨는 "오늘 아직 손님이 1명도 받지 못했다"며 "연말 예약도 80% 이상 취소된 데다 단체손님도 없어 '위드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연일 5000명대를 오가는 코로나19(COVID-19) 신규 확진자가 나온 데다 국내 첫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까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송년회·회식 등 연말 모임은 취소되는 움직임이다. 자영업자들은 '연말 대목'을 놓치겠다고 토로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강력한 거리두기를 강행해야 일상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출 60% 돌아왔는데"…'예약 줄취소'에 울상짓는 자영업자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이후 한 달 만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선 1일 밤 서울 중구의 번화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266명으로 전날 역대 최다 기록인 5123명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 26일부터 1주일 신규 확진자는 3937명→3898명→4067명→3925명→3308명→3032명→5123명→5266명으로 연일 3000~5000명대를 오가고 있다. 위중증 환자도 733명으로 전날 최다기록을 넘어섰다.

지난 1일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우려 변이'로 지정한 오미크론 변이 국내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인천에 거주하는 40대 부부와 지인 등 3명, 경기도에 거주 중인 50대 여성 2명이다. 40대 부부와 50대 여성 2명은 지난달 나이지리아에서 입국했다. 입국 후 최소 80여명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지역사회 확산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검토해 이르면 오는 3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사적모임 인원 축소나 식당·카페 미접종자 인원 축소 등은 자영업자 피해를 고려해 보류하겠다고 했지만 확산세가 심해지면 방역수칙 제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과 유흥시설 집합금지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정부 발표와 관계없이 선제적으로 '자체적 거리두기'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모씨(33)는 "부서 회식은 물론 송년회·부부 모임까지 모두 취소했다"며 "주변 지인들도 먼저 나서 모임을 자제하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종로구의 대학생 김모씨(24)도 "당장 이번주 축구 동아리 모임도 안 할 예정"이라며 "집에 가족이 있어 감염이 우려된다는 학우가 많았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연말 대목'을 놓치는 것이 가시화됐다며 거리두기 단계까지 강화되면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광진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지난달 위드코로나 이후 매출이 코로나 이전의 60~70%까지 돌아왔는데 확진자 급증 이후 다시 반토막이 났다"라며 "만약 거리두기까지 시행되면 진지하게 폐업을 고려해야 할 판"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거리두기 강화해야 확산세 잡는다"

2일 대전시청 남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 뉴스1


방역 전문가들은 이동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데다 중증환자 비율·치사율 등 모든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의료 붕괴가 목전에 다가왔다고 지적한다. 자영업자의 생계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거리두기 없이는 감소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위드코로나 정책은 결론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며 "10월에 확산세 급증 경고가 나왔을 때 선제적으로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하고 재택치료 대상자를 협소하게 잡는 등 조치했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이미 많이 늦은 상태여서 거리두기 조치를 최대한 강하고 빠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병상 부족 문제나 확진자 급증 등을 감안하면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더라도 일부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확산세가 감소한다"라며 "국민들이 스스로 이동량을 감소시키고 있으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시설부터라도 인원수·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이사민 기자 24m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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