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한민국] 출생아 수 10만명대도 멀지 않아… 공공 부문 감축, 이젠 미룰 수 없다
20세 남자 20만명 이하 눈앞인데 군은 조직 축소 우려해 문제 회피
새 정부, 미래 세대 위해 공공 부문 기득권 줄여야 하는 난제 풀어야
1983년 7월 29일 우리나라 인구는 4000만명을 넘어섰다. 신문들은 앞다투어 ‘핵폭탄보다 무서운 인구 폭탄’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당시 정부는 두 자녀 이하 가정에는 혜택을 부여하는 대신 3자녀 이상 가정은 주민세와 의료보험료를 차등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혔다. 동시에 불임 시술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7만명 늘려 31만3000명으로 설정하고 이를 적극 추진하기로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1983년은 인구 4000만 돌파와 동시에 인구 유지를 위한 조건인 합계 출산율 2.1명이 붕괴된 첫해였다. 인구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정점에 달한 그 순간에 인구 감소 신호가 등장한 것이다. 산아 제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신호는 무시되었다. 결국 인구 정책의 변화는 1996년 산아 제한 정책 폐지를 통해서 공식화되었다. 13년 동안의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이다. 권위주의 시기의 정책 집행력을 고려해보면 1980년대 중반부터 인구 정책을 변화시켜 출산율 유지에 집중했다면 우리 사회의 모습은 현재와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하지만 거의 유일한 예외는 인구이다. 지금 태어난 아이들은 만 6년이 지나면 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만 18년이 지나면 남자아이들은 징집 대상이 된다. 100년이 되기 전에 대부분 세상을 떠난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사회의 모든 것을 바꿔놓는 것은 인구의 변화다.
2022년 전체 초등학생 수는 약 266만명이지만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입학하는 2029년에는 37% 감소한 169만명으로 줄어든다. 만약 7년 후에 시장의 37% 감소가 확실한 것으로 전망된다면 기업들은 인력 및 사업 규모 조정 등의 조치에 당장 나설 것이다. 대폭적인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사 정원, 학교 시설 투자 등이 조정되어야 하지만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초등학교 교원 양성이라는 단일 목적을 위해 운영되는 교육 대학의 정원 조정이 필요하지만 2021년 교원 양성 기관 역량 진단 결과에서 정원 감축 대상이 된 교육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2020년 546만명이던 6~17세 학령인구는 2030년 426만명으로 22% 감소하지만 현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 체계가 유지된다면 관련 예산은 54조원에서 80조원으로 50% 가까이 증가한다. KDI 분석에 따르면, 현재 교원 정원이 유지된다면 교원 1인당 초등학생 수는 2030년이 되면 9.4명이 되어 OECD 상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군 병력 문제는 더욱 시급하다. 복무 기간이 현행 18개월로 유지된다면 2020년대 중반 이후 현역 병력 자원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은 명확하다. 20세 남자 인구가 매년 20만명 이상 필요하지만 올해 26만명, 25년에는 22만명 수준까지 낮아지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은 3년도 없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소극적이다. 적정 병력 규모의 재산정을 비롯해 남방 한계선 지역에 대한 요새화를 통한 경계 병력의 감축과 민간 인력 활용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벌써 추진되어야 했지만 논의조차 잘 진행되지 않는다. 규모 축소에 따른 조직과 보직 감소를 두려워해 문제를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아프지만 반향은 없다.
공공 부문은 인구 감소에 따른 변화를 주도해야 하지만 인구 축소에 따라 정원 및 보직 축소와 직급 하향만을 걱정할 뿐 적응을 위한 구체적이며 적극적인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가 모른 체하고 넘어가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2022년 5월 새롭게 시작될 차기 정부는 장밋빛 미래가 아닌 많은 문제를 떠안아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지속되었던 확대와 확장의 기조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축소와 감축을 도모해야 하는 첫 번째 정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무의미한 것으로 결론 내려진 출산율 제고 노력을 중단하고 인구 감소 시대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해야 한다.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던 것이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모든 영역에서 극심한 반대와 갈등이 초래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미래 세대를 위해 현재의 기득권과 맞서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 이상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는 점에서 차기 정부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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