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증거들이 정말 끝도 없이 나온다. 29일자 신문들은 일제히 시국을 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렸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또 신문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청와대를 꾸짖었다.
동아일보는 "'워터게이트'는 도청보다 이를 덮으려는 거짓말 때문에 대통령 사임을 불러왔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는데 박 대통령이 흔들림 없이 국정 운영을 주도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동아일보는 전날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최순실씨를 모른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기이하다"며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 누군가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면, 아직도 청와대 안에는 어떻게든 이 상황만 모면하려는 간신들이 준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질책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국회라도 헌법 테두리 안에서 실현 가능성 있는 구국(救國)의 수습책을 강구해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지금처럼 현직 대통령 본인의 일탈과 비정상에 분노했던 기억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은 이미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의 도덕적 권위와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이런 식물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건 헛된 꿈"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스스로 수사를 자청해 진상규명에 협조하는 게 분노한 민심을 달래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적었다.
이어지는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이대로 주말을 보내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질까 걱정"이라며 "대통령이 위기를 수습할 능력을 상실하면 국무총리나 또 다른 선출 권력인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과 정치권은 자기들이 조금씩 손해 보더라도 구국(救國)하는 심정으로 거국중립내각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며 "이 합의에 실패하면 그다음 수순은 탄핵이나 하야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 위중한 상황에 우리 대통령은 식물 상태로 전락하고 국정은 마비됐다"며 "겹겹의 위기"라고 적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군과 경제팀'을 지목해 '나라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을 '없는 셈' 친 것과 다름 없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은 이미 현실적으로도 대통령의 지위를 상실했다"며 "국정운영을 열심히 하네 마네 할 처지가 근본적으로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로 국가 시스템 전체를 무력화시키고 주권자인 국민을 모독한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태연히 말하는 것부터 정상적인 정신 상태는 아니다"라는 것.
한겨레는 "대통령이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 비로소 열린다. 대통령 직무수행을 자체적으로 정지하고 대통령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되겠다고 나서는 등의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파문을 벗어날 길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일보는 "국민 신뢰를 잃고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박 대통령이 이런 낮은 국정 지지율로 국정 정상화를 주도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라며 "결국 국민을 대변하는 여야 각 당이 사태 수습과 국정 정상화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책임총리 임명을 요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