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단독]차은택, 대학강연서 "4개 회사 운영" 자랑..이권창구 의혹

감투봉 2016. 11. 5. 12:34
2014년 한 대학 특강에서..숨겨진 관계 회사 털어놔 대통령과의 친분 과시..김종덕 전 장관 인사개입도 시사
차은택씨. © News1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배상은 기자,이후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문화계 황태자'라고 불리는 차은택씨(47)가 2년 전 어느 강연에서 "대표를 맡은 법인이 4곳"이라고 자랑삼아 얘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씨가 영향력을 활용해 실속을 챙겨온 회사가 베일에 감춰져 있으나 스스로 4개라고 밝힌 것이다. 차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영향력'을 활용해 대기업의 광고 물량을 무더기 수주하고 수천억원에 달하는 '최순실 예산'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씨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해가며 영향력을 키워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 압수수색 회사는 3개였는데

5일 <뉴스1> 취재 결과 차씨는 2014년 10월8일 서울의 한 사립 대학교에서 1시간10분가량 진행된 강연에서 "제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4개 된다"면서 자신이 직접 준비한 프로필 화면을 통해서도 '4개 법인 대표'라고 소개했다. 이 강연은 이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각 분야 유명인사를 초청하는 '릴레이멘토 특강' 중 하나였다.

당시 공식적으로 차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는 2001년 2월에 설립된 아프리카픽쳐스 한 곳이었지만 차씨는 4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의문의 법인들은 최근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검찰이 차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한 회사는 총 3곳이다. 차씨가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쳐스'를 비롯해 엔박스에디트, 더플레이그라운드다. 두 회사의 대표는 차씨가 아니지만 차씨가 이권을 챙기는 창구로 활용했다고 의심받는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의 설립일을 보면 엔박스에디트가 2012년 2월, 더플레이그라운드가 2015년 1월이다.

아프리카픽쳐스는 금융위원회와 KT 등의 광고를 대거 수주했고 더플레이그라운드도 대기업 광고를 무더기 수주했다. 엔박스에디트는 차씨가 개입해 문제가 된 '늘품체조'의 동영상을 재하청방식으로 제작해 아프리카픽쳐스에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회사다.

여기에 지난해 2월 설립된 모스코스(현 유라이크커뮤니케이션즈)도 차씨 관련 의혹 선상에 오른 회사다. 이 회사의 주소는 더플레이그라운드와 동일하다.

2014년 11월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절반씩 지분을 갖고 만든 것으로 알려진 존앤룩씨앤씨 역시 이권 개입 창구로 의심받는 회사다.

최씨의 아지트로 쓰인 서울 논현동 카페 ‘테스타로싸’를 운영한 존앤룩씨앤씨는 전시나 홍보에 아무런 실적이 없었음에도 지난해 KT가 10억원 가량 투입한 ‘대한민국 통신 130주년 기념행사’ 사업의 운영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와 친분이 있는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대표로 있던 머큐리포스트 또한 의혹회사 중 하나다.

만일 차씨가 2014년 10월 강연에서 밝힌 '4개 법인'이 이들 회사라면 차씨는 계획적으로 이권에 개입해 부당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얘기가 된다. 차씨 스스로 이들 회사와 연관됐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4개 법인' 중 1곳이라도 검찰이 찾아내지 못한 회사가 포함됐다면 검찰의 수사범위 확대가 불가피하다. 차씨가 대표로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더 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특수수사본부는 지난달 31일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돼 있는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회사 아프리카픽쳐스와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 엔박스에디트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일 차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프리카픽쳐스의 모습. 2016.1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차씨 "얼마 전 문체부 장관됐더라"

차씨가 다니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관계자는 "차씨는 문화융성위원회 명함을 쓰며 매달 마지막 수요일 정부가 진행하는 '문화의 날' 행사가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자랑했다"며 "사무실과 비서, 운전사도 있는 상근직으로 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신이 펀드로 만드는 돈이 10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를 자랑처럼 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다는 얘기도 종종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차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독대 사실에 대해 "몇 번의 행사 때 먼 발치에서 뵌 것이 전부"라며 부인한 바 있다.

특히 강연에서 차씨는 정부 인사 개입 의심을 살 만한 발언도 한다. 차씨는 "'좀 더 세상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과 연출공부를 하기 위해 (직장에서) 나왔다"며 "나와서 봤더니 그때 모시던 감독님이 얼마 전 문체부 장관이 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장관님이신데 그분 조연출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차씨가 대학 강연을 하고 한 달 뒤 실제로 차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가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에 올랐다.

차씨가 언급한 직장은 광고제작업체인 '영상인'이며 장관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말한다. 차씨는 김 전 장관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을 과시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차씨는 박근혜정부에서 창조경제추진단장과 문화창조융합단장까지 오르면서 정부의 여러 사업을 진두지휘했고 사업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씨는 내주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