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드러난 최순실 수퍼파워… "김종 차관, 수행비서 같았다"

감투봉 2016. 12. 8. 07:28

드러난 최순실 수퍼파워… "김종 차관, 수행비서 같았다"

 

[국정농단 청문회]
차은택 "崔씨에 장관·수석 추천하면 임명되고, 글 써주면 연설문에 반영"

- 차은택이 말한 崔의 힘
"내가 기획한 행사에 최순실이 'VIP가 갈 것' 말하면 대통령이 참석했다, 3차례나…"
정현식 前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최순실에게 면접보고 들어갔다"

7일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최순실 청문회에선 국정 전반에 미친 '비선(秘線) 실세 최순실의 힘'과 관련한 증언들이 쏟아졌다. 한때 최씨의 측근이던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고영태(40) 전 더블루K 이사 등은 최씨의 정부 인사 개입, 대통령 연설문 수정 문제 등에 대해 소상하게 진술했다.

차씨는 자신이 최씨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추천한 경위 등을 털어놓았다. 그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최순실씨가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알게 된 게 언제냐"고 묻자 "2014년 제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추천드린 적이 있다. 최씨에게 요청을 받고 몇 분을 추천드렸는데, 계속 재요청을 받아 마지막에 김종덕 장관이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차씨의 대학원 은사다.

이미지 크게보기
최순실 곁에 있던 두 남자 - 고영태(뒤쪽) 전 더블루K 이사가 7일 청문회에 출석하며 차은택 전 광고 감독 뒤를 지나가고 있다. ‘최순실씨와 남녀 관계였느냐’는 질문에 고씨는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남강호 기자
그는 "최씨가 배후에서 대통령을 조종한다고 판단했느냐"는 물음에는 "조종까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에게) 이럴 수 있는 사람이 (최씨 말고) 과연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씨는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과 질의응답을 하면서는 "문화 창조나 콘텐츠에 관련해 제 생각을 써달라는 최씨의 요청을 받고 써준 일이 있는데 어느 날 대통령의 연설에 그게 몇 부분이 그대로 나왔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최씨의 영향력을 증언하기도 했다.

차씨는 앞서 검찰 수사에서 최씨의 말을 듣고 2014년 6월 혹은 7월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공관(公館)으로 찾아가 김 전 비서실장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최씨 말대로) 김 전 실장을 뵙고 나서 '최씨가 고위 관료들과도 가깝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공관에 갔을 때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등과 만났다고 했는데, 이를 부인하는 김 전 실장과 설전(舌戰)을 벌이기도 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결국 최순실이 권력의 1인자였다.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차은택을 비서실장과 만나게 하라'고 요구하고, 대통령은 그 말을 듣고 (김기춘) 비서실장한테 '차은택을 보낼 테니 만나라'고 한 것 아니냐. 정말 답답하고 참담하다"고 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차씨에게 '당신이 기획한 행사에 대통령이 세 차례나 참석한 경위가 뭐냐'고 묻자, 차씨는 "최씨가 'VIP(박 대통령)가 갈 것'이라고 말을 하면 그 자리에 대통령이 참석했다. 세 차례나 그러길래… (최씨의 위세를 알았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고영태씨는 청문회에서 "(최씨 소개로) 김종 전 차관을 서울 강남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 번 만난 일이 있다"고 공개했다. 고씨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최씨는 김 전 차관을 어떻게 봤느냐"고 묻자 "수행비서?"라고 했다. 이에 손 의원이 "김 전 차관이 최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사람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네"라고 했다. 고씨는 "최씨가 직접 그런 말(지시)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아니지만, (최씨가) 계속 (김 전 차관에게) 무엇을 제시하고,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고씨는 "최씨가 정부 고위직 인사나 청와대 비서관 등을 직접 만나는 걸 본 적 있느냐"는 김경진 의원의 질의에 "비서관들은 (최씨가) 전화를 하면 왔다 갔다 했다. 동영상에 나오는 비서관들(실제로는 행정관)"이라고 말했다. 최씨와 함께 고씨의 의상실(일명 샘플실)에서 박 대통령의 옷을 고르는 CCTV 화면에 공개된 윤전추 행정관과 이영선 전 행정관을 지칭한 것이다. 고씨는 또 "청와대의 자료를 최씨가 검토하거나 회의하는 것을 듣거나 목격한 적 있느냐"고 김 의원이 묻자 "이영선 비서가 (청와대에서 가져온) 노란색 밀봉 봉투를 가져다주고 또 저희 회사에서 (최씨가) 자료를 밀봉해 주면 가져갔다"고 했다.

한편 정현식(63)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올해 초 최씨에게 면접을 보고 사무총장으로 들어갔다"며 "최씨가 '감사 역할을 맡기고 싶다'고 해서 '하겠다'고 했더니 하루 이틀 뒤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새로 생기는 K스포츠재단 감사를 맡아 달라'는 전화가 왔다. 감사에서 재무이사 등으로 제 직책이 세 번 정도 변경됐는데, 그때마다 최씨가 얘기하고 하루 이틀 뒤 안 수석이 컨펌(확인)을 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