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첫 타깃은 김기춘 .. '모르쇠' 풀 열쇠는 비망록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1호 ‘타깃’으로 떠올랐다. 박 특검은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를 전혀 모른다던 김 전 실장이 국회 청문회에 나와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며 실망과 분노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거나, 때로는 입을 굳게 다물기도 하고 물을 마시는 등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자료사진 |
◆‘김영한 비망록’ 정밀분석
특검팀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을 공략하기 위한 최선의 무기는 이른바 ‘김영한 비망록’이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하며 박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지시를 깨알같이 메모한 업무일지를 남겼다. 여기에는 김 전 실장의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지시내용까지 그대로 적혀 있다.
김 전 실장에게 제기된 혐의는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이 대표적이다. 직무유기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최씨 같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앞장서 막아야 했는데 오히려 최씨의 불법행위를 방조하거나 심지어 지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전 실장은 차은택(47·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만나 그가 문화계 인사 및 이권에 개입할 길을 열어준 정황이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직권남용은 최씨 일가의 뒤를 봐주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에게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직을 강요했으며, 김종(55·구속기소) 전 문체부 차관에게 최씨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20)씨 지원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전 실장은 지난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 거의 대부분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 특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 증인들이) 아주 뻔한 것을 위증하는 것 같다”며 “태도를 보면서 저 사람이 저렇게 진술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로 김 전 실장을 꼬집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왼쪽 세번째)가 15일 서울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에 마련된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 하상윤 기자 |
특검팀은 박 대통령에게 뇌물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뇌물혐의 입증을 위해선 대기업들의 최씨 일가 지원에 대가성이 있었다는 점이 먼저 입증돼야 한다.
우선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정씨의 승마 훈련을 위해 200억원 넘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비덱스포츠의 전신 코레스포츠는 지난해 8월26일 삼성전자와 컨설팅 계약서를 작성했다. 2018년 12월31일까지 삼성전자가 코레스포츠를 통해 승마선수를 지원하고 말을 사기로 약정한 내용인데 전체 지원금 규모가 200억6000여만원에 달한다.
이 계약은 당초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과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는 승마 유망주 6명을 지원하겠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실제 수혜자는 정씨 1명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200억원이 전부 집행된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에서 삼성 측이 최씨 모녀에게 직접 송금한 돈은 말 구입비 35억원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특검은 유럽에 머물고 있는 정씨와 관련해 “(강제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지만 자진해서 들어오는 게 최고”라고 말했다.
김태훈·박현준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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