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헌재, 대통령 측 재판지연 시도 모두 무력화

감투봉 2016. 12. 30. 20:48

 

헌재, 대통령 측 재판지연 시도 모두 무력화

빠른 결정 위해 총력전..대통령측 지연전략 안먹혀
"신속진행 협조 안할 경우 수사기록 토대로" 메시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수명재판관 이진성, 이정미, 강일원 헌법재판관(왼쪽부터)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3회 준비절차기일에서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출석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2016.12.3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의 빠른 결정을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탄핵심판이 형사소송절차를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 또는 법률위반 혐의가 엄격하게 증명돼야 한다는 대통령 측의 주장이 제기되는 등 심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30일 열린 3회 준비기일에서 헌재가 밝힌 여러 입장들을 두고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의 빠른 결정을 위해 '터보엔진'을 장착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통령측 '엄격한 전문증거 절차' 필요 주장도 안받아들여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이 있은 후부터 대통령 측은 심판절차를 지연시키려는 소송전략을 구현해왔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이 형사소송절차를 준용한다는 것을 근거로 탄핵심판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박 대통령이 헌법 또는 법률위반을 저질렀다는 사실인정을 위한 관련 증거 조사 등을 형사재판 수준으로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형사재판은 설령 진범을 잡지 못하더라도 단 한명의 억울한 희생자도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이념 아래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 따라서 '사실관계' 인정과 '증거조사' 등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아예 존재하지 않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반면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의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처벌이 아닌 미래에도 계속해서 헌법침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인 탄핵심판에 '엄격한 증명'이 요구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이 형사소송절차를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재판과 같이 엄격한 증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대통령 측 주장에 따르면 당연히 탄핵심판의 심리기간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날 열린 3차 변론준비기일에서 대통령 측은 "엄격한 전문증거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증거'는 경험자 자신이 직접 구두로 법원에 보고하지 않고 서면이나 타인의 진술형식 등 간접형식으로 법원에 전달되는 증거를 말한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지만, 피고인이 증거 사용에 동의하거나 원진술자가 법정에 출석해 내용을 인정하는 등의 예외적 상황에서는 증거능력이 있다.

헌재가 검찰로부터 건네받은 관련 자료 상당수가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헌재가 전문증거를 심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과정에 '엄격한 전문증거 절차'를 적용하면 심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또 대통령 측은 최순실씨 등에 대한 형사재판이 종료될 때까지 탄핵심판 심리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진행되는 재판으로 일반재판과 다르다"며 "따라서 일반재판 결과를 반드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헌법재판소법에 탄핵심판 관련 절차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형사절차를 준용 하되 형사소송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강 재판관의 발언은 형사소송절차를 일부 따르고 있다고 해서 탄핵심판이 형사재판과 같이 엄격한 증명을 통해 이뤄질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강 재판관의 발언 취지에 비춰 대통령 측의 '엄격한 전문증거 절차'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 사실조회 신청 받아들였지만 '명확한 사실 위주' 전제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을 위해 필요하다며 다수 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사실조회 신청 역시 재판속도에 영향을 줄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연전략'의 일환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헌재는 이날 대통령 측이 사실조회를 신청한 기관 가운데 미르·K 재단, 문화체육 관광부, 미래부, 법무부, 관세청, 세계일보 등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빠른 진행을 위해 "재판부가 대통령 측의 신청 내용을 적절히 수정해서 명확한 사실 위주로 조회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측은 또 "기록이 방대한 것을 참작해 달라"며 헌재가 심리기일 간 간격을 짧게 설정한 것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진성 재판관은 "기록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더라도 변호인 숫자 많으니까 준비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또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7시간 행적을 밝히라는 '석명요청'에 대통령 측이 응하지 않는 것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헌재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석명을 잘 안 내거나, 증인신청이 잘 협조되지 않으면 수사기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이 빠른 진행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 측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검찰 수사기록에 비중을 두고 판단할 수밖에 없으니 '협조하라'는 압박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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