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정유라, 덴마크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 아이 포함 일행 5명도 검거

감투봉 2017. 1. 2. 17:37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경기에 출연한 정유라/연합뉴스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는 언제쯤 국내로 송환될 수 있을까. 2일 덴마크 현지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알려진 직후 특검팀은 정씨 송환을 놓고 법무부·외교부·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에 착수했다. 정씨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씨를 신속하게 송환할 방침이지만, 정씨가 현지에서 국내 송환을 거부할 경우 송환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2일 덴마크 경찰이 정유라를 포함한 5명을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3시50분(현지시각 1일 오후 8시)쯤 붙잡았다는 인터폴 전문을 접수했다. 경찰청은 “덴마크 경찰에 따르면, 현지 제보를 바탕으로 올보르 시의 한 주택에서 정유라를 포함한 4명을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했는데, (이와 별도로) 검거 당시 2015년생 어린아이도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60대 여성과 20대 남성 2명이 함께 체포됐으나 아직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검팀은 인터폴 적색 수배를 통해 정씨의 신병을 즉각 확보할 계획이었다. 적색수배는 범죄용의자의 체포·송환을 위해 인터폴이 내리는 가장 강력한 국제수배 조치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요청한 인터폴 적색 수배는 절차 등을 이유로 정씨가 체포되는 순간까지 내려지지 않았다. 인터폴에선 내일 적색수배 발령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다면 이에 근거해 구금돼 있는 정씨를 정식으로 체포할 수 있다. 이때문에 경찰에선 최대한 빨리 적색수배가 내려지도록 인터폴에 촉구할 계획이다.

특검은 지난해 12월22일 정씨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효력은 오는 19일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정씨의 여권은 아직 유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덴마크 경찰이 정씨를 체포한 것은 정씨가 일반 무비자 관광 목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90일 기한을 초과해 EU국가에 머물면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고 나서 강제 추방 절차를 거쳐 국내로 송환될 전망이다. 관계 기관 인력이 덴마크 현지로 나가 정씨의 신병을 확보해 돌아오는 방법 등이 검토되고 있다.

특검팀이 요청한 인터폴 ‘적색 수배’가 덴마크 법에 따른 ‘72시간 구금 가능 시간’ 내에 발동되면, 정씨의 신변 확보 및 국내 송환 절차 진행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색 수배가 내려진 대상은 180여 개 인터폴 회원국 어디서든 신병이 확보되면 즉시 수배 국가로 강제 압송된다.

문제는 적색수배가 떨어지기 전에 정씨가 덴마크 경찰에서 풀려나는 경우다. 일단 불법체류인 것이 명확하다면 72시간 동안 구금해둘 수 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24시간 동안만 보호 조치할 수 있다고 덴마크 경찰은 보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9월 이미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문에 특검과 법무부에선 최대한 오늘 안으로 경찰을 통해 ‘긴급 인도 구속’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덴마크와 범죄인 인도 협정이 맺어져 있어 정식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고 처리하는데는 시간이 걸려 그 전에 정씨 등이 풀려날 수 있기 때문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기 전까지 이들을 붙잡아 달라고 하는 것이 긴급 인도 구속이다.

다만 정씨가 현지에서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재판을 청구한다면 송환까지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정씨는 유럽에 체류하는 동안 현지에서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국내 송환이나 강제 수사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딸 유섬나씨의 경우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으나,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하면서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내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씨 송환이 유씨처럼 오래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유씨와 달리 영주권도 없고 체류 기간도 길지 않기 때문이다. 정씨가 독일·덴마크 등 유럽 곳곳에서 ‘돈세탁’ 한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국내 입국이 오히려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 중인 만큼 송환 일정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체포영장이 발부된 만큼, 정씨가 국내로 들어오는 대로 즉각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