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대통령이 수석들 모아놓고 거짓말 모의했다니

감투봉 2017. 1. 18. 07:01

 

[사설] 대통령이 수석들 모아놓고 거짓말 모의했다니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6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공개 변론에 나와 "박 대통령이 작년 10월 12일 참모들과 면담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자체를 전경련이 주도한 것으로 하고, (재단 일부) 인사는 청와대가 추천한 거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난다"고 증언했다. 그 자리엔 민정수석과 홍보수석도 참석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안 전 수석이 그날 작성한 업무 수첩에는 '(재단) 모금 청와대 주도·개입 ×' '전경련 주도'라고 적혀 있었다.

작년 10월 12일은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의 대기업 출연금 강제 모금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된 지 2주쯤 지났을 때였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참모들과 대책 회의를 열어 전경련이 두 재단을 주도하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낸 것으로 포장하려 한 것이다. 실제로는 대통령이 재단 명칭과 사무실 위치까지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또 헌재 공개 변론에서 "대통령으로부터 '기업마다 재단 출연금 30억원씩 받으라'는 지시 를 받았다"고 했다. 출연금 모금 액수도 대통령이 지정한 것이다. 이는 '대기업들이 선의로 냈다'는 박 대통령의 그간 해명과 반대다.

검찰이 안 전 수석 측에서 압수한 '압수 수색 대응 문건'에는 '(집에서 휴대폰을 파기하려면) 전자레인지에 돌리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청와대가 대통령 주도로 거짓말을 모의하고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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