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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권총으로 은행 털려던 강도, 관할 경찰서장에게 붙잡혔다

감투봉 2017. 1. 19. 10:02

 

가짜권총으로 은행 털려던 강도, 관할 경찰서장에게 붙잡혔다

가짜 권총을 들고 은행을 털려던 30대가 마침 명절을 앞두고 관내순시 중이던 관할 경찰서장에게 붙잡히는 기 막히는 일이 경북 포항에서 일어났다.
관내 순시에 나섰다가 가짜권총으로 은행을 털려던 범인을 현장에서 검거한 이성호 포항북부경찰서장.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18일 오후 2시18분쯤 포항시 북구 한 은행에 흰 마스크와 검은색 모자를 쓴 P씨(39·무직)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창구 쪽으로 향하더니 여직원에게 봉투를 던졌다.

“어떻게 할까요”라는 여직원의 물음에 P씨는 쪽지 하나를 건넸다.

쪽지에는 ‘돈 담아’라고 적혀 있었고 P씨는 여직원에게 권총을 들이댔다.

여직원은 가짜 권총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지만 강도임을 인지하고 “CCTV가 있다”고 말하는 등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그러는 사이 이 광경을 지켜보던 옆 창구 직원이 비상벨을 눌렀다.

자신의 계획이 순순히 풀려나가는 줄로만 알고 있던 P씨는 바로 옆에 관할 경찰서장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설을 앞두고 은행과 금은방, 재래시장 등 관내를 순시 중이던 이성호(58) 포항북부경찰서장이 마침 이 때 은행 안으로 들어섰다.

사복 차림으로 창구 근처에 서있던 이 서장은 여직원의 얼굴이 경직돼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이 서장은 이어 여직원이 쓴 ‘은행강도’라는 메모를 발견하고 P씨가 권총을 꺼내드는 모습도 목격했다.

이때부터 이 서장의 ‘경찰본능’이 작동했다.
권총을 유심히 지켜보던 이 서장은 가짜권총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공범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을 확인한 뒤 단독범임을 확신한 이 서장은 합기도 3단의 무술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범인의 허리를 낚아채 바닥에 넘어뜨린 후 권총을 재빨리 빼앗았다. 뒤이어 청원경찰이 달려와 힘을 보탰고 이 서장은 P씨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압한 뒤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했다.

이 서장은 “은행 순시를 하던 중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고 자세히 보니 가짜권총을 든 단독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범인 검거 순간을 설명했다.

간부 후보(공채 32기) 출신인 이 서장은 지난해 7월 포항북부경찰서장으로 부임했으며 평소 테니스를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포항북부경찰서는 P씨에 대해 강도미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포항=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