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이승철의 변심 [기업 자발적 모금이라더니… 법정선 "靑 주도로 재단설립"]

감투봉 2017. 1. 20. 07:59

이승철의 변심

[기업 자발적 모금이라더니… 법정선 "靑 주도로 재단설립"]

"안종범이 검찰·국정감사서 허위 진술 하라고 강요" 증언
"수사중이라 답변 못하겠다고 국회 나가 말하겠다고 하니 安이 좋은 생각이라고 해"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승철(58)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게 검찰 조사와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업의 자발적 모금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했다"는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이 부회장이 19일 말했다.

작년 국감서 다리 꼰 李부회장
작년 국감서 다리 꼰 李부회장 - 작년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때의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그는 당시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로 논란을 일으켰다. /남강호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수차례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진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검찰도 이날 "2015년 8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안 전 수석이 이 부회장에게 문자를 149회 보냈는데 그중 129회가 사건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2016년 6월 이후"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지난해 7월 말 TV조선이 미르재단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하자 이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에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고 청와대가 개입 안 했다'고 했으니 같은 입장을 유지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르·K스포츠재단은 기업의 자발적 모금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10월 세 차례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두 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당시 다리를 꼰 채 앉아 답변하다가 의원들로부터 '거만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수시로 전화해 '대기업 주도라고 진술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나는 '(증인 선서를 해서) 허위 증언을 할 수 없으니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안 전 수석이 "좋은 생각"이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말 내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전에도 허위 진술을 지시했다"며 지갑에서 안 전 수석의 메모를 꺼내 법정에서 공개했다. 파란색 메모지에는 '수사팀 확대·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되고 새누리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먼저 컨트롤 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 고생하시겠지만 너무 걱정 말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미르·K 스포츠재단 설립은 청와대의 지시"라고 완전히 입장을 바꿨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도 "재단 출연 액수와 출연 기업, 임원진도 모두 청와대가 정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어떻게 하다 이런 일에 연루됐나 싶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 위해 메모를 지갑에 넣어 갖고 다녔다"고도 했다.

한편 이 부회장 다음으로 증인석에 앉은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인 김건훈씨와 연락하면서 어머니 명의로 차명폰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순경 김 보좌관으로부터 허위 진술을 지시받았는데 내가 차명폰을 개설한 걸 알게 된 김씨가 '누가 차명폰을 어머니 명의로 만드느냐, 내가 하나 만들어 줄까'라고 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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