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그 남자' '그 여자'의 추락

황용호입력 2017.01.20 18:41수정 2017.01.20 20:55댓글 832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20일은 긴 하루였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장관이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 "이게 사실이라면 이분에 대해서는 해임건의안을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부산 남포문고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로 문화계를 황폐화시켰다"고 말했다.

 

김기춘·조윤선 영장실질심사/박 대통령 신임 두터운 '왕 실장' / 정무수석 등 승승장구 조윤선 / '블랙리스트' 발목잡혀 심판대 / 민주당, 문화부 장관 해임안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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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20일은 긴 하루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두 사람은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며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법조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들은 박근혜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으로 함께 일한 인연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하상윤 기자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과 특유의 조직장악력으로 ‘왕 실장’이라는 별명을 들었다. 조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여성가족부 장관, 대통령 정무수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발탁되는 등 박 대통령의 각별한 총애를 받아 ‘박의 여자’로 불렸다. 조 장관은 지난해 20대 총선 때 서울 서초갑 지역에 새누리당 공천 신청을 했으나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에 밀려 출마가 좌절됐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8월 문체부 장관으로 입각해 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케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날 조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장관이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 “이게 사실이라면 이분에 대해서는 해임건의안을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조 장관 측이 이를 전면 부인했다는 보도가 추가로 나오자 “일단 정확한 사실이 뭔지가 밝혀져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것이 사실이면 해임건의안을 내고,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내지 않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하상윤 기자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부산 남포문고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로 문화계를 황폐화시켰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조 장관을 (정치) 후배로 좋아했지만, 블랙리스트 사건의 명백한 주범이 아니냐”며 “스스로 사퇴하고 조사를 받아야 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조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문화관광부 장관을 하면서 검찰 수사를 받으러 갈 때 사표를 내고 간 적이 있다”고 했다.

황용호 선임기자, 김달중 기자 drag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