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데스크에서] 검찰의 불치병

감투봉 2017. 2. 15. 08:27

[데스크에서] 검찰의 불치병


    입력 : 2017.02.15 03:12 | 수정 : 2017.02.15 03:24

    최재훈 사회부 차장

    법무부가 엊그제 평검사 인사(人事)를 실시했다. 전국의 검사 634명이 움직인 정례 인사다. 검찰은 보도 자료에서 사법연수원 수료자 25명과 경력 변호사 3명 등 모두 34명을 신규 임용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신규 임용자 34명 중 6명의 경력은 꼭꼭 숨겼다. 누구기에 그런가 들여다보니 6명 모두 불과 며칠 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던 전직 검사들이다. 1~2년의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고 이번에 되돌아온 것이다.

    공무원이 청와대 파견 근무를 나갔다가 원소속 부처로 복귀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정권 초기엔 모든 정부 부처에서 청와대 근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가장 확실한 승진 코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검찰만은 검사 파견과 복귀 사실을 숨기려 든다. 검사의 청와대 파견이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1997년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근무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런 법까지 만든 것은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도 불사해야 하는 조직이어서다. 이 법 제정 후 정권이 네 번 바뀌었지만 현직 검사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차출'은 계속됐다.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검찰을 떠날 때 일단 사표를 냈다가 재임용하는 편법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검사의 청와대 파견 제한'을 공약했지만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한때 비서실장부터 민정수석을 비롯한 민정·사정 라인을 모두 검찰 출신으로 채웠을 만큼 어느 정권보다 검찰 의존도가 심했다. 이렇게 검사 출신이 청와대를 장악했던 시절에 나온 게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 명단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면서 정부 지원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로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체부 장차관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번에 검찰로 복귀한 민정수석실 소속 검사 6명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함께 일했다. 우 전 수석은 현재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그는 최순실 국정 농단에 직접 개입했거나 이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로 돌아온 검사 6명 중 5명이 민정비서관실 산하 사정반, 특별감찰반, 민심반 등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작년 11월과 이달 초 검찰과 특검이 각각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 수색을 실시했을 때 맨 앞에서 막고 버텼던 이들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선 특검 또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들을 슬그머니 받아들여 놓고도 검찰은 아무런 말이 없다. 검찰의 한 간부는 "조직이 시키는 대로 했던 사람들인데 무슨 죄가 있겠느냐"고 했다. 지금 검찰과 특검에서 엄벌하려는 대상자 상당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특정 혐의의 일부분이 된 경우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거의 불치병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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