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신원 확인, 우리 정보당국이 넘긴 지문이 결정적
입력 : 2017.02.17 03:03
[김정남 암살]
- 지문 정보 언제 얻었을까
2001년 일본 불법 입국 체포 때 日, 金과 가족들 생체 정보 얻어
미국·한국 등과 공유 가능성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김철'이란 가명 여권을 지닌 채 숨진 북한 남성이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란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우리 정보 당국이 제공한 지문(指紋) 등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대조할 수 있는 '생체 정보'들이 있었기에 김정남이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며 "그 밖에 김정남이 평소 사용하던 가명 여권 정보 등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이나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 등도 해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생체 정보가 축적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정철이 싱가포르·런던 등의 에릭 클랩턴 공연에 왔을 때 사진만 찍었겠느냐"고 했다.
우리 정부가 말레이시아 측에 김정남의 지문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김정남의 지문을 어떻게 갖고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김정남의 지문 정도는 그렇게 구하기 힘든 정보가 아니다"며 "김정남이 일본에 불법 입국했을 때 채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은 지난 2001년 5월 1일 도미니카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불법 입국하려다가 체포당해 3일간 조사받은 뒤 추방당했다. 당시 김정남은 첫번째 부인 신정희와 아들 김금솔도 대동하고 있었으며 이바라키현(茨城縣)의 불법 입국자 수용 시설에서 머물렀다. 이때 일본 당국이 김정남과 가족들의 지문을 채취해서 미국·한국 등과 공유했다는 얘기다. 자국 구금 시설에 있는 인물들의 머리카락·타액 등을 수집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기 때문에 김정남이나 아들 금솔의 생체 정보를 더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각국 정보 당국은 주요 인물의 지문·머리카락·타액 등은 물론 배설물까지 수집해서 DNA 유전자 정보 등 생체 정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 정보기관인 CIA에 '의료심리분석실'(MPAC)이란 조직이 있으며 이곳 전문가들이 세계 지도자들의 건강·정신 상태를 분석한다고 보도했다. 2010년에는 위키리크스의 전문 폭로로 미국 국무부가 각국 지도자의 통신 비밀번호 등은 물론 DNA, 지문, 홍채 인식 같은 생체 정보 수집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해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는데 당시 생체 정보나 건강 상태 노출을 막기 위해 대소변도 수거해서 북한으로 가져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 '김씨 일가'의 생체 정보를 수집·축적해야 할 구체적 필요성이 있다. 외교 소식통은 "만에 하나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해 김 씨 일가의 일원이 죽고 그 시신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죽은 인물이 누구인지 어떻게 확인하겠느냐"며 "한국뿐만 아니라 미·일·중·러도 다 같은 이유에서 김씨 일가의 DNA 등 생체 정보에 눈독 들일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 일가의 생체 정보가 어느 정도 확보됐는지는 극비 사항이기 때문에 정보 당국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정치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朴 연설 앞두고 "빨리 崔통해 정리해야 하는데 어쩌나" (0) | 2017.02.17 |
---|---|
[박정훈 칼럼] '帝王 대통령'만 수술? '바보 국회'는 놔두고? (0) | 2017.02.17 |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전격 구속…박상진 사장 기각 (0) | 2017.02.17 |
문자 보내면 태블릿서 다운..'최순실 사용' 더 드러난 증거 (0) | 2017.02.17 |
[사설] 대통령이 도피한 최순실과 차명폰으로 127번 통화 (0) | 2017.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