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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버스 타고 서서 스마트폰 채팅하다 고꾸라지기 일쑤라는데

감투봉 2017. 3. 19. 08:22


[Why] 버스 타고 서서 스마트폰 채팅하다 고꾸라지기 일쑤라는데

입력 : 2017.03.18 03:02

버스 골칫거리 '스마트폰'
스마트폰 보면서 버스 오르내리다가
발 헛디디는 사고도 속출

"넘어져 피 나는데도 손가락으로 폰 두드리고 있더라"

'손잡이는 양손으로…' 등
기사들 안내문 붙이지만… 폰에 정신 팔리면 속수무책

[Why] 버스 타고 서서 스마트폰 채팅하다 고꾸라지기 일쑤라는데…
지난해 5월 12일 최모(여·36)씨는 시내버스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최씨는 스마트폰 채팅을 하느라 양손으로 휴대폰을 잡은 채 서 있었다. 한강대교 북단정류장에서 뛰어오던 손님을 미처 태우지 못한 버스기사가 출발했던 차를 다시 멈춰선 순간 최씨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최씨는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도로 위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스마트폰이 버스 안에서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승객들이 스마트폰 채팅이나 게임을 하느라 손잡이를 잡지 않고 서 있다가 넘어지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버스에 오르내리다가 넘어지는 사고가 잦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내 한 버스회사는 차내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손잡이를 꼭 잡아주세요' '승하차 전에는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주변 상황을 살피세요' '손잡이는 양손으로 잡는 게 좋습니다' 같은 안내문 10여개를 붙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안내문을 붙이면 차내가 지저분해지지만 차내 스마트폰 관련 사고가 늘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써붙였다"며 "승객이 스마트폰 보느라 부주의했다 해도 기사가 급정차·급출발했다고 주장하면 보상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국버스공제조합 장신일 과장은 "버스 급정차 사고 시 승객이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잡고 있었다면 20%까지 승객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최근 2년간 접수된 '버스정류장 및 버스' 관련 사고들을 분석했더니 비교적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10~30대(36.5%)가 60~80대(33.5%)보다 피해가 많았다. 버스 운전기사들은 운전 때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호소한다. 버스기사 윤모(48)씨는 "스마트폰 보면서 버스에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사람이 하루에도 열댓 명은 된다"며 "어떤 사람은 넘어져서 턱에서 피가 나는데도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두드리고 있더라"고 했다. 그는 "승객들 중 교통카드 찍는 것도 잊고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도 있어 '카드 찍으라'고 말해줘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인천에서 서울 서대문구까지 버스로 통학하는 남모(여·23)씨는 며칠 전 버스에서 내리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에 있는 사람이 고개를 푹 숙이고 게임을 하느라 하차문 앞에서 내리지 않고 3초 정도 가만히 있었던 것. 그 승객은 문이 닫히기 전에 재빨리 내렸지만 뒤에서 기다리던 남씨는 하마터면 문에 끼일 뻔했다고 한다. 남씨는 "뒷문 쪽 통로 앞에서 스마트폰을 쓰던 승객 때문에 못 내리고 한 정류장 더 간 적도 있다"고 했다.

버스 기사들에겐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시한폭탄이다. 차 안에서 정신이 팔려 넘어지는 이들도 문제지만, 차 밖에도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사람들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경기 고양 한 버스정류장에서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서 있던 박모(29)씨가 정류장에 멈춰 서려는 버스 조수석 백미러에 머리를 부딪힌 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환승센터 정류장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무단횡단 하던 김모(여·27)씨 역시 버스에 부딪혀 2주간 병원 신세를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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