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바른정당 "'핍박받는 유승민, 도와주고 싶다' 격려전화에 업무 마비"…집단탈당에 '유승민 동정론' 부상, 전화위복되나

감투봉 2017. 5. 3. 16:10

바른정당 "'핍박받는 유승민, 도와주고 싶다' 격려전화에 업무 마비"…집단탈당에 '유승민 동정론' 부상, 전화위복되나

입력 : 2017.05.03 11:24 | 수정 : 2017.05.03 14:36

2일 TV토론서 홍준표 劉에 "배신자""덕이 없어" 모욕 쏟아내자 "너무 심하다" 보수 표심 역풍
바른정당 입당신청 100배 늘고 후원금도 하룻새 60배 폭등, 유 후보 개인 후원자도 15배 늘어
황영철 탈당 철회하고 정운천 탈당 보류.. 탈당 도미노 일단 제동

지난 2일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하는 의원 13명. 이중 황영철 의원은 3일 탈당을 번복했고, 탈당계를 낸 의원 중 일부도 이를 번복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가 유승민 대선 후보에게 오히려 약(藥)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집단탈당으로 보수 표심이 홍준표 자유한국당에 쏠리고 유 후보는 지지 기반이 무너져 중도 사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당초 예상과 달리, 유 후보에게 동정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지지율 5% 안팎으로 주요 정당 후보 중 약세로 평가받아 온 유 후보가 대선에선 의외의 득표를 할지 모른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심상치 않은 조짐은 2일 바른정당 의원들 13명의 집단 탈당 선언 후 인터넷 여론에서부터 감지됐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 1~10위 중 대부분을 바른정당과 탈당한 의원들의 실명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원칙 없는 이합집산" "철새 정치"라는 비판적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김성태·권성동·장제원·황영철 의원 등이 '박근혜 사면'을 내건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점이 가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탈당파 의원들에게 이날 수십~수백 통의 항의 문자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의원은 아예 페이스북 계정을 닫아버렸다.

여론에 부담을 느낀 황영철 의원은 이날 저녁 당에 제출했던 탈당계를 회수해가기도 했다. 황 의원은 결국 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선언을 철회했다.

바른정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탈당계를 낸 의원 12명 중 일부 의원도 "나도 모르게 휩쓸려 탈당했다"며 번복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5일 추가 탈당하려던 정운천 의원도 탈당 의사를 사실상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탈당 행렬에 제동이 걸린 것은 자유한국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당에 침 뱉으며 떠나더니 홍 후보 지지율이 높다고 마음대로 돌아오느냐"며 강력 반발한 것도 작용했다. 이 때문에 집단 탈당 의원들은 적어도 대선 전엔 한국당 복당이 어려워졌다. 무소속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홍 후보 지원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바른정당에는 탈당 사태 이후 후원금과 입당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3일 본지 통화에서 "어제 하루 들어온 후원금이 평소 일(日) 기준의 60배"라면서 "후보나 당 SNS(소셜미디어)는 물론 당으로도 위로와 격려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당원 가입 신청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1일까지 15일간 130건이었으나, 2일부터 3일 오전까지 1500건으로 하룻새 100배 늘었다. 유 후보 개인 후원자 수도 일 평균 50여건에서 2일 이후 750명으로 늘었다. 유 후보의 SNS 팔로워도 하룻새 1만3000여명이 늘었다.

바른정당의 한 대구 지역 당협위원장은 "어제 사무실로 격려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와 다른 업무를 못 볼 정도로 마비됐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치에 관심 없던 친구나 주변 지인들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유 후보가 TV 토론 등에서 똑똑하고 정직하다고 느꼈는데 이렇게 핍박 받는 걸 보니 도와주고 싶다'며 입당 절차를 알려달라고 하더라. 이런 전화를 어제만 수십 통 받았다"고 말했다.

구상찬 바른정당 선대위 조직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선거 초반과, 후보 사퇴 압박이 거세진 최근 후반부 현장의 분위기는 천양지차다. 특히 어제 부로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다"며 "지금 유 후보의 지지율이 5% 안팎이지만 실제 득표는 그 몇 배가 될 것이다. 두고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밤 마지막 TV토론에서 "국민만 보고 완주하겠다"고 밝히는 유승민 후보. 이날 심상정 후보는 바른정당 탈당 사태를 강력 비판하며 유 후보를 격려했고, 홍준표 후보는 유 후보에게 "그러니까 14명이나 나가지"라며 조롱했다. /KBS 화면 캡처

이런 '유승민 동정론'은 2일 밤 마지막으로 치러진 TV 토론에서도 나왔다. 이 자리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 사태를 먼저 거론하며 "자기 집에 불 지르고 야반도주했다. 경우 없는 정치 행태"라며 비난하고 유 후보에게 "힘내시라"고 했다. 유 후보는 토론 막바지 2분 동안의 신상발언을 통해 "'신에게는 열두 척의 배가 남았다'고 한 이순신 장군의 말을 생각한다"며 "국민이 손을 잡아주면 내가 이 개혁 보수의 길을 계속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 마무리 발언 동영상은 조회수가 50만 건을 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홍준표 후보가 유 후보 면전에서 비난과 모욕적인 말을 쏟아낸 것이 오히려 유 후보에 대한 동정 여론을 촉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홍 후보는 토론에서 '진정한 보수의 길'을 묻는 유 후보에게 "어제 바른정당 의원들을 만나보니 '우리 후보가 덕이 없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14명이나 뛰쳐나가지. 집안 단속이나 잘하라" "비열하다" "대구에서 유 후보는 배신자로 돼 있어 앞으로 정치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토론이 진행되 는 동안 페이스북에선 실시간으로 홍 후보 발언 때는 '싫어요'가 쏟아지더니, 심 후보나 유 후보의 관련 발언 때는 '좋아요'가 쏟아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워낙 변수가 많고 보수 표심이 많이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이번 바른정당 집단 탈당 사태로 촉발된 유 후보 동정론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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