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대통령 '감성 연설' 뒤엔 전대협 운동권 출신 詩人

감투봉 2017. 6. 8. 08:13

대통령 '감성 연설' 뒤엔 전대협 운동권 출신 詩人

  • 정우상 기자  
  • [실무 책임자 신동호 연설비서관]

    2012대선 캠프에 참여
    80년대 학생운동의 정서에 정치 현실 더해 공감 폭 넒혀

    신동호 연설비서관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화제를 낳으면서 연설문 작성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510일 취임사, 5·18 기념사,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인사말, 그리고 현충일 추념사 등을 통해 지금까지의 틀을 넘어 '애국' '산업화' '통합' 등을 강조하며 보수층에도 일정 부분 공감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 연설문 작성 실무 책임자는 시인(詩人)인 신동호(52·사진) 연설비서관이다. 대통령이 연설이라는 형태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기까지는 대통령 자신을 포함해 비서실장 및 여러 참모의 손을 거친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넣어 기본적인 연설의 틀을 잡고 언어로 다듬는 것은 연설비서관의 몫이다. 신 비서관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연설문의 최종 작성자는 대통령이고 나는 참모일 뿐"이라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 비서관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우상호·송영길 의원 같은 80년대 운동권 출신이다. 그러나 그의 영역은 정치가 아니라 '문화'였다. 당시 운동권 용어로 부르면 '문화 통일 일꾼'이었다. 석사논문도 북한 문학이 주제였다. 2004년에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위원장으로 남북 저작권 교류 사업에 참여했다. 신 비서관은 한양대 국문과 출신으로, 전대협 문화국장을 지냈다. 80년대 전대협 문화국은 '문화를 변혁의 도구'로 생각했던 이들의 집합소였다. 여권 관계자는 "신 비서관이 쓴 연설문이 감성적인 것은 시인이라는 것도 있지만 80년대 학생운동의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했다. 역사, 애국, 조국 그리고 죽은 이들에 대한 호명(呼名) 같은 연설 형식은 80년대식 추모사와 유사하다. 운동권 인사들 추모사 중 상당수가 그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비서관은 2012년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에 참여하면서 문화에서 정치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문 대통령이 20152월 당대표에 취임한 뒤로는 비서실 부실장으로 연설문과 메시지를 담당했다. 그 역할은 대선을 거치며 현재에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취임사까지는 문 대통령 연설에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양정철 전 비서관이 어느 정도 간여했지만, 5·18 기념사부터는 온전하게 신 비서관의 영역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 설명이다. 신 비서관은 요즘 '통합'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 방침에 따라 진보는 물론 중도 및 보수 쪽 의견을 많이 들으려 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운동 시절부터 그를 잘 아는 한 정치인은 "신 비서관은 전직 운동권이 아닌 현실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인으로 봐야 한다""인천시, 민주당을 거쳐 청와대까지 공적 영역에서 10년 가까이 활동하며 본인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역시 신 비서관에게 '통합''감동'을 연설문에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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