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법정서 검찰·언론에 분노.."의혹은 모두 허위"
나운채 입력 2017.06.16. 16:39 댓글 2584개
언론 대해 "추측성 의혹 보도 남발해"
검찰 대해 "사건 아닌 사람 중심 수사"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본인의 형사재판에서 검찰과 언론에 대한 분노를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우 전 수석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본인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첫 공판에서 직접 준비한 의견서를 낭독했다.
우 전 수석은 그간 인생을 되돌아보듯 소회를 밝히며 담담한 어조로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국민의 축복 속에 선출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되도록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정치적 책임을 청와대 비서진 중 한 사람으로서 준엄히 느낀다"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 뒤 우 전 수석의 어조가 단호히 바뀌었다. 그는 "저는 오늘 정치 심판대가 아닌 법의 심판대에 섰다"라며 "정치, 여론이 기준이 아닌 법의 기준을 갖고 검찰이 제게 공소를 제기한 것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말하겠다"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먼저 언론에 날을 세웠다. 그는 한 언론사가 자신의 처가가 보유한 부동산을 넥슨이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것을 예로 들었다.
우 전 수석은 "이 보도 이후 거의 모든 언론에서 저와 제 가족, 심지어 수년 전 돌아가신 장인을 상대로 전방위적이고 광범위한 추측성 의혹 보도를 남발했다"라며 "기사가 너무 많아 해명할 엄두도 못 낼 지경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이 언론 보도 이후 감찰에 나선 것에 대해 "이 전 특별감찰관은 한 언론사 기자와 통화하면서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자리에서 버틸 수 있겠는가'라고 발언하기도 했다"라며 "불과 며칠 후 보도 내용대로 저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저를 수사하기 위해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만들었다"라며 "저와 저의 가족, 처가는 특별수사팀으로부터 혹독한 수사를 당했다"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자신이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배후에 있다는 언론 보도도 거론하면서 "저는 차 전 단장을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라며 "차 전 단장도 검찰 조사에서 저를 모른다고 진술했다"라며 사실이 아님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도로 인해 저는 아들 의경 보직 특혜 의혹, 가족회사 정강 비리 의혹 수사 대상자에서 갑자기 국정농단 사건을 은폐한 사람으로 바뀌었다"라며 탄식하듯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제 개인적이나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고, 언론사의 부동산 의혹 보도, 가족회사 정강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라며 "특별수사본부와 특검을 거치며 제가 국정농단에 관여하지 않은 게 밝혀졌지만 그와 관계없이 청와대에서 정상적으로 업무 수행한 것에 대해 재판을 받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언론의 잘못된 의혹 보도로 시작됐으나 지금도 이 같은 보도는 계속되고 있다"라며 "일부 언론은 변호인 변론에 대해 오리발이나 뻔뻔한 거짓말로 몰아붙이며 재판하기도 전에 유죄임을 전제로 보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언론 다음은 검찰이었다. 특히 검찰 수사에 대한 자신의 지론까지 들어가며 검찰에 대한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은 "예컨대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수사해 범인을 찾는다. 사건에서 시작해서 사람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자신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수사 과정을 설명하면서 "결국에는 국정농단과 관련 없는 민정수석 업무에 관해서 기소됐다"라며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조직법상 각 수석비서관의 업무에 포괄적인 규정만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는 대통령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소장에 적힌 범죄사실은 앞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역대 민정수석·비서관들이 해오던 일"이라며 "검찰의 법 적용은 비서실 업무 실태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듯하다"라고 강조했다.
우 전 수석은 끝으로 죄형법정주의와 법적 안정성을 거론했다.
그는 "어제 적법한 일은 오늘 적법해야 하는 게 법적 안정성"이라며 "검찰이 상황에 따라 불법과 합법 기준을 달리 두고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한다면 법적 안정성을 심하게 해치고, 청와대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은 업무 처리를 못 한다.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naun@newsis.com
'정치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文대통령-트럼프, 백악관서 첫 만남..상견례·환영만찬 이어져 (0) | 2017.06.30 |
---|---|
[반환점 돈 이재용 재판]② 외신, 삼성 넘어 재벌구조 변화에 관심..."결정적 증거 없다"는 평가도 (0) | 2017.06.29 |
혈맹의 편지… 'dear 트럼프'라 썼는데 'dear 문재인'으로 읽힌다 (0) | 2017.06.27 |
부산지검 동부지청,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동아제약 리베이트 수사 자료 확보 (0) | 2017.06.26 |
"문아무개, 어디까지 가나 보자" 검찰 내부서 돈다는 이야기 (0) | 2017.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