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반환점 돈 이재용 재판]② 외신, 삼성 넘어 재벌구조 변화에 관심..."결정적 증거 없다"는 평가도

감투봉 2017. 6. 29. 21:27

[반환점 돈 이재용 재판]② 외신, 삼성 넘어 재벌구조 변화에 관심..."결정적 증거 없다"는 평가도

  • 전효진 기자  


  • 입력 : 2017.06.29 11:47

    지난 4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관련 첫 공판은 외신에서도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날 외신 기자 10여명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취재 허가를 받아 재판정에서 변호인단의 주장부터 이 부회장의 표정까지 꼼꼼히 살폈다. 영국 국적의 한 외신기자는 통역사를 대동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글로벌기업 삼성그룹의 후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외신 기자는 “세부적인 법정 증언이나 증거보다 이번 재판이 삼성의 리더십, 더 나아가 한국의 재벌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한 기자도 “이 부회장(Jay lee)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회사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이 부회장은 첫 공판 때부터 노란색 봉투를 들고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이 부회장은 첫 공판 때부터 노란색 봉투를 들고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연합뉴스 제공
    ◆ 외신, 삼성 리더십 변화-재벌과 정치권력 관계의 변화 등에 초점

    지난 5월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뇌물수수 공판이 150석 규모의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에서 주 4회 진행된 이후 그 전까지 대법정을 사용하던 이 부회장 재판의 대부분은 30석 규모의 소법정 510호에서 열리고 있다. 이 부회장의 첫 공판이 대법정에서 열릴 때만 해도 외신 기자들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지만 공판장이 소법정으로 옮겨진 뒤로는 모습을 드러내는 외신기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외신 기자는 “소법정이 매우 협소해 취재하기 불편한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외신들은 논쟁이 거듭되는 공판 과정보다 판결에 최대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유무죄를 전망할 수 없지만, 결과에 따라 재벌의 경영, 재벌과 정치권력의 관계 등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외신 기자는 “재벌 구조도 한국의 독특한 구조이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 과정 등에서 사법부에 대한 비난 등 여론 형성 과정도 독특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재판”이라고 평가했다.

    영자신문 코리아헤럴드 한 기자는 “특검의 수사-구속-기소, 첫 공판까진 회사 투자결정 지연 등에 주목했지만, 공판이 진행되면서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의 경영방식 변화는 물론 다른 재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청와대와 대기업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근본적인 이유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인 ‘재벌’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 17일 ‘돈, 권력, 가족'(Money, Power, Family: Inside South Korea’s Chaebol)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자'와 ‘씨족'이라는 단어가 결합된 단어인 ‘재벌’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재건을 도와 산업 대국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대기업 집단으로, 삼성 뿐 아니라 현대, LG 등의 대기업은 대한민국 내부에서 막강한 파워를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블룸버그 “지금까진 결정적 증거 없어”

    공판이 30여 차례 진행되면서 외신에서 중간 평가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3일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는 수천 페이지의 증거자료가 제출되고 수백시간의 증인 신문이 이뤄졌지만 전문가들은 결정적 증거(a smoking gun)가 빠져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5월 9일 ‘삼성 공방이 한국의 법치주의를 테스트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편견 없는 공정한 재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뇌물 혐의로 삼성의 사실상 지도자인 제이 리(Jay lee)가 공공의 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도 “대중의 분노에 따른 처벌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로이터는 “유죄판결이 나올 경우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교훈을 주거나 부패 스캔들로 타격을 입은 국가 시스템 신뢰를 재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가벼운 증거로 인한 유죄판결은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진동)가 진행하는 이 부회장 재판은 4월 7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28일까지 총 33차례 공판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123명의 진술조서가 등장했고 42명이 증인신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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