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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이탈자 한달 새 5배...'폐업 도미노' 시작되나

감투봉 2017. 11. 15. 21:28

알뜰폰 이탈자 한달 새 5배...'폐업 도미노' 시작되나

  • 심민관 기자
  • 입력 : 2017.11.15 14:43 | 수정 : 2017.11.15 15:15

    정부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 후폭풍으로 알뜰폰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고 있다.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25%로 상향함에 따라 알뜰폰 가입자들이 이동통신 3사 서비스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가 내년에는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까지 도입한다는 방침이어서 알뜰폰 업계 전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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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뜰폰 가입자 이탈 현상 심화…”폐업 도미노 시작되나”

    15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의 이탈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까지는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경우가 더 많았지만, 이통3사가 일제히 25% 요금할인에 들어간 9월부터는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번호이동한 숫자가 많았다. 이탈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이통 3사로 이탈한 알뜰폰 가입자수는 366명이었지만 10월에는 1648명으로 5배 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최근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알뜰폰 사업 철수를 결정, 알뜰폰 업계에는 인력 구조조정 등 벌써부터 칼바람이 불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1위인 CJ헬로(CJ헬로비전 (6,670원▼ 20 -0.30%)) 역시 렌탈사업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적자를 만회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CJ헬로도 내년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알뜰폰 사업을 아예 접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알뜰폰 업체들 여러 곳이 사업 철수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현 정부는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성과물인 알뜰폰 사업에 큰 관심이 없는데다 보편요금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알뜰폰 업체의 폐업 도미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도 “그동안 저렴한 요금으로 경쟁력을 가졌던 알뜰폰이 25% 요금할인과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요금제가 저렴해진 이통 3사를 상대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은 2011년 출범 이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적 영업 손실 규모는 3309억원에 달한다.

    ◆ 기대했던 도매대가 인하마저…“자급제라도 도입돼야 숨통 트일 듯”

    그동안 알뜰폰 업계는 망 도매대가 협상에 기대를 걸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에 망을 빌리는 대가를 말한다. 망 도매대가가 낮아지면, 원가 부담이 낮아진다. 정부와 망 의무제공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매년 협상을 거쳐 망 도매대가를 결정하며, 보통 KT와 LG유플러스는 이 협상에서 결정된 금액을 기준으로 도매대가를 책정한다.

    하지만, 협상 결과는 알뜰폰 업계의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LTE 정액요금제의 수익배분 도매대가 비율은 전년 대비 평균 7.2%포인트(p) 내렸지만, 목표치(10%p)보다 낮아 알뜰폰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알뜰폰 고가 요금제의 인하 폭은 더 작다. 데이터 11 기가바이트(GB) 이상 요금제의 경우 인하율은 1.3∼3.3%p에 그쳤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왼쪽줄 첫째)이 2017년 8월 1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알뜰폰 사업자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방통위 제공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왼쪽줄 첫째)이 2017년 8월 1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알뜰폰 사업자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방통위 제공
    사업 존폐 기로에 놓인 알뜰폰 업계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여부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가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대형 마트나 쇼핑몰에서 직접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한다. 이통사는 단말기를 판매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다.

    그동안 알뜰폰 업체들은 이통사와 달리 최신 프리미엄 단말기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알뜰폰이 요금이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었지만 단말기 제조사로부터 최신 단말기를 확보하지 못해 최신 프리미엄폰을 찾는 가입자들을 이통사에 뺏길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은 중저가폰 위주로 알뜰폰 가입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단말기 완전자급제 하에서 통신 요금제로만 경쟁한다면 통신사보다 알뜰폰이 경쟁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알뜰폰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먼저 만든 다음,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단말기 자급제를 포함한 여러 방안들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과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완전자급제가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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