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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50~60代 당신의 무거운 짐

감투봉 2018. 4. 7. 17:28

       [변평섭 칼럼] 50~60代 당신의 무거운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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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칼럼] 50~60代 당신의 무거운 짐


▲...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으로 있다가 정년 퇴임한 분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변두리에 속하는 우리 아파트 경비원으로 오게 된 사연은 바로 인근에 있는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노모(老母) 때문이다.

올해 85세의 그의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어 4년 전부터 이곳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해 왔다. 경비원 아저씨는 근무시간이 끝나면 자전거를 타고 요양병원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퇴근하는게 일과처럼 되어 있다.

참으로 효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경비원 역시 60대 중반으로 옛날 같으면 노인 취급을 받을 나이다. 더욱이 교감으로 정년 퇴임했으니 연금도 있을텐데 굳이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궁금증은 어느 날 밤 경비실 앞을 지나다 우연히 알게 됐다. 한 젊은이를 앞에 세워 놓고 경비원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는 것에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슨 돈이 있냐? 너의 할머니 요양병원비 내랴, 취직 못해 놀고 있는 네 용돈 대랴, 그래서 내가 이 나이에 아파트 경비원하고 있는 것인데 너 지금 돈을 내놓으라니 무슨 소리냐?” 경비원 아저씨의 이 몇 마디로 이들 부자간의 갈등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취업난에 허덕이는 아들 생활비를 대주던 아버지가 아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조그만 식당을 하겠다고 나서자 화를 낸 것이다. 결국 이들 부자간 갈등은 그들만으로 끝나지 않고 어떻게든 아들을 도와주려는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정이 부부갈등으로 이어졌고, 일생을 함께 살아온 부부는 마침내 황혼 이혼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처럼 늙은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까지 돌봐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중년을 더블케어족(Duble Care 族)이라고 일본 요코하마대학 소마 나오코(相馬直子) 교수는 명명했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부모의 생존기간이 길어지자 요양병원 등 간병비가 크게 증가하고 산업구조 변혁과 경제불황으로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자식들의 취업난도 가중돼 생활비, 결혼자금, 주택자금, 심지어 자동차 할부금까지도 도와줘야 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흔히 ‘캥거루 족’이라고도 부르는 부모의존 20~30세대들, 비록 그들이 취업을 했다 해도 월평균 200만원 정도의 월급으로는 여전히 부모에게 손을 벌리게 되니까 ‘더블 케어’의 고민이 깊어 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수입이 적은 아들의 자녀, 그러니까 손자 손녀의 육아비까지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처지를 일컬어 ‘트리플 케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 모든 뒤틀린 사회구조는 고령화와 저성장이 가져온 결과다.

글로벌 투자그룹인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의 50~69세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34.5%가 이와 같은 더블 케어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우리의 더블 케어 현상은 생각하는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50~60대는 ‘잔인한 세대’인 셈이다.

특히 이 조사에 의하면 50~60대 저소득층일수록 고민은 더 심각하여, 소득 하위 20%는 전체 소득의 3분의1이 부모와 자녀에게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빈부격차가 커서 상위권 20%는 6분의1만 부모와 자녀를 위해 지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최근 한 국제기구에서 조사한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가 2013년 세계 41위였던 것이 2017년에는 57위로 뚝 떨어진 것도 이와 같은 더블 케어, 트리플 케어 현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 정치인들이 정신 차려야 할 대목이다. 정치인들만 행복해지는 것은 행복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